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완군]의 토마토 던지기

아무도 노무현에게 인민의 삶을 시장에 내다팔 수 있는 권리를 주지 않았다

[완군의 토마토던지기] '종합대책'이 묘사하는 정권말의 풍경

‘언어의 감옥’ : 제조업을 넘어 서비스업을 향하는 자발적 자유화 조치들로 국민 소득 3만불 시대로 가자는 주술의 통치

한미FTA 협상을 중단하라는 함성이 청와대 앞마당에까지 메아리쳐졌던 지난 2006년 7월 재정경제부는 <우리 경제의 미래…서비스산업에서 찾는다 Beyond Manufacturing>는 단행본을 발간하였다. ‘고학력 실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금융, 물류, 법률, 회계, 컨설팅, 의료, 교육처럼 고부가가치 지식기반 서비스 산업을 육성하는 것이, 한국의 노동 구조에 꼭 필요하다’는 화려한 수사가 책의 맨 앞장을 장식하고 있다. 아울러 이른바 ‘두바이스러운’( 중동 지역의 조그만 변방 어촌에 불과했던 ‘두바이’가 관광, 비즈니스 등 서비스산업 육성을 통해 단기간에 ‘사막위의 기적의 도시’라 불리우는 세계적인 도시로 급성장한 것에 주목하는 신조어)혁신적 마인드와 자신감을 가져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물론, 전혀 새로울 것은 없다.

참여정부는 출범 이후 지속적인 성장, 일자리 창출, 사회 양극화 해소라는 명분으로 ‘서비스산업의 고부가가치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해왔다. 전혀 아구가 맞지 않는 배열이지만 겉보기에는 매우 그럴싸한 국정 목표가 되어주었다.

참여정부 출범 이후 우리 경제의 미래를 서비스산업에서 찾겠다는 대책이 발표된 것도 벌써 여러 번이다. 서비스 분야별 T/F(2004~2005년 서비스 분야별 T/F 활동 시 중점 검토 사항은 ① 진입자격, 가격, 행위 등에 있어서의 경쟁 제한적이고 시장원칙에 맞지 않는 규제 개선방안, ② 업종 분류, 각종 부담금, 금융, 세제, 재정 등 측면에서 제조업에 비해 차별적인 제도의 개선 방안, ③ 시장개방, 외국인 투자유치, 전략전 제휴 등을 통한 자본 및 선진 경영 기법 도입 방안, ④ DDA협상 대상 해당 분야 서비스에 대한 개방 입장 정리 등 이었다고 한다 _ 재정경제부, <우리 경제의 미래…서비스산업에서 찾는다 Beyond Manufacturing>, 2007 )를 구성하여 2003~2004년 중에는 ‘관광수지 개선 대책’, ‘서비스 분야 세제․금융 인프라 개선 방안’, ‘비지니스 서비스’ 등 총 18개 서비스 분야의 경쟁력 강화 대책을 발표하였고, 2005년에는 문화, 관광, 레저, 생계형 서비스, 광고, 방송 등 총 27개 서비스 분야를 선정하여 관련 대책을 발표한바 있다.

이쯤 되면 이번에 정부 21개 부처 명의의 메머드급 규모를 자랑하여 발표된『서비스산업 경쟁력 강화 종합대책』(이하 종합대책)은 서비스산업을 향했던 참여정부의 열렬한 짝사랑의 최종적 고백이자, 한미FTA 협상의 최우선적인 추진 근거로도 제시된 바 있는 ‘서비스업의 경쟁력 강화’의 결정판으로 읽혀져야 할 것이다.

참여정부의 이러한 인식과는 별개로 경제의 패러다임이 제조업에서 서비스산업으로 이동했다는 것은 분명히 인정해야 하는 사실관계이다. 1990년 이후 우리 경제의 고용 창출과 부가가치는 서비스산업이 주도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는 영국의 경제학자 C. G. 클라크가 《경제진보의 제조건:The Conditions of Economic Progress》(1940)에서 산업체계를 분류하며 사용한 산업구조의 구분에 따르자면 지극히 자연스런 현상일 뿐이다.

일정 규모 이상의 경제 현황을 지닌 나라들은 생산된 원료를 가공하는 1차 산업을 거쳐 이를 재가공 ․ 재생산하는 2차적 생산을 수행하는 산업(광공업, 제조업, 건설업 등)으로 이동하여 마지막으로 이것들을 기초로 하여 서비스를 생산하는 3차산업(상업·금융업·보험업·운수업·통신업·관광업·광고업 등)으로 경제의 단계가 이동해 간다. 또한 생산과정의 발전에 따른 유통 부문과 국제 교역의 확대와 소득의 증대, 이를 뒷받침하는 이데올로기로서의 신자유주의 체제의 확산이 경제 지표에서 서비스산업의 비중을 자연스레 높이고 있다.

따라서 서비스산업을 향한 참여정부의 호들갑은 생뚱에 불과하며 그 과장된 생뚱맞음의 뒤에 깔린 정치적 맥락을 고려해야 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경제 규모의 변화에 따라 자연스럽게 움직이고 있는 시장의 흐름을 참여정부는 뒤늦은 신대륙이라도 발견한 듯 호도하며, 그야말로 촌놈 겁주는 방식의 ‘주술의 통치’를 하고 있다. 한국사회는 DJ와 노무현을 거치며 모로 가도 서비스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기만 하면 국민소득 3만 달러에 이를 수 있다는 ‘언어의 감옥’에서 헤매이고 있다. 그리하여 서비스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명목으로 ‘자발적 자유화 조치’들이 추진되고, 그것은 궁극적으로 자본주의 모순을 치유하는 정책이 아닌, 모순을 배제하여 시야에서 사라지게 만드는 선택의 연속이 되고 있다.

자발적 자율화 조치의 함의 : 삶의 패러다임과 체질의 근본적 변화

97년 이후 한국 사회에서 유령처럼 메아리쳐지고 있는 공공부문 개혁과 서비스 산업의 경쟁력 강화가 최우선적 경제 정책의 의제로 설정된 맥락을 살피는 것은 경제 체제의 근본적 변화 맥락을 이해하는 매우 중요한 작업이다. 보다 과학적 분석이 필요하겠지만 분명한 것은 대다수의 출발들이 자발적 필요와 의지가 아닌 외부적 요구와 의도에 의한 것이었다는 점이다.

이것은 이른바 규제 개선과 제도 개혁으로 포장되어 ‘자발적 자유화’ 조치들을 정당화하는 논리로 사용되어 왔다. 이렇듯 스멀스멀 이뤄진 ‘자발적 자유화’ 조치들은 경제의 체질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고 이는 다시 삶의 패러다임을 이동하는 결정적 악순환을 계속하고 있다.

그간 한국 사회에서 ‘자발적 자유화’ 조치들을 둘러싼 풍경은 “강행과 반대”의 강고한 구조가 지루하게 반복되는 것이었다. 이 지리멸렬함을 뒤엎기 위해서는 다각적이고 다층적인 논쟁을 풍성하게 유도하는 것이 우선 시급하다. 이것은 기간 신자유주의 반대 운동에 대한 평가와 함께 신자유주의라는 거시적 개념어에 대한 반대가 사회적 파급력을 갖기 위해서는 미시적으로 이뤄지는 ‘자발적 자유화’ 조치들에 대한 성실한 대응이 무엇보다 중요함을 지적하고 있다. 따라서 교육/의료 시장 개방, 제주특별자치도로 이어지는 일련의 ‘자발적 자유화’ 조치들의 총합적 수렴의 위상을 지닌『종합대책』은 현 단계 우리 사회 내/외부를 둘러싼 신자유주의 논의가 함의하는 것과 그 결과를 내다보는 장으로 기획/배치/논의되어야 한다.

현재, 우리에게 주어진 상황은 호의적이라고까지 하긴 어렵겠지만 나쁘지만은 않다. 앞서 밝힌바 노무현정권의 경제 정책은 내용의 여부와는 상관없이 그 무엇 하나 움직일 힘을 잃었으며, 그간의 ‘자발적 자유화’ 조치들이 교육과 의료 분야에 집중되며 ‘경제특구/자유무역지대’와 같은 한정적 공간에 국한되는 양상을 통해 전국적 논란으로 확산되는 것을 비껴갔지만, 이번『종합대책』은 문화, 관광, 물, 지적재산권 등 사회 모든 부문의 구체적 권리까지 영역을 넓히고 있다는 점에서 필연적으로 일상적 영역의 사회적 쟁점을 만들고 갈등을 동반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또한 『종합대책』은 정부 스스로 인정하는 바와 같이 한미FTA 협상을 앞두고 행해지는 최후의 정지작업의 성격을 갖는다. 3월 한미FTA 협상 타결을 목표로 정권 말기 사회적 관심이 정치 영역에 집중된 사이 신자유주의를 분산/확산시키는 ‘자발적 자유화’ 조치들이 은근슬쩍 추진되고 있다. 국회 운영위를 통과한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안”, 공공기관의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 등과 함께 한미FTA 협상의 매개로서『종합대책』을 주목해야 한다.

처참한 사회 공공성 파괴 : 공공성을 둘러싼 모든 쟁점들을 무화하는 독선적 조치

또한『종합대책』에서 특히 주목해야 할 부분은 가장 기본적인 공공 영역으로 인정되어 온 교육, 의료, 미디어 등의 분야에서 자행되는 처참한 수준의 사회공공성 파괴이다. 공공성 혹은 공공영역에 대한 분분한 개념 혼란과 논의가 있지만, 기본적으로 공공성은 ‘어떤 특정 집단이나 계급에 의해 그것이 닫혀 있거나, 어떤 자격을 조건으로 내세울 때, 더의상 의미를 획득하기 어렵다.’(1 문화과학사, <21세기 한국사회와 공공영역 구축의 전망>, 1998, 이해영/황기돈 ) 그간의 대표적인 공공성 사수 투쟁들의 쟁점 역시 이 부분을 중요한 논리적 근거로 진행되었다.

이번『종합대책』의 심각성은 공공성 사수 투쟁의 최전선에 있었던 주요한 분야, 부문의 쟁점들을 모두 무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의료의 공공성을 지키는 최소한의 제도였던 ’비영리법인‘ 규정을 포기하고 영리 병원 체인을 설립하고 민영 의료보험의 전면화 등을 통해 의료를 시장화(자세한 내용은 보건의료단체연합, <[긴급성명] 노골적인 병원 및 보험회사 종합선물세트, 노정권은 기어이 한국의료를 ‘시장판’으로 만들겠다는 것인가>, 2006. 12. 15)하고, 영리 교육 법인을 설립하고 영어 교육에 대한 강박적 집착에 사로잡혀 초중등 교육을 개방하여 교육을 영리 산업화(자세한 내용은 전교조, <초중등교육을 이윤추구의 수단으로 하는 종합대책 즉각 철회하라!>, 2006. 12. 15) 하는 등 이번 『종합대책』에 사회 공공성을 둘러싼 첨예한 전선적 쟁점들이 일방적으로 쓸려가고 있다.

의료와 교육 뿐만 아니라, 문화, 미디어, 물 등 거의 대부분의 공공의 영역을 모두 시장화하는 이번 『종합대책』에 근본적으로 맞서는 저항을 조직해내지 못할 경우, 향후 불어닥칠 막대한 시장화의 광풍을 제어할 최소한의 기반조차 확보할 수 없을 것이며, 공공성이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범위와 영역은 급격히 초라해질 것이다.

서비스산업 경쟁력 강화의 선전으로 민중의 생존권을 덮을 수는 없다.

이번『종합대책』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참여정부의 지난 4년을 살펴봐야 한다. 참여정부의 지난 4년은 거듭된 ‘사회개혁의 실패’’와 ‘신자유주의 조치의 전면화’로 요약할 수 있다. 일련의 정치적 기회들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참여정부는 스스로 정치적 파산의 길을 재촉하였다. ‘부동산발 경제 공황설’로 요약되는 민생경제의 파탄은 정권 말기의 풍경을 한층 참담하게 만들고 있다. 이 총체적 파산을 단박에 역전시켜 주리라던 한미FTA 협상 역시 내/외부적으로 만만치 않은 것이 사실이다. 신자유주의 조치들을 극단으로 밀어붙이고 있지만 경제의 지표는 전혀 반등하지 않고 있는 형국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발표된『종합대책』은 자발적 자유화 조치의 전면적 시행을 통해 경제 체질의 근본은 서비스업 중심으로 바꾸고 이를 통해 신자유주의 경제 개혁의 단계적 완성을 실현하려는 마지막 몸부림이다. 여기서 매우 중요하게 살펴야 할 것은 『종합대책』이 갖는 이데올로기적 배치이다. 앞서 밝힌 바,『종합대책』은 경제적 효과를 노리는 것이라기보다는 참여정부가 놓여져 있는 열악한 정치적 국면이 경제에 적나라하게 반영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어야 한다.

『종합대책』발표와 시기적으로 맞물려있는 노무현의 행보가 이를 직간접적으로 증명하는데, 노무현은 사회개혁의 실패했다는 평가를 전면적으로 부정하며, 그 책임을 자신을 제외한 모두에게 돌리는 분열증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참여정부가 시장의 신뢰를 완전히 잃었다는 것이다. 최근 부동산값 폭등 파동 과정에서 드러났듯이 참여정부 4년의 결산은 시장의 무엇하나 움직일 수 없는 총체적 무능으로 결론지어졌다. 따라서 『종합대책』은 정책의 내용 및 추진할 능력의 검증을 통한 새로운 비전의 제시가 될 수 없으며, 풍비박산 난 참여정부 4년의 결산을 위장하고 국면을 타개하기 위한 ‘허장성세’일 뿐이다.

따라서『종합대책』의 핵심적 문제는 바로 이 지점에서 짚어져야 한다. 참여정부의 풍비박산은 2가지 사실을 분명히 하고 있다. 하나는, 참여정부의 실패가 신자유주의 정치세력의 일부 분파가 몰락하는 문제의 파급을 넘어서 민중의 생존권에 가해지는 위협의 밀도를 심화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 사회의 양극화는 신자유주의 체제를 설명하는 유명한 비유였던 ‘20 : 80’ 사회를 훌쩍 뛰어넘어 이미 ‘80’을 배제하는 단계로 나아가고 있다. 단적인 예가 최근 부동산 파동의 해법이라고 할 수 있는데, 후분양제/원가공개 논란은 실제 수억 원에 이르는 아파트를 구매할 수 없는 절대 다수 계층의 주거불안과는 전혀 상관없는 그들만의 논의이다. 요약컨대 『종합대책』은 이러한 상황을 반영하는 ‘허장성세’조차 끝내 민중의 생존권을 향하지 않고, ‘산업 경쟁력 강화’라는 신자유주의적 기술로 요약․점철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이와 맞물려 중요한 것은 노무현으로 대변되는 신자유주의 정치 개혁이 몰락하는 반대급부를 불천지의 신개발주의자 이명박이 챙기고 있는 현재의 정치적 상황이다. 이명박의 급부상과 이번『종합대책』은 신자유주의 속성이 폭로되고 정치․경제적으로도 신자유주의 분파가 파산하는 것과는 상관없이 신자유주의의 위상은 더욱 굳건히 강화될 것임을 본격적으로 예고하는 계기이다. ‘제조업보다는 서비스업,’ ‘서비스산업 경쟁력 강화를 통한 국가경쟁력 강화’, ‘신성장 동력의 육성’ 따위의 평이한 구호들이 신자유주의 입체적 모순들을 호도할 새로운 6년이 준비되고 있다. 결론적으로『종합대책』 자체의 세부 내용에 맞서는 정책적 개입의 필요 이상으로 신자유주의의 입체적 모순이 심화될 흐름에 대응하는 태세를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이에 맞서는 기획은 준비되고 있는가, 그렇다면 과연 무엇인가?
덧붙이는 말

완군 님은 문화연대 활동가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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