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주은]의 ING

페미니스트라는 낙인

[조주은의 ING] ‘나는 페미니스트가 아니다’ 라는 진술이 묵인하는 것

우연히 남성들과 함께하는 모임에 나가게 되면 여성학을 공부하고 있다고 소개하는 내게 한 남성이 술이 몇 잔 들어간 후 조심스럽게 질문을 한다. “솔직히 한국사회에 여성부가 있다는 것 자체가 남성에 대한 역차별 아닌가요?” “요즈음 여성들에게 맞고 사는 남성들도 있잖아요.”

몇 천년 동안 남성 중심의 역사 속에서 남성의 소유물로 인식되었던 여성들, 공식적인 문자에 접근하기 힘들었던 여성들, 남성들의 성 노리개거나 부계혈통을 계승할 아들의 어머니로서만 사회적 성원권을 인정받았던 여성들이 이제 겨우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자마자 남성들의 반격(backlash)이 시작된다. 이러한 남성들의 저항은 성차별적인 사회에 대하여 문제제기를 하거나 그것에 저항하는 여성들, 일명 ‘페미니스트’에 대한 낙인과 연결된다.

가부장제 사회에서 여성주의자 혹은 페미니스트라고 자신의 정체성을 밝히는 여성들은 주류사회로부터의 (비)공식적인 추방을 각오해야하는 일이다. 역사적으로 권력의 중심에 있었던 남성들은 남성들과의 관계에 의존하지 않고 독립적으로 살아가려는 여성들에 대한 살인과 부당한 이름붙이기를 자행하였다. 대표적인 것이 중세의 무차별한 마녀사냥이다. 당시 마녀재판시, 기혼남성인 한 법관은 여성의 클리토리스를 발견하고는 ‘악마의 젖꼭지’라고 이름붙이고 마녀의 유죄 증가로 사용하였다. 법관은 마녀로 기소된 여성의 그것을 지나가는 행인에게까지 다 보여줬고, 그녀는 마녀로 확정 판결을 받아 처형됐다.

여성들의 성적 쾌락이 논의되고, 그나마 결혼관계에 있는 배우자 남성을 통해서 ‘허락’된 것도 근대 이후의 일이다. 19세까지도 소녀들이 배우자 남성을 통하지 않고 자위행위를 해서 스스로에게 쾌락을 선사하는 행위는 질병으로 간주되었다. 그러나 반대로 남성들의 자위행위를 막기 위해 페니스나 고환을 잘라버리거나 수술을 한다는 의료 기록은 아직까지 발견되지 않았다. 남성들과의 관계를 통하지 않고 삶을 살아가는 여성들은 위험한 여성들이기 때문에 마녀사냥의 대상이 된다.

우리 사회에서 여남관계를 왜곡시키는, 위험한 여성들로 간주되는 사람 중의 하나가 페미니스트이다. 페미니스트는 때로는 남성 역시 피해자가 될 수 있는 성차별적인 사회, 여성의 경험이 배제되거나 왜곡되어 편파적으로 구성되어 있는 사회들에 저항하는 사람들이다. 한국 남성들은 페미니스트들의 주장에 대하여 서구의 이론에 무분별하게 심취되어 있는 자유주의자 혹은 사회를 한 큐에 궤뚫는 보편적인 이론이 없고 몇몇 여성들의 사례만 나열하는 비이성적인 자, 남성들과 점잖게 협상하지 않고 한쪽 귀를 닫고는 자신들의 주장만을 옳다고 주장하는 싸움닭 취급을 한다.

페미니스트들의 목표는 우리사회의 기준인인 비장애인 남성, 그들의 경험으로 구성된 지식을 해체시키는 것이기 때문에 진지하게 보여지거나 제대로 들려지기 힘들다. 여성학을 공부하는 내가 인터넷 언론매체에 글을 쓸 때 ‘모 여성연구소 연구원’이라는 직위를 달면 거의 리플이 달리지 않는다. 그러나 내가 거의 비슷한 내용으로 글을 쓰며 ‘여성학자 조주은’이라며 페미니스트로서 내 자신을 드러내면 “저런 년의 혓바닥을 잘라라” “더 이상 글 못 쓰게 저런 여자의 손을 잘라라”는 악성리플로 도배가 된다.


‘낙인’은 사회적으로 배제되고 의미있는 관계망으로부터의 추방으로 의미된다. 페미니스트라는 낙인은 주류남성의 관계로부터 소외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위협적일 수 있다. 가부장제사회에서 남성의 관심어린 시선으로부터 벗어난다는 것은 여성들에게 의미 있는 자원을 획득할 기회의 박탈로 연결될 수 있다. 따라서 여성의 힘을 주장하는 여성들은 자신의 목숨과 삶을 내놓으며 싸워온 여성주의자 조상들로부터 많은 빚을 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페미니스트로서의 정체성을 극구 부정한다. 그래야만 남성중심적인 사회에서 살아남을 수 있으니까.

내가 좋아하는 가수 김윤아가 두 번째 싱글앨범을 냈을 때 나를 포함한 수 많은 팬들은 그녀 특유의 이미지와 앨범의 분위기로 인해 그녀를 페미니스트로 칭하였다. 그러나 그녀는 자신을 페미니스트라는 낙인을 정면으로 거부하였다. 학계에서도 불란서 페미니스트로 분류되는 크리스테바(Julia Kristeva) 등은 정작 본인들의 정체성을 페미니스트로 정의하지 않지만 사람들은 남근중심적인 언어, 글쓰기에 저항하는 그녀들을 향하여 페미니스트로 부르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이 사회에서 암묵적으로 남성들과의 관계 단절을 두려워하는 여성은 “나는 성이 두개(부모성)인 여자들을 별로 안 좋아 하는데...”라고 말하며 부계혈통을 정통으로 하는 사회에 저항하는 페미니스트에 대하여 반감을 나타내기도 한다. 그러나 페미니스트라는 낙인은 여성들이 만든 것이 아니다. 페미니스트라는 낙인은 권력을 상징하는 주류남성들이 감추고 싶어 하는, 두려움의 결과물이다. 그렇다면 남성들은 무엇을 두려워하고 있는 것일까? 대부분의 여성들은 남성과의 관계망에 의존하여 살아가지만 모든 남성들은 여성과의 관계에 기생하며 살아간다.

근대 이후 자율적인 주체로 호명되는 남성 개인은 남성성의 상징인 경제력을 근거로 ‘독립적인 자’로 의미된다. 그러나 남성들은 여성들의 노동에 무임승차하지 않고서는 살아갈 수 없는 불완전한 자이다. 자녀들을 대신 돌봐주고 각종 공과금을 대신 내주며 집안․자산관리를 해주는 여성, 남성들을 위해 성적 서비스까지 해주는 여성들이 없다면 남성들의 제법 우아해 보이는 삶과 관계망은 하루아침에 무너져 내릴 수 밖에 없다.

성적 이중규범에 의거하여 소위 ‘못참는 남성’은 남성의 삶과 욕망이 얼마나 여성의 노동과 몸에 기생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성적인 욕구 하나 자신이 관리하지 못하고 반드시 여성의 몸을 통해서 해소를 해야만 하는 남성담론을 보더라도 ‘독립적인 남성’이라는 규범이 얼마나 허구적인지를 보여준다. 따라서 페미니스트라는 낙인은 남성의 통제 하에 존재해야할 여성들이 자신들을 떠나가는 것에 대한 두려움, 남성들이 역사적으로 여성들에게 얼마나 ‘의존’하였는지를 반영한다.

페미니스트는 성별로 위계화된 불평등한 사회, 여성들의 경험을 사소하게 여기며 의미있는 것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사회, 여성억압에 대하여 저항하는 사람들이다. 페미니스트의 자격요건은 반드시 여성이어야 하는 것도 아니다. 인간을 1차적으로 ‘남성’ ‘여성’으로 구분하는 방식, 차이라는 미명하에 하나의 성 정체성과 성역할을 강요하는 사회에 대하여 문제제기하는 사람들은 모두 페미니스트이다.

따라서 ‘나는 페미니스트가 아니다’라는 진술은 “나는 성차별적인 사회에 찬성하며, 비장애․ 이성애자․소위 학력자본을 가진 남성들의 몸과 경험이 정상으로 간주되는 사회를 묵인한다’는 이야기이다.

우리 사회에서 “여성(부인) 등 처먹고 사는 놈(잡파)”의 이름 앞에 붙었던 ‘진보’라는 평가를 떼어낼 때, 여성노동에 대한 착취에 가담하였던 남성들의 성찰이 시작될 때, 여성들의 경험이 진지하게 받아들여질 때, 페미니스트에 대한 부당한 낙인과 편견은 거두어질 수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나는 말한다. “나는 (좌파) 페미니스트이다”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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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노동자

    조주은씨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한국의 페미니스트들 정체를 당최 모르겠어요.
    정희진씨 같은 사람들 보면
    요즘 사회양극화 같은 건 거의 얘기를 안합디다.
    오로지 반만년 동안 남자들한테 당해왔다는 얘기만 해요.
    지금 사람들 먹고 살기가 얼마나 힘든데
    이런걸 죄다 빼고 남자 얘기만 가지고 무슨 해결책이 나오겠어요.
    우리같은 성노동자들은 정말 빈부격차의 희생자들입니다.
    2004년 성매매특별법 시행직후
    성노동자들이 정봉협씨(현 여성가족부 권익증진국장)을 찾아갔어요.
    그 분이 성노동자들한테 뭐라 그런 줄 아십니까.
    너희같은 33만명 매춘부들이 다 죽어도 눈하나 깜짝하지 않는다는 거예요.
    정말 무서운 사람들이란걸 알았습니다.
    이런 사람들이 우릴 돕는다고 돈을 펑펑 쓰고 다닙니다.
    사실 우리가 아니고 자신들을 위해 쓰는 거죠.
    우리 성노동자들은 여성단체연합과 여성가족부 때문에
    음지에서 더욱 음지로 숨어다니면서 죽음같은 삶을 삽니다.
    왜 유럽같이 비범죄화나 합법화가 이땅에선 거론되지 않을까요.
    성노동자운동에 일부 페미니스트들이 연대하는건 고마운 일이지만
    대부분의 페미니스트들이 지닌 남성에 대한 적개심이나
    권력자 흉내내는 건 정말 못봐주겠습니다.
    페미니스트들 중에 진정 좌파가 있긴 있는 건가요?
    말씀속에 남성들 학력자본이 나오네요.
    남성들도 많이 배운 사람들은 한정된 게 아닌가요?
    우리 성노동자들을 죽이려 집창촌 폐쇄에 나선 여성단체에 있는 여성들도
    학력자본이 만만치 않은 모양이던데요.
    답변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 hh

    우리 사회에서 “여성(부인) 등 처먹고 사는 놈(잡파)”의 이름 앞에 붙었던 ‘진보’라는 평가를 떼어낼 때, 여성노동에 대한 착취에 가담하였던 남성들의 성찰이 시작될 때, 여성들의 경험이 진지하게 받아들여질 때, 페미니스트에 대한 부당한 낙인과 편견은 거두어질 수 있을 것이다. <---- 요걸 말이라고 합니까 지금? 왜 당신들을 사람들이 '꼴페미'라고 부르는지 알 것도같네요. 좌파페미니스트? 내가 볼 땐 기껏 부르조아적 위선에 사로잡힌 쁘띠부르조아요. 당신들의 작태는 정작 여성해방에는 조금도 도움 안 된다는 데 백원 겁니다.

  • ㅎㅎ

    정작 여성해방에는 별 관심도 없으신 분 같은데 왜 흥분하고 그러실까~?
    hh '당신들의 작태?' 조주은여성학자라는 사람이 한국의 페미니스트를 대표하기라도 하남요?

  • 답답하네

    밖에서는 진보,집에와서는 보수...
    이런 이중적인 모습을 보이는 사람들 정말 많죠
    진보란 생활속에서 구현되는거 아닐까요?
    거창한 곳에 진보가 있지는 않습니다

  • 기냥노동자

    학벌 넉넉한 자들은 마초건 급페건 기회주의자덜이 많소
    위에 성노동자 양반은 답변 기대하지 마소
    이넘의 나라에 합리적인 사람 찾아보는게 얼마나 어려운 일이오
    없는 사람위에 군림하는 자나 등쳐먹는 인간이나 그게 그거 아니겠소
    글타고 못배운 인간들이라고 답이 있다는건 아니외다
    이 사회 인간들이 많이 망가졌다고 말하는 거외다

  • zz

    너 잘났다..제발 난 페미니스트다라고 밝혀주세요...

  • 왜 페미니스트에 대한 반감이 이래 쌩뚱 맞게도 거셀까..... 페미니즘엔 분명 매우 다양한 스펙트럼이 존재하고 그 내부에서 여전히 계속 논쟁이 진행중인데.... 항상 보면..문제를 페미니스트 일반으로 싸잡아서 비난하는 투로 말하고 있다... 페미니즘적인 문제의식이 이사회에 여전히 의미있고 유효한 부분들이 많고 좌파나 운동단체 내에서도 받아들이고 있는데... 왜 페미니즘 전체를 싸잡아 비난하는 듯한 투로 나오는지.. 참

  • 음냐..

    당신들이 초래한 부분이 없지 않은지 반성도 가끔 해보시고...
    좌파 진영 내부의 비판은 인터넷 마초 찌질이들의 욕지꺼리와 분명 질적으로 다른데
    싸잡아 공격하는 것도 좀 그러네..내가 볼 땐 적어도 좌파진영에선 페미니스트란 지위는 일종의 권력이기조차 한 거 같고..성노동에 대한 당신들의 입장에도 찬성할 수 없고..설마 지금도 박근혜 지지하는 건 아니겠지? 횡설수설했지만 좀 바보 같다는 느낌이듭디다.

  • 허...

    음냐/좌파진영 내부를 싸잡아 공격하는 게 거슬리는 분께서 페미니스트란 지위 어쩌고 하며 싸잡아 말씀하시네요. 주류 페미니스트,그렇다면 비주류 페미니스트는 누구입니까? 주류 좌파 남성은 누구입니까,비주류 좌파 남성은요? 제 주변에는 페미니스트를 자처하면서도 누가 봐도 좌파적 정치성향을 가진 남성이 있습니다. 좌파진영과 페미니스트를 꼭 이렇게 구분지어야 할까요? 좌파 진영에서는 페미니스트들이 계급적 관점이 부족하다고 목에 핏대를 세우면서도 되려 페미니스트,좌파진영 이렇게 나누더군요(물론 페미니스트는 페미니스트고, 좌파는 좌파죠. 명명 자체에 대한 부인은 아닙니다.) 위 댓글들만 봐도 페미니스트 진영 내부의 일부 사람들의 주장에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주류,(전 이게 뭔지 감을 못잡겠습니다. 중산층 여성계-중산층인지 기층민중인지 확인해봤는지 궁금,여성권력계-대체 권력이 있으면 얼마나 있다고..권력이 더 생기면 뭐라고 이름붙일려나 모르겠습니다.남성 권력계라는 말은 없지요? ) 페미니스트 전체에 대한 비난이라고 여겨질 수밖에 없습니다. 좌파는 비판을 받아도 좌파인 것 자체가 비난의 대상이 되지 않는데 반해 페미니스트는 "저러 저러한 페미니스트!" 그 자체로 비난의 대상이 되죠. 저는 페미니스트라는 일종의 권력이기조차 한 거 같은 여성이면서도 저는 제가 좌파라고 생각합니다. 전 둘 중에 하나를 포기해야만 하겠군요. 그리고 박근혜는 예전이나 지금이나 지지할만한 가치가 없습니다. 그러나 극우꼴통 정치인, 박정희의 딸로써 상대하기는 싫어도 젠더적 관점에서는 한국사회에서 그 여성이 겪었을만한 고통은 이해한다는 것인데 바로 박근혜지지자가 되어버리네요. 정말 재수없고 꼴보기도 싫은 사람이 어쩌다 옳은 말을 해서 그건 맞다,라고 했다 칩시다. 그럼 나는 그사람 지지자가 되는건가요? 쯥..

  • 나참..

    좌파인 페미니스트에게 아무리 설마라도 박근혜를 지지하냐고 물어보는건 좀 황당하군요. 아마도 페미니즘 전체에 대한 모종의 혐의가 저런 이상한 추측을 하게 만들겠죠. 성노동에 대한 당신들 입장? 대체 당신들이 누구 말하는거지? 좌파페미니스트들의 입장? 좌파페미니스트 연대 뭐 이런데서 성명이라도 발표했었나? 뭐야.. 낙인을 당신들이 초래하지 않았냐고? 대체 여기서 당신들이 누군데? 이게 페미니스트 전체와 페미니즘 일반을 전부 싸잡아서 비난 하는게 아니면 뭐죠? 요즘 성노동운동하는 일부단체에서 특히 페미니즘을 못잡아먹어서 안달인것 같던데.. 그런식으로 하면 연대하려던 페미니스트들도 다 나가겠다.. 제발 페미니즘. 페미니스트라는 단어에 붙여놓은 그 이상한 혐의들을 던져버리시지.. 마치 우익이데올로기에 사로잡힌 사람들이 좌파 보고 '전부공산당빨갱이'라고 욕하는 거 같잖아. 공산당이라는 단어를 쓰는 사람들도 스탈린주의자들부터 평의회주의자까지 각양각색 아뇨?

  • 거참


    이름 도승근 (2006-09-12 21:28:26, Hit : 164, 추천 : 12)


    제목
    '노동'빠진 여성운동


    지난 11일 국가인권위원회는 "한국철도공사가 형식적으로는 도급사업주이나 외주화의 결정, 채용인원 및 임금수준, 면접, 교육 및 승무와 업무 지도, 감독 및 평가, 대외 홍보활동에의 동원 등에 있어 그 내용을 직접 결정하고 있고, 형식적 사용자인 한국철도유통에게 지배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방식으로 여승무원들의 채용과 고용조건을 결정하였음이 확인되므로, 한국철도공사가 국가인권위원회법상 피진정인의 지위에 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또한“여성을 특정하여 분리채용할 합리적인 이유가 없음에도 고객서비스를 부가가치가 낮은 단순반복적인 업무로 보아 이를 여성들에게 전담시키기 위하여 분리 채용한 것은 성차별적 편견에 근거한 차별행위"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어려운 표현들이 많지만 쉽게 말해 '원청사용자격'인 "한국철도공사는 손쉬운 노동자관리와 저임금고용을 전제로 외주업체를 세우고 편법적인 고용형태를 통해 차별행위를 저질렀다!"는 판단이고 '고용구조 개선 권고'라는 소극적이고 모호한 표현을 썼지만 "직접고용하는 것이 옳다!"라는 결정입니다.


    7개월째 거리에서 투쟁하고 있는 KTX승무원노동자들을 보며 이 사회의 '노동' 특히 '여성노동'에 대한 척도를 확인하고 있습니다.

    오늘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여성노동자들이 사회적으로 탄압받고 부당하게 차별받는 현실에 대해 즐비한 시민사회단체들, 더구나 여성단체들의 대응에 대한 지적입니다.

    대부분이 여성노동자인 학습지교사나 골프장 경기보조원들의 투쟁, 기륭전자 등의 투쟁에서 보듯 여성노동자들에 대한 일상화된 차별은 심각한 상태입니다.

    그러나 수개월째 투쟁을 벌이고 그 과정에서 해고와 손배청구 등 자본과 보수, 기득권력이 할 수 있는 모든 수단과 방법을 통해 그들의 저항의지를 꺽는 동안에 대한민국의 수많은 시민사회단체와 여성단체들은 성명서 한장 내놓는 것조차 힘겨워 합니다.

    시민사회단체들이나 여성단체들과 다양한 이슈에 함께 연대하고 토론하면서 공통의 가치를 이야기하고 평등한 세상을 위해 노력하고는 있지만 그들이 노동의제, 특히 여성노동의 심각성과 극복과제를 위한 의지에는 항상 회의적인게 사실입니다.

    사상 최초의 여성총리에다가 여성헌재소장까지 탄생을 목전에 둔 상황에서 분명 여성의 사회적지위는 변화의 기미를 보이고는 있지만 과연 그러한 것들에 환호하는 여성단체들이 당장 거리를 헤매는 여성노동자들의 권리회복과 차별금지를 위해 얼만큼 고민하고 노력했는가를 분명히 살펴야 합니다.

    한겨레에서 여성의 인권신장을 위해 '말'좀 하던 최보은이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로 "박근혜도 괜찮다!" 라고 말하는 인식의 중심부에는 이처럼 탈계급화한 여성지식인들의 기만적인 의식구조가 도사리고 있는 탓입니다.

    복잡한 레토릭(수사)들 다 벗어던지고 여성단체들이 여성노동자들이 부당하게 해고되거나 탄압받는 현상에 대해 '분노'하고 그 대책마련을 위해 '올인'했다면 지금도 거리를 헤매고 있는 KTX여성노동자들이나 목숨을 건 단식투쟁을 벌이고 있는 기륭전자의 여성노동자들이 더이상 눈물 흘리지 않고 정든 일터로 좀더 빨리 돌아갈 수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얼마전 올린 글에서 충북 청원의 한 금속노조사업장에서 임금차별받던 여성노동자들의 문제를 협상을 통해 해결했다는 소식을 전한 적이 있습니다.

    노동문제와 담을 쌓고 있는 '진보연'하는 시민사회단체들과 여성노동문제에 둔감한 여성단체들을 보며 늘 안타까움을 느끼고 있습니다.

    ================================================================

    도승근씨도 극렬 페미니스트들한테 다구리 좀 당할거 같네




  • 음냐..

    허../제 글 어디에서 좌파와 페미니스트를 별개의 카테고리로 구분했습니까. 비판하려거든 상대방의 발언 내용을 먼저 이해하세요. 대꾸할 의욕조차 안 생기는군요.

  • 허...

    그닥 이해할만한 발언 내용이 없는 것 같아서말이죠.. 음냐님이 말한 그 당신들 그 어휘만으로도 이미 페미니스트들 니들은 우리 좌파랑 달라! 이렇게 말하는 것 같네요. 앞뒤 전황 구분없이 니들 박근혜 지지하냐?라는 구닥다리같은 멘트도 마찬가지, 최보은씨가 박근혜 지지한다고 한때 말했다는 것은 저도 익히 들어 알고 있었으나 그 발언을 페미니스트들의 박근혜 지지선언으로 들으셨다면 유감이네요. 어디서 극우꼴통을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지지하냐며 따지고 싶으셨으면 앞뒤전황 따져보시고 물으셨어야죠. 듣는 박근혜혐오자 무지 황당합니다
    거참/ 극렬페미니스트? 대체 어떻게 해야 극렬소리를 듣는건지 좀 가르쳐주시면 안될까요? 얌전한 페미니스트를 원하셨나본데 죄송합니다 극렬 좌파님(극렬하니까 조선일보와 포털찌라시 게시판이 생각나는데 왜일까)

  • 성노동자

    프레시안에 나온건데 이른게 있네요.

    프레시안 : 책을 읽으면서 상대방의 연구에 이견이나, 아쉬운 점은 없었나?

    전순옥 : 영국에서 공부하면서 서구의 여성학자들이 아시아 개발도상국 여성노동자들을 어떻게 바라보는지를 알게 됐다. 그들은 아시아 여성노동자들이 경제성장 과정에서 겪은 희생을 보면서, 여성노동자들을 '희생자로 개념화((victimization)'하곤 한다. 대부분이 이런 접근인데 나는 이렇게 제3세계 여성들을 대상화시키는 것에 대해 비판적이다.

    제3세계 여성들은 무조건 순종적이면서 희생을 묵묵히 받아들이지 않았다. 자기들을 없애기보다는 오히려 현실의 모순을 떨쳐 일어나려는 움직임이 활발했고, 우리나라의 70년대 여성노동운동은 그 단적인 예라고 볼 수 있다.

    <현대 가족 이야기>를 읽으면서도 그런 접근이 좀 묻어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남편이 현대자동차 노동자이긴 하지만 그도 노동자 출신은 아니지 않느냐, 조주은 씨도 마찬가지고. 그러다보니 조주은 씨도 노동자 가족들 속에 파묻히기보다는 한 발 떨어져서 '관찰자의 시선'으로 본 게 아니냐는 느낌을 받았다.

    조주은 : 물론 그런 측면에 있다는 걸 부인하진 않겠다.

    사실 울산에서 이 책은 일종의 '금서'다. 나는 남성 노동자들이 이 책을 읽기를 원했다. 그들이 이 책을 읽고 성찰할 부분이 있다면 성찰하고, 너무 일상이나 관성에 젖었던 자기들의 모습을 이 책을 통해 스스로 객관화시켜 자기비판의 계기로 삼기를 바랐는데...... 남성 노동자들은 아예 안 읽더라. 남편 동료들한테 책에 대해서 물어보면 말을 안 한다. 왜 자기들 사는 모습을 공개적으로 까발려서 우리를 죽일 놈을 만드느냐, 자본가를 욕하고 기업을 욕해야지 왜 우리를 비판하느냐, 이런 식이다.

  • 음..

    자본가와 기업을 욕해야지
    일상속에 쩔어사는 남성 노동자들을 주로 씹는 건(씹을 수야 얼마든지 있지만) 뭔가 많이 씁쓸합니다.
    말 됩니다. 페미니스트 중에서 자본주의 제대로 공격하는 사람 찾아보기 힘들지요. 뜨거운 가슴이 없이 맹한 머리만 있는 사람이 많습니다.

  • 페미니스트

    덧글 논쟁을 보며, 페미니스트에 한 마디에 경악하는 남(여)를 보며 이런 말이 생각납니다. "반성없는 가학자(가해자)들에게 피해자의 존재는 그 자체로 공포다."
    페미니스트들의 주장과 요구가 남성집단(혹은 얼굴만 여성인 여성)을 싸잡는다는 불만에 머물 게 아니라 그걸 넘어서는 게 필요합니다. 무엇을 이야기하고 있는지 오히려 차가운 머리로 생각해봐야지요.

  • 허허

    "그러나 남성들은 여성들의 노동에 무임승차하지 않고서는 살아갈 수 없는 불완전한 자이다."
    이 말에 반박할 수 있는 사람이 있나?
    다른 복잡한 얘기들 모르겠다. 나는 그저 이 말에 부끄럽지 않게만 살려고 한다.
    남의 노동 착취해서 살아가는 자본가들이랑 똑같아 질 순 없는거다.

  • jkl

    그러나 남성들은 여성들의 노동에 무임승차하지 않고서는 살아갈 수 없는 불완전한 자이다."
    이 말에 반박할 수 있는 사람이 있나?
    에 올인. 구구절절히 다 맞는 말인데 왜 그러실까? 페미니스트말만 나오면눈에 불을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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