지난 6월 4일 KBS 스페셜 “FTA 12년 멕시코의 명과 암” 여파로 한미FTA에 대한 이미지가 험악해졌습니다. ‘명’은 환상이었고 12년 동안 주욱~ ‘암’ 뿐이었죠.
상위 10%의 소득은 몇 배로 늘었지만 나머지는 빈곤의 나락으로 떨어졌습니다. 제조업 노동생산성은 60% 증가했지만 실질임금은 80%까지 떨어졌고요. 정말 자존심 상하는 건 일개 다국적 기업이 멕시코 정부를 상대로 낸 투자분쟁소송에서 천문학적인 벌금을 물릴 수 있다는 것입니다. 한 국가의 주권이 일개 기업의 이윤에 비참하게 무릎을 꿇는 현실.
놀라운 건 협상 진행방식이나 정부의 홍보내용, 미국의 요구사항 모두 한미FTA와 너무 똑같다는 것입니다. 상위 10%의 이해를 대변하는 사람들만 논의에 참여하는 귀족제적 비밀주의!
KSS 스페셜로 구겨진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해 ‘중앙일보’는 ‘그건 오해’라며, ‘개방한다고 무조건 미국에게 먹히는 건 아니라고, 한국은 멕시코보다 세다고, 해볼만 하다’고 얼르고 있습니다. 조앙일보가 한미동맹만이 살길이라며 정치적 근거를 댄다면, 중앙일보는 시장경쟁만이 살길이라는 경제 논리를 폅니다.
꼴수 친미주의는 제켜두죠. 문제는 이 ‘경쟁 이미지’인데, 야구월드컵을 기화로, 축구월드컵 바람을 틈타, 애꿎은 스포츠에 빗댑니다. 니네들이 축구를 알아?
야구월드컵 때 미국을 이긴 것처럼 미국과의 시장경쟁에서도 이길 수 있다고 호기 부리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렇게 자신없습니까?’라고 들이대면, 참, 머쓱해집니다.
아무리 센 미국도 악으로 깡으로, 한민족의 승부근성만 발휘하면 해볼만 하다고 말할 때는 꼭 북한의 주체사상 같습니다. ‘그깟 미국놈들 미사일, 일 없슴네다. 조선민족의 대동단결된 깡으로 바셔버리면 그만임다’ 뭐가 다른가요?
모든 건 주체의 의지에 달려있다는 점에서 이 근거없는 낙관론의 사상적 근거는 놀랍게도! 주체사상입니다.
그러다가 이번 KBS 스페셜처럼 미국의 살기어린 포스가 느껴지면 비장한 ‘운명론’(대세론)으로 획까닥 바뀝니다. ‘피할 수 없다. 월드컵에 참여하지 않을 수 없는 것처럼 자유무역은 세계적 대세다. 이기고 지는 건 하늘에 맡기자.’
근거없는 조증과 근거있는 울증을 왔다리 갔다리 합니다. 국민들을 조울증에 빠뜨려 반항할 힘도 없게 만들자는 것입니다.
속지 맙시다. 한미FTA는 스포츠가 아닙니다. 스포츠에서 졌다고 생존까지 위태로워지지는 않습니다.
애초에 비유 자체가 틀렸다. 일전에 ‘중앙일보’ 칼럼에서 한미FTA를 ‘바둑’에 빗댄 걸 봤습니다. 말인 즉, 중국의 여기사 마오자쥔이 한국 진출할 때 처음엔 겁이 나서 꺼렸지만 막상 받아놓고 보니 국내 여기사들의 사기도 올라가고 좋더라며, 한미FTA도 이와 같다는 것입니다.
그럴 듯 한가요? 아닙니다.
자유무역협정은 외국 기사를 국내 바둑계에 불러들이는 것과는 질적으로 다릅니다.
미국 협상 초안 중 하나만 보죠. “배기량에 따라 자동차에 부과되는 특별소비세, 자동차세를 폐지하라” 뭔지 모르지만 일단 무슨 ‘법'을 폐지하라는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미국은 우리 나라의 시장 ‘규칙’을 바꾸라는 것입니다.
다 이런 식입니다. ‘지하철 공채 매입의무를 폐지하라’ ‘관세환급제도를 폐지하라’ ‘전문의약품 광고 금지제도를 폐지하라’ ‘국민건강보험 약제비 적정화 제도를 폐지하라’
그러니까, 굳이 바둑에 비유하자면, 자기는 ‘오목’을 잘 하니까 한국의 ‘바둑’을 없애고 ‘오목’으로 붙자. 혹은 자기네는 체스에 강하니까 ‘장기’를 없애고 체스로 붙자, 자기는 포커를 잘 하니까 국내 ‘고스톱’ 판을 없애고 포커로 붙자. 아니, 고스톱을 치더라도 자기는 ‘광’을 좋아 하니까 ‘광값’을 올리고 ‘비광’을 3점으로 바꿔라. 왜 똥피를 쌍피로 하냐 그냥 일피로 해라, ‘따닥’ 가산점 제를 철폐하라....대강 이런 식입니다.
한미FTA가 중산층을 빈곤층으로 떨어뜨린다는 지적에 대한 반박도 그렇습니다. 케케묵은 ‘파이 키워 나눠 먹기’ 비유는 제발 그만.
솔직히, 이거 고전적이지만 순진한 사람들 ‘한번에 훅 갑니다.’
굳이 파이 게임에 비유하자면, 한미FTA는 ‘나눠 먹기’ 규칙을 폐지하라는 쪽에 가깝습니다.
경제성장과 분배의 비유를 찾자면 차라리 ‘기차 게임’이 낫습니다. 세 칸짜리 기차가 달리는데, 일등칸(수용 승객 10%)과 이등칸(중간층), 삼등칸(빈곤층)을 쇠사슬로 연결할 거냐 고무줄로 연결할 거냐, 아니면 줄줄 풀리다가 끊어지는 개줄로 연결할 거냐는 국가정책은 각국마다 다른 것입니다.
지구상에서 전국민 건강보험이 없는 유일한 나라, 그래서 국민 중 15%가 의료보험이 없어서 병들어 죽는 나라, 영아사망률과 평균 수명이 후진국 수준인 최대 의료비 지출국 미국의 룰은 세 번째 ‘개줄 연결법’에 가깝습니다.
갈수록 고무줄스러워지는 한국의 기차게임을 아예 개줄로 바꾸라는 게 FTA에서 미국이 요구하는 ‘글로벌(?) 스텐다드’입니다.
일등칸은 열라 빨리 갈 것입니다. 근데 뒤따라 오리라 믿었던 이등칸과 삼등칸은, 얼씨구, 어느새 저 뒤로 쳐지더니, 어라? 줄까지 끊어졌네? 엥? 삼등칸은 탈선해서 논두렁에 쳐박혀 버렸잖아.
일등칸이라도 빨리 갔다가 챙기러 돌아온다던 약속(선성장 후분배)은?
'어쩌지? 쇼핑 가야 되는데. 그냥 걸어와도 되잖아? 건강에도 좋구....’
월드컵 개막입니다.
TV는 잠시 꺼두셔도 좋습니다.
우리는 일등칸에 타지 않았습니다.
- 사진
-
재난 연극
- 영상
-
[영상] 현대기아차비정규직 농성..
쇠사슬 몸에 묶고 저항했지만, 끝내 비정규직..
오체투지, 비정규직 해고노동자의 희망 몸짓
영화 <카트>가 다 담지 못한 이랜드-뉴코아 ..
- 카툰
-
로또보다 못한 민간의료보험
건강보험료, 버는만큼만 내면 무상의료 실현된..
위암에 걸린 K씨네 집은 왜 거덜났는가
팔레스타인인 버스 탑승 금지
- 판화
-
들위에 둘
비정규직 그만
개자유
다시 안고 싶다
- 기획연재 전체목록
-
- 어서와요 소소부부네
- 팔레스타인평화연대의 INTERNATIONAL
- 워커스 상담소
- 99%의 경제
- 미디어택
- 비문명의 역습
- 초고령화 사회, 돌봄을 요구하다
- 나현필의 INTERNATIONAL
- 워커스 사전
- 엄한진의 INTERNATIONAL
- 여성, 노동의 기록
- 녹색스트라이크
- 화성, 어쩌다 사회주의
- 10.29 이태원 참사 피해자의 항변
- 랑희의 질문들
- 배성인의 혁명을 꿈꾼 여성들
- 챗GPT가 말했다. "인간보다 더 많은 색임을 지게 될 줄이야!"
- 연정의 르포
- 약속의 8회, 위기를 돌려세우는 녹색 스트라이크
- 양지로 떠오른 국정원, 이적異的 행위의 기록
- 선을 넘는 사람들
- 연정의 바보같은사랑
- 2021위클리웨비나
- 이김춘택의 ‘무법천지 조선소’
- 파견미술-현장미술
- 러시아혁명 100주년 | 자코뱅 온라인시리즈
- 노동의 시대
- 배성인의 정치적 사유
- 비정규직의 세상보기
- 주례토론회
- 양규헌 칼럼
- 국제포럼
- 무슨 일 하세요?
- 소셜파워
- 반올림 이어 말하기
- 원영수의 국제칼럼
- 박병학의 글쓰기 삶쓰기
- 정영섭의 낮은 목소리
- 윤성현의 들풀이야기
- 세월호 1년
- 제갈현숙의 봉당풍경
- 이정호의 보수언론 벗거보기
- 기사로 풀어보는 경제
- 유럽 민중의 오디세이
- 2015 총파업
- 쿠오바디스 진보정치 그리고, 노동자 정치세력화
- 편집장 칼럼
- 참세상 특강
- 마르하바, 팔레스타인!
- 일본사회운동의 편지
- 유럽경제위기
- 김한울의 표본실
- 오늘, 이곳의 투쟁
- 북아프리카 혁명
- 월드컵에 정의의 슛을
- J에게 경제를
- 명숙의 무비, 무브
- 비정규직 사회헌장
- 감시·통제 벼랑 끝 감정노동자
- 불붙는 세계교육투쟁
- 여성 살해, 침묵하는 사회
- 탈핵
- 끝나지 않은 용산참사
- 언론노동자들의 공정방송 되찾기
- 쌍용차 정리해고 노동자의 눈물
- 4대강 논란
- 진보전략회의 진보논평
- 참세상 책방
- 노조파괴, 그림자 정부
- 강정마을 해군기지 논란
- 조성웅의 식물성 투쟁의지
- 이득재의 줌인 줌아웃
- 통합진보당 분당
- 18대 대선과 노동자정치세력화
- 투쟁하는 세계노동자
- 복수노조, 약인가 독인가
- 참세상 국제통신
- 박진의 인권이야기
- 희망뚜벅이
- 편집위원회 정세좌담
- 무상급식
- 이원재의 예술,대화
- 쿡! 세상 꼬집기
- 방방곡곡 99절절
- 최인기의 빈민운동사
- 양한승의 정세이야기
- 현대차 비정규직 파업
- G20 서울 정상회의
- 전노협 창립 20주년 - 내가 함께한 전노협
- 주용기의 생명평화이야기
- 천안함 국민미스테리
- 근로시간면제(Time off), 충돌
- 의료 민영화 논란
- 전교조 명단 공개 파문
- 2011년 최저임금은?
- 김병기의 호주통신
- 기후변화와 노동자
- 쌍용차와 파업
- 지방선거 2010
- 2010 교육감 선거
- 임성용의 달리고 달리고
- 빛바랜 취재수첩
- 세미나네트워크 새움
- 콜트콜텍 미국원정투쟁
- 용산 철거민 대참사
- 용산참사범국민장 릴레이 기고
- 홈리스문제, 이렇게 하자
- 두 책방 아저씨
- 이수호의 잠행詩간
- 철폐연대-참세상 기획: 비정규직 10년 전망
- 콜트콜텍일본원정투쟁
- 그들만의 비정규법
- 해방을 향한 인티파다
- 혁명50년, 사회주의 쿠바 이야기
- 1단기사로 보는 세상
- '특별하지 않은 사람' 박종태의 죽음
- 배고프다! 영화
- 가자의 재앙
- 강우근의 들꽃이야기
- 박수정의 사람이야기
- 뉴코아 - 이랜드 비정규직 철폐투쟁
- 한미FTA를 저지하라
- 이정호의 미디어 비평
- 도요타반대세계공동행동
- 한반도 대운하를 가다
- 진보정당, 길을 묻다
- 38 여성의 날 100주년
- 또 하나의 왕국, 삼성
- 1·26 세계행동의 날
- 박영균의 철학으로 보는 세상
- 사이버 정치놀이터 미끄럼틀
- 2007 대통령 선거
- 대선후보들, 성소수자 인권과제 좀 들어보슈
- 아프간 피랍 사태
- 2007 남북정상회담
- 소통/연대/변혁 - 사회운동포럼
- 아그네스 쿠의 흐르는 강물처럼
- 리얼리스트 작가 선언
- 한상진의 레바논통신
- 백원담의 시와 모택동
- 맹세야, 경례야 안녕∼
- 제3회 맑스코뮤날레 - 맑스와 함께 상상하기
- 금속노조 한미FTA저지 총파업
- 비정규법 패기! 폐기!
- 한진의 사회복지노동자
- 정혜주의 바리오 아덴트로
- 평택,철조망을 걷어라
- 고길섶의 쿠바이야기
- 개토의 우울과 몽상
- 석궁이야기
- 민주노총 5기 지도부 선거
- 유영주의 전망좋은談
- 북한 핵실험과 한반도평화
- 조선남의 옥중수고
- 정대성의 독일통신
- 이영채의 일본사회운동
- 월드컵보다 아름다운 진실
- 에뿌키라의 장정일기
- 홍실이의 이상한 제국의 앨리스
- 이종회의 한미FTA 뒤집기
- APEC 밟고 WTO 돌려차기
- 민주노총 보궐선거
- 박석준의 의학철학이야기
- 황우석 사태 진단
- 2005년 하반기 비정규법 총파업투쟁
- 박영자의 북쪽이야기
- 하현의 미디어비평
- 2005세계여성대행진
- 박기범의 어떤 동화책
- 손호철의 남미이야기
- 박기범의 기소인 인터뷰
- 2004년 하반기 총파업투쟁
- 전범기소이야기
- 동화작가 박기범의 단식일지
- 김병돌의 그림세상
- 이현준의 지나가다 한마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