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정명신]의 학부모의힘

논술 특강대학들의 오만과 망상

"대학, 논술로 교육풍토 단번에 바꾸겠다는 오만 버려야"

주변에서 '차라리 학력고사 시절이 낫다', '옛날에 태어났다면 나도 대학에 못갈 뻔했다'등 2008 대학입시를 둘러싸고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그중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논술시험이다.

대학들이 수험생들을 선별하기위한 고충을 모르는 것은 아니나 대학들이 신입생을 선발하기 위해 들이는 현재와 같은 노력과 전형방식은 아쉽게도 그들이 원하는 인재를 발굴해내지 못할 것이다. 대학에 합격하기위해 학부모들이 신용불량자를 감수하면서까지 투자하는 온갖 사교육은 무한 경쟁인 대학입시 앞에서 '일회용'일 뿐이다. 더구나 논술은 내신과 수능에서 측정한 것을 또 다시 측정하는 것이므로 2중으로 부담을 주므로 금지되어야 한다. 논술 능력은 단기적으로 하나의 방편으로 배양될 수 없는 것이며, 공교육의 정상화를 통하여 이루어진다. 이것은 학교 교육을 충실히 받고 학교 교육에 학생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으로 이루어진다.

교육부나 각 대학이 대학 선발의 무슨 묘책이 있는 양 사교육을 강조하거나 교사대상 특강을 하는 등 소란을 떠는 것은 교육에 혼란만을 가져오는 것이다. 자신의 주장과 생각을 말과 글로 표현하지 못하는 사람은 교육을 받지 못한 사람이며, 교육이란 바로 이러한 배움을 가리키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논술이 필요하면 전국의 고교에서 가르쳐야 맞지 지금처럼 200여개 대학 중 40개 대학이 대입 논술고사를 실시하는 것에 만족하는가? 이에 따라 논술을 배울 경험도 갖지 못한채 고교를 졸업하는 학생에 대한 차별은 어떻게 해소할 것인가? 미대, 체대, 음대입시를 학교에서 준비해주지 못한 것이 기정사실화되었듯이 논술도 그 전철을 밟을 것인가?

대학 측에서는 고등학교 교과서를 벗어나지 않는다고 장담하지만 한국처럼 정답이 있는 논술시험은 본고사에 다름이 아니다. 미국SAT 2중 에세이 시험만하더라도 '용기에는 다양한 얼굴이 있다'가 에세이 주제이다. 여기에 무슨 정답이 있을 수 있는가? 여기엔 수험생의 사고의 다양성, 가치, 논리력, 문장력, 수험생이 주제를 소화하고 단어를 사용하고 문법을 적용하는 능력이 중시될 뿐 이다. 그러나 한국대학들이 요구하는 논술, 특히 통합논술은 이러한 능력을 측정하는 의도로부터 한참을 벗어나있다. 한국대학들이 논술시험을 실시하는 진정한 의도가 의심스럽지 않을 수없다.

대학들은 수능 성적에 따른 학교차를 들고 나오고, 수능 등급제에서 오는 변별력약화를 예로 들지만 실제 문제가 되는 대학들은 세칭 중위권 대학들이며 그 대학들은 논술시험을 치룰 엄두를 내지 못한다. 속칭 명문대학들이 수험생을 선발하기 위한 변별력은 수능 1등급 4%로 확보된 셈이고 수능 점수 반영비율을 높이면 일정부분 되는 해결되는 지점이 있음에도 이를 마다하며 논술시험을 도입하는 것은 대학들이 입시권력을 갖는 교두보를 마련하기 위해 전혀 필요없는 것을 고집하거나 아니면 입시에 대한 자의성을 갖기 위한 것으로 밖에 볼 수 가 없다.

지난 2005년 봄, 내신 성적이 '너 죽고 나 살기'라는 급우간 무한 경쟁이 되며 고교생들이 거리로 뛰쳐나오는 절규가 있었지만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교육부는 내신중심입시를 강조하였다. 내신의 공정성에 대한 학부모들의 불만도 높아가고 '내신! 내신!'을 외치며 시험 때 마다 피 말리는 예비 입시 전쟁을 치뤘지만 내신 실질반영률은 10%미만으로 수험생을 허탈하게 만들고 있다. 결국 주요대학들이 교육부를 농락한 꼴이다. 솔직히 여기엔 교육운동단체도 일조한 것이 사실이다. 교육운동단체들은 입시와 관련해 다음과 같은 주장을 폈지만 관철시키지 못했다. 내신중심입시를 주장한 단체 중에 하나로서 굳이 변명을 하자면 내신에 대한 불신과 불만에도 불구하고 학교 밖으로 향한 교육의 관심을 학교 안으로 불러들이자는 판단이 강하게 작용했다.

교육운동단체들은 '학벌과 학과 서열화가 있는 이상 과당경쟁을 피할 수 없으며 입시를 어떤 식으로 바뀌어도 부작용은 새로운 형태로 생겨날 것이다. 다만 그 중간과정으로 공교육정상화를 위해 내신중심입시가 가장 낫지만 석차 백분율 등을 기재하여 내신 성적이 변별력이 있지 않으면 대학들의 불만이 심각하게 표출될 것이다. 더구나 중하위권대학은 9등급제로 인해 동점자가 속출하고 엉켜 당락을 승복하지 못하는 사례도 생길 것이다. 그러므로 수능 성적을 등급과 함께 표기하여 대입 기초자료로 제공해야한다. 동시에 수시1,2차를 폐지하고 동시에 시험을 치루되 수능 성적만으로, 내신만으로, 특기만으로 동일한 날짜에 치루는 트랙 형 입시를 실시하자, 적절한 공부시기를 놓치고 뒤늦게 공부하는 지각생들을 위해 수능만으로도 입시를 치룰 수 있도록 하자. 지금처럼 수험생을 여러 잣대로 평가한 후 이를 합산하는 것이 아니라 한 가지만 잘해도 대학을 갈 수 있도록 하자' 등이었다.

내신, 수능, 논술로 이루어진 2008 대입 전형 방식은 철인 삼종 경기와 같다. 자전거, 수영, 마라톤 기록을 합산해서 승자를 가리는 것인데 철인삼종은 승리자체와 기록을 중요시한다기보다 경기과정에서 자신과의 싸움, 인내와 극기에 더 큰 목적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만약 올림픽경기에서 지구력이 필요한 마라톤, 힘이 필수인 역기, 기량이 돋보이는 체조 세 가지 경기를 치루어 합산해서 최후 승자를 가리고 월계관을 씌워준다면 그런 경우 살아남을 자 누구이며 과연 그런 방식이 가치가 있는가? 한사람의 승자를 가려내기위해 여러 방면에 승자가 될 수 있었던 마라톤, 100미터 단거리, 역기, 체조, 투포환, 농구, 다이빙 선수 들은 단지 수많은 패자에 불과할 뿐이다. 대학들이 주장하는 내신, 수능, 논술을 합산하겠다는 것은 이와 마찬가지 결과를 가져온다.

교육현장에서 대입논술시험의 왜곡과 부작용에 대한 비판의 소리가 높자 대학들이 이번에는 교사 대상 논술특강을 하겠다고 나섰다. 어불성설이다. 논술시험 첨삭이나 대비는 몇 시간 형식적 교사연수를 거쳐 가르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현재 서울시교육청에서 실시하는 교사대상 논술교육이 교사들의 요구를 충분히 소화하지 못하고 시늉만 내고 있다. 대학들이 논술시험에 단골로 출제하는 동서양고전, 시사문제 등은 현재 교사들로서도 소화시키지 못해 자기 연수기회를 가져야하는 실정이다. 이와 같은 상황아래 대학들은 무슨 배짱으로 고교교사 논술특강을 자임하고 나서는가? 대학에 논술이 도입되고 몇 년이 지난 후 지금껏 해결책 없이 개인에게 떠넘겨진 이 문제를 어떤 묘책을 내세울 것인가? 누가 고교 교사들에게 무엇을 언제 준비해서 가르쳐 불과 1년 남은 대입논술시험을 대비시킨다는 것인가?

대학들은 일선 고교현장의 형편을 무시한 전형방식인 논술시험을 치루어 고교교육풍토를 단번에 바꾸겠다는 오만과 망상에서 깨어나야 한다. 교육부와 각 대학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사교육 논술특강에 돈을 쳐들이고, '외워쓰는 논술'로 만족해야하는 2008 대입예비 수험생이하 유치원생, 입시 '교육'이라는 미명아래 가당치않은 피해를 고스란히 감수해야하는 수험생들의 실상을 읽고 제대로 된 입시정책을 세워야한다.
덧붙이는 말

김정명신 님은 함께하는교육시민모임 공동회장으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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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 대학 , 입시 , 논술 , 수능 , 본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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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꿘즐

    당신네 교육운둥꿘 얘기 다 들어주려다가 이 지경까지 온 것 아닌가.
    "논술" 가지고 눈 가리고 아웅하지 말고, 차라리 과목별 지필 본고사를 부활시키는 것이 학생들과 학교 모두에게 좋을 것이다. 94년-96년 본고사 치고 입학한 학생들이 지금 학생들보다 더 공부를 잘 한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 아닌가. 지금의 "논술"처럼 부담이 심하지도 않고, 게다가 학교도 시험 관리하기도 편하다. 나아가 3불정책도 폐기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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