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정명신]의 학부모의힘

대입수능과 부모 마음

"인생은 대학입시 하나로 결정되는 단거리경주가 아니다"

수능시험이 며칠 앞으로 다가와 대입 수험생을 둔 가정은 지금쯤 초긴장 상태일 것이다. 11월 13일 입시반대페스티발에서는 청소년들이 ‘입시제도가 사형제도보다 더 많은 사람을 죽이고 있다’며 입시단두대를 깨부술 것을 외쳤다. 최근 3년간 학업문제로 인한 고민때문에 자실밖엔 길이 없다고 생각하는 학생이 20%가 넘는다는 통계자료가 발표될 만큼 학생들이 겪는 입시스트레스가 점차 심각해지고 있으며 주변에서 초등학생이 사설 학원 특목고반에 불합격해도 아이들이 크게 낙담하고 있다.

이렇듯 청소년기 학생들이 불행해하는데 수험생들의 입시스트레스를 가중시키고 부추기는 것은 다름 아닌 가족, 특히 아이를 제일 사랑한다는 엄마들이다. 나도 예전에 겪었지만 ‘불수능’이라는 2002 대입수능 시험날, 모두들 너무 낙심하여 수험생 엄마들에게는 아예 전화를 안 하는 것이 예의였다. 올해도 수능시험 결과에 따라 각 가정에서 펼쳐지는 풍경이 걱정되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엄마들에 따라 양상은 다르지만 아예 외부 전화를 받지 않거나, 두문불출 등은 비교적 일반화 되어있는 풍경인데 당연시 되는 이러한 풍경을 시급히 어른스럽게, 담담하게 바꾸어내야 한다.

점차 엄마들이 아이들 공부에 올인하고 있다. 실제로 수험생 뒷바라지 하느라 직장을 퇴직하는 경우는 새로운 이야기가 아니다. 어떤 경우는 아이들 대학에 입학할 때까지 이혼을 미루는 경우도 있다. 더구나 요즘은 입시가 복잡해짐에 따라 가히 정보전이라 할 정도로 각 대학이 반영하는 전형요소가 달라서 정보가 당락에 영향을 미치게 됨에 따라 점차 엄마뿐만 아니라 아빠도 사설학원의 대학입시 설명회를 부지런히 쫒아 다니는 등 온가족이 치루는 총력전이 되어가고 있다. 물론 이런 것은 시간적 경제적 여유가 있는 가정에 해당되겠으나 이 땅 모든 부모들이 여유만 되면 아이 대학입시에 최선을 다하고 싶은 것이 공통된 심정일 것이다.

‘아이 성적은 엄마의 능력이다’ 라는 생각이 퍼져 아이가 좋은 성적을 내지 못하거나 좋은 대학에 합격하지 못하면 아내는 내조를 잘못한 것처럼 남편에게 미안해하고 있으며 아버지들도 직장에서 ‘무조건 창피하다’ 라고 생각한다. 그 결과 노후 준비에 필요한 돈을 모두 사교육비에 투자하거나 가계 수입의 절반 이상을 사교육비에 지출하고 있으며 남편이 반대해도 집을 담보로 잡히고 사교육비를 충당하는 경우도 있다.

실제로, 엄마들 아이 성적이나 입시 결과 때문에 서로 경쟁심 많이 느껴 서울 강남지역으로 이사를 해서 아이가 강남지역으로 전학을 해도 주변 친구들에게는 비밀로 하고 적응이 된 다음 공개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이렇게 엄마들 간, 동료 간 경쟁심을 많이 느끼는 것은 한국사회는 학벌 사회로 모두가 승자가 되기 어려우며 승자독식사회이기 때문이다. 이렇듯 대입 관심을 이용해 사설학원, 백화점, 지자제 등이 다 나서고 있어 더욱 경쟁심을 조성하고 있는 현실이다.

자녀의 양육과정에서 자녀의 대입시험결과 혹은 자녀학업 과정 중에 부딪히는 수많은 시험 - 초등학생 시절 받아쓰기부터 대입논술, 입사 면접시험에 이르기까지 본인이 노력한 결과를 본인이 감당하고 극복하는 것은 인생에서 반드시 겪어야할 중요한 과업이다. 부모 세대가 이를 겪어냈듯이 피해갈 수도 없으며 피해가서도 안 된다. 자녀가 이 경험을 긍정적으로 치루어내 인생에 도움이 되도록 부모는 최대한 도와주어야 한다. 그러므로 자녀가 대입에서 좋은 성적을 내지 못하였을 때 아이보다 부모가 먼저 낙심하거나 괴로워하는 것은 부모로서 인간적인 면모일 수도 있겠으나 성숙하지 못한 행동이므로 엄격히 자제하는 것이 필요하다.

아무리 시험 결과가 맘에 안들고 설령 아이에 대해 많이 불만스럽더라도 부모와 자녀가 최선을 다한 과정과 결과에 대해 인정하고 아이를 격려하고 위로 해주어야 하며 다음 단계를 향해 나아갈 수 있도록 힘과 용기를 주어야하는 것이다. 부모 세대들은 먹고 살기 바쁜 부모들에게 따뜻한 위로의 말을 들은 적이 없더라도 세대가 바뀌고 경제사정이 달라져 먹고 살만한 부모로서 우리 세대는 성숙한 마음가짐과 여유를 바탕으로 덜 각박하게 새로운 과업을 해내야하는 것이다.

만약 며칠후 자녀의 수능시험성적이 나쁘다면 아무 말로도 위로가 안 되겠지만 입시가 한국사회에서 인생의 최대관문 중 하나임에는 틀림없으나 인생은 대학입시 하나로 결정되는 단거리경주가 아닌 장거리 마라톤게임이라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그리고 다 지나놓고 보면 ‘입시결과에 대한 탄식과 실망이 내 자식을 위한 것이기 보다 부모인 자기 자신을 위한 욕심이 컸다’는 것도 깨닫게 되기 때문이다.
덧붙이는 말

김정명신 님은 함께하는교육시민모임 공동회장으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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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입시 , 수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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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청

    참세상은 혹시 국립대 통합네트워크란 것을 알고 계신지요. 이 글의 요지는 자식이 성적이 좋지 않아도 부모는 격려하고 위로해야한다는 것이네요. 물론 그것이 중요하지 않은 일은 아니지만, 근본적으로 한국의 교육 체제가 학벌 체제라는 것을 지적하는 것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수능철에 맞춰 건강관리법이니 수능 잘보는 법이니 떠드는 언론들과 참세상은 얼마나 다른지 질문을 던져봅니다. 전 참세상을 홈페이지로 지정해놓을 정도로, 민중들의 삶을 고민하고 그것을 말하는 참세상은 큰 의의를 지닌 언론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사교육비로 민중들의 삶이 얼마나 고통받고 있는지, 학생들이 얼마나 입시지옥에서 시달리고 있는지를 참세상이 고민하고 있는가를 보면 전혀 그렇지 않다고 과감히 말하겠습니다. 수능 때 맞춰서 이런 글 하나 올려놓는 것으로는 민중언론으로서 해야할 역할이 아니라고 봅니다. 교육은 한 사회의 이데올로기를 생산, 재생산하는 중요한 통로입니다. 그 교육이 학벌에 종속되고, 민중들은 그 학벌체제 속에서 신음하고 있는데, 왜 민중들이 고통받고 있는지,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이 어디 있는지, 어떻게 해결해나갈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 없이 단순히 성적 안 좋은 자식을 격려해주자는 둥의 소리를 하는 건 보수 언론도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참세상이 이런 식의 물타기 같은 보도를 할 것이 아니라, 학벌에 대해서 꾸준한 기획 기사를 낸 다거나, 학벌 체제에 대해서 심층적인 보도를 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합니다.
    민중언론 참세상을 지지하는 한 독자로써 앞으로 참세상의 행보를 관심있게 지켜보겠습니다.

  • 달팽이

    혹시 참세상에서 삭제를 했나요. 욕설이나 인신공격성 비난글이 쓰여진 것도 아니고 정당한 비판을 한 글인데, 어디로 사라졌는지 궁금하군요. 어떻게 된 일인지 답변 부탁합니다. 이틀내로 답변이 없으면 조중동과 똑같은, 아니 그보다 더 쓰레기같은 언론이라고 생각하겠습니다.

  • vngk

    쓰레기같은 언론이라고 생각하든지 말든지.. 보지말거면 보지마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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