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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중, 공교육감부터 국제감각을 갖추라

[김정명신의 학부모의힘] "국제중 보내려다 내 자식 잡겠다"

그동안 국제중 설립을 공공연히 밝혀오던 학교법인 영훈학원이 9월 1일 국제중학교 학교설립계획 승인신청서를 철회했다. 국제중학교는 국제적 감각을 갖춘 인재를 조기에 길러낸다는 명분으로 국어와 역사를 제외한 전 과목을 미국 교과과정을 중심으로 영어로 가르치는 학교인데 서울의 경우 영훈 재단과 대원외고재단이 설립을 준비하고 있으며 경기 가평의 청심국제중학교와 부산의 부산국제중학교는 이미 특성화중학교유형으로 이미 운영 중이다.

서울시의 경우 공정택 교육감이 학부모의 다양한 교육적 수요와 인재양성이라는 명분 아래 추진해왔지만 교육운동단체들은 입시명문화와 사교육 조장 등의 문제를 들어 국제중 설립을 적극적으로 반대해왔고 전교조 서울지부장은 지난 6월, 17일간의 단식을 통해 국제중 설립반대 의지를 분명히 했다.

이러한 상황이 전개되던 올 상반기, 서울시 교육감은 국제중 설립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큰데다가 4기 서울시 교육위원회에서 이를 거부하자 국제중 설립결정을 연기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5기 서울시교육위원선거 결과 교육위원의 보수적 경향이 두드러지자 서울시 교육감은 이를 강행하려고 두 학교 설립에 대한 허가 여부를 검토하다가 최근 교육부와 큰 마찰을 빚었다.

교육부는 국제중 설립은 바람직하지 않으며 이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시교육청에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번 영훈재단 국제중 신청 철회 사태는 근본적인 중단이 아니라 단순히 뒤로 미룬 것에 불과하므로 앞으로도 같은 논란이 재연될 불씨를 늘 안고 있다. 그러므로 차제에 국제중학교 설립 시도는 중단되거나 철회되어야한다.

그런데 국제중은 돈 있고 자식공부 잘 하는학부모들에게 무조건 이로울까? 그 질문에 대해 학부모들의 대답은 '절대 아니다'이다. 자녀의 국제중 입학을 위해 동분서주 하던 돈 있는 학부모들마저도 '잘못하다가는 국제중 보내려다가 내 자식 잡겠다'며 아이들이 불쌍하다고 고개를 절래절래 젓고있다. 보다 자세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국제중 입학경쟁은 무한경쟁이 되어기고있다. 최근 1-2년전부터 강남 대치동의 학원가에서는 국제중 입시를 위한 학부모설명회가 끊임없이 열렸다. 강남지역의 한 초등학교에 국제중(현재로서 입학이 가능한 경기도 청심국제중)에 입학을 원하는 학생은 한반 평균 5명씩, 6학년에서만 12학급 60명이라고 한다. 이러한 사정 때문에 일부 학원에서는 이웃 경기도나 서울 변두리 지역으로 학생을 전학시켰다가 그 학교 교장추천을 받아 1차 관문을 통과할 것을 권장한다고 하는데 실제 그것을 시도하려는 학부모도 여럿 된다고 하니 국제중 설립은 그렇지않아도 왜곡된 교육에 위기를 더할 것으로 판단된다. 몸과 마음의 건강을 위해 한참 뛰어놀고 친구를 사귀며 기초 사회생활을 배워나가야할 초등학생들이 1년, 4차례 시험기간중에는 밤 두시전에는 잠자리에 들지를 못하는데 공정택교육감의 교육관은 도대체 무엇이기에 아직도 국제중으로부터 미련을 버리지 못하며 학력지상주의를 주장하며 시험으로 아이들의 목을 옥죄이는가?

둘째, 전형방식의 문제이다. 학교장 추천으로 이루어지는 1차 전형은 학교당 4명에 불과하다. 그런데 국제중 입학지망생 60명 모두 '난다긴다' 하는 학생들인데 무슨 수를 써서 골라낼 것인가? 그 결과 초등교장들이 초등학생들의 과도한 학습노동으로 인한 혹사를 보면서도 이를 용인하고 방조하며 국제중을 인정하고있으니 이들이 과연 교육자들인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시도교육청들은 국제중 입학을 위한 전형방식으로 지필고사는 금지했지만 그것은 미온적이다. 현재는 1박 2일 동안 수험생들을 합숙시키며 입학전형을 실시하므로 그 안에서 어떤 시험을 보는지는 알 수 없다.

셋째, 비용과다와 사교육확대문제이다. 최근에는 초등학생을 위한 1년 어학단기연수가 필수이다. 국제중 대비 학원 1학급 15명중 10명이 단기어학연수를 다녀왔는데 연수에 드는 비용이 캐나다를 기준으로 학원에 내는 금액만 4800만 원, 그밖에 노트북 컴퓨터 구입, 비행기삯 등을 합치면 아이 당 6000만 원이 넘는다고 한다. 내가 아는 한 집은 지난해 단기어학연수에 두 아이를 보내 10개월간 1억2천만 원이 들었다고 했다. 국제중 입시경쟁이 치열하므로 학부모들은 효과와 상관없이 단기연수를 안했다간 국제중에 응시조차 부족하다고 생각하고 밑져야 본전이라며 유학을 보낸다. 그러나 이 초등학생들이 외국에서 토플시험을 보며 시험을 보다가 깜빡 존다든가, 점수결과가 안좋아 대원외국어고 재단에서 주최하는 인증시험을 보느라 비용이 또 들어 이 역시 학부모의 손이 가야한다.

한편 사정상 단기어학연수를 보내지 못하는 '토종파'를 위해 얼마 전부터 강남지역에서는 초등학생 토플반이 많이 개설되고 있다. 일부 학원의 경우 동시통역사 몇 사람이 모여 학원을 차리기나 일부대학이 발 빠르게 평생교육원형태로 학원을 차리는 등 학원설립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학부모들은 '강남은 학원수준이 다르다'며 감탄하고 있지만 여기서 '장사'가되면 분점형태로 강북과 일산과 분당 등의 수도권, 외국의 교민 거주 집중지역-미국 뉴저지 등에 차리고 있어 학원은 예전에 비해 차이가 좁혀지고 있지만 전국적 영향을 미치고 있는 현실이다. 하긴 중국어를 배우는 유치원생이 한둘이 아니니 더 말해 무엇하랴! 국제중학교를 가기 위한 사교육의 실상과 학부모들의 고통이 이렇게 도를 넘었는데 서울시교육감은 더 이상 아이들을 얼마나 더 괴롭히고 학부모들의 눈물을 뽑으려고 국제중 설립의 미련이 남았는가?

지금도 한국 학생들의 학습노동시간은 선진국 24-28시간보다 훨씬 많은 39시간으로 세계최장시간이며 세계유래가 없는 과도한 입시노동은 한국 학생들의 몸과 정신을 병들게 하고 있다. 그러므로 지금 시급한 것은 공교육감이 집요하게 파고드는 초등학생들의 국제감각이 아니라 공교육감부터 아동인권을 존중하는 국제적인 감각을 갖추는 것이 우선이다.

국제중 설립 문제, 공정택 서울시 교육감은 여론 봐가며 밀고 당길 것이 아니라 차제에 과감히 접어야한다.
덧붙이는 말

김정명신 님은 함께하는교육시민모임 공동회장으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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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이없군

    당신은 현실감각부터 익혀야 겠군. 세계가 무한 경쟁에 돌입한지가 언제인데 한가한 소리나 하고 자빠졌나? 당신이 걱정하는 열등한 당신 자식을 위해서라도 우리나라를 먹여살릴 소수 영재 교육은 꼭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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