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와 안정을 토대로 남북관계 전망 열자

[기고] 2007년 남북관계의 과제와 전망

아쉬움이 많은 모양이다. 경공업․지하자원 개발 협력이나 군사․평화체제 부문에서 많은 논의를 이끌어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작년 7월 미사일 발사 이전의 남북관계보다 한 단계 진전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있었는데 그 수준에 머물렀기 때문이리라. 정말 욕심도 많다. 그것이 그리 간단치 않은 데 말이다.

남북관계도 행동 대 행동(?)

항상 그래왔듯이 이번 제20차 남북장관급회담(2.27-3.2 평양) 결과에 대해서도 말 들이 많다. 일단 이재정 통일부 장관이 대북지원에 관한 ‘이면합의’ 논란을 일으켰다. 통일부에서는 공식적으로 부인했지만 그것을 장관의 말 실수로 정리하기에는 석연치 않다. 정부가 퍼 주기 논쟁에 대해 과민한 거부반응을 보이는 것 같다. 이번에는 대북지원을 놓고 지나치게 민감한 반응을 보일 필요는 없을 듯 하다. 2.13합의로 인해 남북관계가 6자회담에 따라 좌우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즉 2.13합의의 초기 조치 이행시한인 4월 14일 이후에 지원을 하기로 한 것이다. 어찌 보면 대북지원이 북한 설득의 유효 카드가 된 셈이지만 6자회담과 맞물려 가는 것은 유쾌하지가 않다.

그럼에도 이번 장관급회담에서는 남북관계 정상화의 기틀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북측도 회담 결과에 대해서 만족감을 표시했다고 하니 향후 전망에 대해서도 다소 희망적이다. 남북간 신뢰회복의 기폭제는 이산가족 상봉 등 인도적 사업이었다. 일단 3월 27일부터 3일간 제5차 이산가족 화상상봉을 하게 된다. 지난해 4월 18차 장관급회담에서 합의한 국군포로·납북자 문제를 적십자회담의 틀에서 논의키로 한 것도 소기의 성과로 평가된다.

3대 경협사업 중의 하나인 경의선·동해선 철도개통 문제도 다시 본격적인 실무회담을 벌이게 된다. 상반기 중 열차 시험운행에 합의했지만 아직 낙관하기에는 이르다. 어떤 변수가 작용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중단됐던 남북대화도 활기를 띨 전망이다. 당장 3월 9일 금강산에서 열리는 이산가족면회소 건설 재개를 논의하기 위한 남북 적십자 단체 간 실무접촉을 시작으로 경추위 위원 접촉(14-15일), 제8차 적십자회담(4월10-12일), 13차 경추위(4월18-21일), 제21차 장관급회담(5월29일-6월1일), 6.15 및 8.15대축전 행사 등이 잇따라 열리게 된다.

이번 회담에서 북측은 2.13합의 이행 의지를 보여줬다. 공동보도문에는 “한반도의 비핵화와 평화보장을 위해 ‘2.13합의’를 원만히 이행하도록 공동으로 노력키로 했다”고 표현됐다. 예상대로 실천의 의지가 확인되었다. 긍정적이다. 그래서 우려가 된다. 이번 회담을 통해서 남북 양측은 동일한 전략을 사용하고 있다. 남측은 2.13합의 이행여부에 따라 대북지원을 하고 북측은 대북 지원 여부에 따라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하겠다는 복안이다. 남북관계도 ‘행동 대 행동’의 원칙이 적용된 셈이다.

극명한 대조를 보인 2006년

금년 들어 북한이 남북관계만큼은 적극적일 것으로 예상되었다. 평양 시내에는 ‘핵보유국’ 구호 대신 경제건설을 강조하는 현수막으로 대체되었다. 신년 공동사설에서는 경제를 최우선적으로 취급하여 ‘경제강국 건설과 자력갱생’을 가장 커다란 화두로 내걸었다. 공동사설이 나온 1995년 이래 경제발전을 상당히 절박한 것으로 인식한 것은 처음이다. 작년에 남한의 어느 대북지원 단체에서 북한의 수확량 저조로 인해 올해 100만 명 이상의 아사자가 발생할 수 있다는 목소리를 높였을 때도 한갓 기우에 지나지 않겠거니 했다.

하지만 지속적으로 ‘먹는 문제’를 강조하는 북한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보니 정말 장난은 아닌 것 같다. 그런데 북한의 자력갱생은 진즉 물 건너갔기 때문에 결국 외부에 의존해서 해결하는 방법 밖에는 없다. 남한과 국제사회의 지원 외에 다른 대안이 없는 것이다. 그래서 북한이 남한의 지원 때문이라도 남북대화에 적극 나설 것이라는 결론에 이르게 된 것이다. 북한의 먹는 문제 비극이 남한에게는 좋은 기회가 되는 희비극의 순환구조가 재생산되는 것이다. 물론 남북관계를 좌우하는 상위변수인 북미관계에 전념해야 하는 조건에서 남북관계에 대한 전망이 구체적이지 못하고 불투명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작년의 남북관계는 2005년 후반기 BDA(방코델타아시아) 사태로 인한 북미관계 대립의 후폭풍에 휘말리고 말았다. 시작은 나쁘지 않았다. 경의선 동해선 열차시험운행 합의, 일본인 납북자 요코타 메구미의 남편인 납북자 김영남씨의 어머니 상봉 등으로 세계의 이목을 끌기도 했다. 하지만 북측이 시험운행을 하루 앞둔 5월 24일 무기 연기하면서 무산됐다. 열차 운행을 위한 북측의 군사적 보장조치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때부터 남북관계는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했다.

광주 6.15민족대축전에서 드러난 불협화음은 7월의 미사일 시험 발사를 계기로 대북 쌀 및 비료 지원 중단과 이산가족 상봉 중단이라는 맞대응을 낳았고, 이후 10.9 핵실험과 유엔안보리결의 1718호 채택 등을 거치며 남북 당국간 대화도 끊겨 남북관계가 답보상태를 면치 못하였다. 한반도 외부의 대립과 내부의 대립이라는 이중적 대립 구도가 펼쳐지게 된 것이다. 특히 대북 금융제재는 6자회담의 모멘텀을 상실하게 만들었고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 등 북한의 잇단 초강수가 남북 관계를 끊어버렸다.

상반기의 활발한 남북관계가 하반기에는 급격히 냉각돼 극명한 대조를 이뤘다. 미사일에 이어 핵실험 정국이 한반도 전역을 지배했기 때문이다. 여전히 남북관계는 북핵 문제의 완전한 해결 없이 확대 발전은 물론 현상 유지조차 어렵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뼈저리게 확인한 1년이었다. 그렇다면 2007년 남북관계는 6자회담이 핵심 변수이며, 단절된 대화의 복원 과정과 동력이 한반도 정세와 맞물리면서 제2차 남북정상회담으로 어떻게 이어질지가 주요 관심사이다.

남북관계와 6자회담의 관계

북한이 올해 들어오면서 남북관계에 적극적인 자세로 나오고 있다. 1월 1일의 신년 공동사설, 공동사설 해설기사, 1월 17일 발표한 정당·정부·단체 연합성명 등에서 이러한 기류가 확연하다. 지난 1월 19일자 <조선신보>는 “새해 벽두부터 연달아 표명되는 조선(북)의 통일의지에 남측이 호응할 경우 올해 북남관계는 새로운 발전 국면에 들어설 수 있다”고 보도함으로써 경우에 따라서는 놀랄만한 정책을 내놓을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또한 1월 17일 성명에서는 “금강산관광과 개성공업지구 건설을 비롯한 민족공동의 협력 사업을 활성화해야 한다”며 “6.15민족공동위원회를 발전시키고 조국통일 운동의 주체적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제협력사업과 민간교류를 축으로 남북관계를 끌어가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지만 중단된 남북관계를 복원하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대북 인도적 지원이 재개되면 당국간 대화도 봄눈 녹듯 사르르 풀릴 수 있다는 것이다.

보다 중요한 것은 남북관계 개선이 기본적으로 핵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과 병행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두 개의 대화 틀을 두 축으로 삼아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를 만들어 가야 한다. 2.13합의와 뒤 이은 남북장관급회담으로 남북관계는 정상화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북한 핵문제가 남북관계 진전을 가로막아 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남북관계 자체가 6자회담에 종속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형식적으로는 남북관계와 6자회담 트랙을 분리해야 한다. 그것은 남북관계를 국제적 시각으로 바라보는 강한 외교부의 논리에서 한반도적 시각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그래서 남북관계의 독자성이 필요하며 6자회담과의 병행 추진을 통해 북핵문제 해결과 남북관계 발전의 선순환적 진전을 이뤄나가야 한다. 6자회담이 잘 가면 남북도 잘 가야하겠지만 6자회담 진행이 안 되더라도 남북은 진행되어야 한다. 6자회담에 지나치게 보조를 맞추면 우리의 목소리는 실종될 수밖에 없다. 북미간 기 싸움에 남북관계가 밀려서는 안 된다.

최대 화두는 평화와 안정

올해 남북관계에서는 무엇보다 제2차 남북정상회담이 ‘뜨거운 감자’가 될 전망이다. 대통령 선거 정국에서 남북관계가 정쟁에 희생될 수 있기 때문에 사회적 논란에 휩싸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성사여부를 떠나서 가장 커다란 화두임에는 틀림없다. 2.13합의로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 외교를 통한 해결의 원칙이라는 큰 가닥이 잡혀, 정상회담 추진을 가로막던 장애물이 걷혔다고 할 수 있다. 그 다음은 모든 것이 열려 있다. 정상회담은 정상이 하는 것이니, 대통령의 판단사항이다. 또 상대방인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판단도 중요하다. 상대방의 기대와 성과가 맞아 떨어질 때 가능한 것이다.

이와 함께 북한의 남한 정치 개입도 또 하나의 변수로 작용할 것이다. 금년 북한의 신년 공동사설도 예년과 마찬가지로 기본 틀에서는 커다란 변화가 없었다. 과거와 달리 핵선군주의를 자랑스럽게 강조하고 있는데, 여전히 선군주의는 다른 모든 것에 우선하고 있다. 남북관계에서는 6.15정상회담 이래 꾸준히 강조해 온 ‘민족중시, 평화수호, 민족단합’ 원칙을 제시하고 있다. 작년 2006년과 비교해서 구호와 강조점이 다소 차이가 있지만, 그리 대단한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가장 눈에 띠는 것은 올해 남한의 ‘대통령 선거’ 정국을 언급하고 또 구체적으로 한나라당을 “매국적인 찬미반동 보수세력”으로 규정, “남한 내 반보수 대연합을 실현해 올해 대선을 계기로 한나라당을 매장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점이다. 올해처럼 구체적으로 당명을 거론하면서 대통령선거에서 패배시키자고 나온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이러한 북한의 내정간섭적인 주장이 실제 행동으로 이어져 대선정국에 영향을 줄 경우 남한은 사회적 갈등과 혼란으로 한바탕 홍역을 치를 것이다. 북한이 남한 정세와 대선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오판에서 벗어나지 않는다면 남북관계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올해 남북관계 전망이 여전히 불투명한 것도 이 때문이다.

북한은 자신들의 개입이나 간섭이 남한의 어느 누구도 환영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무엇보다 북한의 올바른 정세 판단과 냉철한 현실인식이 필요한 해이다. 그래서 올해 최대 화두는 평화와 안정으로 모아져야 한다.
덧붙이는 말

배성인 님은 본지 편집위원으로, 한신대 교수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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