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정명신]의 학부모의힘

서울시 교육위원 선거 결과, 어떻게 볼것인가?

우리교육을 더 한층 위기로 몰아넣는 교육계의 급격한 보수화

지난 7월 31일 14개 시․도에서 교육위원선거가 실시되었다. 이중 서울시교육위원선거 결과를 두고 거의 모든 언론에서 ‘전교조의 참패’라며 크게 다루었다. 교육위원은 서울시교육청의 교육예산 4조원의 쓰임새와 서울시교육청의 관료와 서울시내 전체교사의 막강한 인사권을 가진 교육감의 행정을 감사하는 등 행정부에 대한 국회와 같은 역할을 한다. 서울시교육위는 15명으로 구성되는데 2-3개 자치구를 묶는 광역단위에서 2-3명정도 선출하며 선거인단은 각급 학교의 학교운영위원들이다. 초기 교육위원선거는 이중간선을 통한 전직 교육관료나 교장출신인사가 선출되는 것이 관례여서 불범선거의 대명사로 불리기도했으나 점차 선거방식이 개선되고 선거인단이 확대되어 4년전 치루어진 교육위원 선거에서는 전교조등 진보적인 성향의 인사가 7명 당선이 되는 이변을 낳았다. 진보성향의 교육위원들은 지난 4년간 이명박 시장이 무작정 밀어붙이려던 은평교육특구의 자립형사립고에 반대하거나 공정택교육감이 추진하고자하는 국제중학교등을 저지시키는등 교육의 공공성강화를 위해 노력하기도 했다. 이러한 활동을 바탕으로 선거에서 전교조 교사들의 지원를 받으면 당선이 유력하고 지난번처럼 7석 확보는 크게 문제 없으리라던 예상을 깨고 이번 선거결과 2석에 그쳤다. 이에 교육운동진영은 당혹해하고 언론들은 ‘이때다!’라며 교육개혁의 마지막 저항세력인 전교조에 대해 색깔논쟁을 벌이며 진보진영 힘빼기에 돌입하고 있다.

대부분의 언론에서 전교조가 패한 이유로 교원평가반대, 성과급반대, 색깔논쟁에 대해 학부모들이 등을 돌렸다고 해석하고 있으나 이는 지나치게 편협한 시각이다. 기본적으로 학부모들이 교원노조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있는 것은 사실이고 모든 전교조 조직후보가 이를 극복하지 못한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번선거에서 전교조의 조직후보로 나서기는 했으나 교원출신도 아니고 색깔논쟁에 휘말릴 일이 없는 후보들-서울남부에서 급식운동을 벌이다가 출마한 후보나 학부모단체출신으로 전국적인 지명도를 바탕으로 동부에서 출마한 후보까지다 같이 낙선했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첫째, 그동안은 교육위원활동비가 회의비를 중심으로 수당형태로 지급되었으나 올해부터 연봉5천만원 안팎으로 결정되어 관심을 가진 사람들이 늘어 난데다가 교육위원은 차기 교육감선거에 유리하므로 교육감선거의 교두보로 삼으려는 사람들이 올 초부터 학교운영위원회에 자기사람 심기에 열중하여 많은 부작용을 낳았다. 더구나 후보자의 학벌과 지역연고, 후보자들간의 담합등이 성행하여 패거리선거양상을 보이고 있다. 그 결과 선거에서도 전직교육관료, 진직교장등 전체당선자 132명중 교육경력자가 117명으로 88.6%이며 60대 이상이 74%이상을 차지하였다.

둘째, 학교운영위원들의 구성의 문제이다. 10여명으로 구성되는 학교운영위원은 대부분 학교에서 공부를 잘하는 학생이나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학부모들이 50%, 교사위원이 40%정도 (여기에는 전교조 교사외 비 전교조교사가 반반정도), 교장이 추천하는 지역인사가 10%정도인데 이들은 대부분 보수적인 성향을 지니고 있다. 특히 교장단이나 사립학교관계자, 전직 교육관료의 경우 진보진영의 주장이 자신들이 기득권이 침해될까봐 지나치게 견제하며 학부모들에게 이를 적극 홍보하고 있다. 교육 위원 선거날에는 교장선생님과 학부모들이 다 함께 학교로 모여 차를 동승해서 투표소로 향하는 풍경은 이미 익숙한 것이다.

셋째, 교육관의 차이이다. 대부분의 학부모가 자기자녀의 대학진학에만 몰두한 나머지 전교조나 교육운동단체가 주장하는 0교시, 야간자율학습폐지주장에 대한 요구를 부담스러워한다. 이는 야간자율학습문제뿐만이 아니라 고교 평준화등의 현안에 대한 근거 없는 반대를 하거나 경해가 없다. 대부분 학부모가 입시문제 말고는 교육문제에 관심이 없어 일부 보수언론주장에 편승하거나 교육운동단체의 주장에 대해 별로 생각해본 적이 없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넷째, 폐쇄적인 선거방식의 문제이다. 현재 교육감선거는 지나치게 폐쇄적이어서 학부모들이 후보를 제대로 알 기회가 적고, 후보 역시 자신의 교육관을 학부모들을 만나 전달할 길이 아예 막혀 있는데다가 선거인단도 소수라서 금품을 살포하거나 불법선거운동을 해도 여간해서는 외부 적발이 어렵다는 점이다. 현재 90여건의 불법행위가 적발되어 현재 조사 중이며 선거에 당선된 교육감들이 줄줄이 선거부정과 연루되어 옷을 벗는 결과가 연이어 벌어지고있다. 이에 교육부는 선거방식변경을 포함한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개정을 고민하고 있고 한나라당은 주민직선제를 주장하고 있다.

교육위원선거방식을 어떤 식으로 바꾸건 사회변화와는 별도로 교육은 점차 보수화하고, 계층의 이해를 대변하는 추세이다. 과거에는 교육운동진영이 교육재정확보, 교육민주화, 공교육강화를 주장하면 국민모두가 납득하였으나 점차 교육의 경쟁력강화, 다양화, 수월성강화라는 주장아래 계층의 이해에 따라 주장이 엇갈리고 있으며 일부에서는 고교평준화를 계속 공격하는등 급격히 보수화하고 있다. 준비하지 못한, 설령 준비되었더라도 애당초 시도해서는 안될 한미 FTA협상이 한국사회에 쓰나미격 변화를 초래할 우려가 있는 것처럼 한국 교육현실의 허약한 공공성개념과 교육의 사적부담이 점차 증가하는 형편에서 급격한 교육계의 보수화는 많은 부작용을 낳을 것이다. 서울시교육청만하더라도 국제중학교인허가문제, 은평특구의 자사고설립문제등에 대해 교육의 공공성을 파괴하는 정책이 줄을 이어 기다리고 있는 현실이다. 교육복지에 대한 기반이 허약한 상황에서 계층의요구가 다양해진 지금, 이번 교육위원 선거 결과로 빚어진 교육계의 급격한 보수화는 우리교육을 더 한층 위기로 몰아넣을 우려가 크다.
덧붙이는 말

김정명신 님은 함께하는교육시민모임 공동대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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