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도형] 민변

투자자-국가제소권은 위헌, 협상 타결 무효

[기고] 투자자-국가제소권의 위헌성

노무현 대통령이 한미FTA를 결정하고 말았다. 한미FTA가 비준되고 나면 이제 사회 전반에 변화가 불가피할 것이다. 한미FTA 협상 내용 하나하나 중요하지 않은 게 없다. 그러나 가히 두려운 것은 투자자-국가제소 제도(ISD, Investor-State Claim)다.

투자자-국가제소 제도란 FTA 협정을 체결한 투자 대상 국가가 협정을 위반하는 경우 투자자로 인정되는 자가 대상 국가를 세계은행 산하의 국제투자분쟁중재센터(ICSID)에 제소할 수 있는 제도를 말한다. 즉 미국의 투자자가 우리 국가의 어떠한 조치로 자신의 투자가 손해를 보게 될 경우 그 투자자는 국제투자분쟁중재센터에 우리 국가를 제소하여 보상을 청구할 수 있게 된다.

알려진 것처럼 미국 기업 메탈크래드가 멕시코 정부를 상대로 제소한 사건은 하나의 사례에 불과하다. 메탈클래드가 선택한 수단은 NAFTA 협정 11조였다. 멕시코 지방정부와 주민의 반발로 수익을 못 냈다며, 미국 기업이 멕시코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걸어버린 것이다. 메탈클래드는 멕시코 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였고 멕시코 정부는 165억 원을 배상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투자자-국가제소 제도에 의하여 보호 대상이 되는 투자의 개념은 투자자가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소유, 통제하는 모든 자산으로서 현재의 자산뿐만 아니라 미래의 실현 가능한 이익까지 포함하는 매우 광범위한 것으로서, 우리의 헌법과 법률이 보장하는 재산권보다 그 보호 범위가 훨씬 더 넓다.

그 결과 “재산권의 행사는 공공복리에 적합하도록 하여야 한다”는 헌법 제23조 제2항의 규정에 근거하여 실시되고 있는 우리 나라의 공공정책은 얼마든지 미국 투자자의 소송 대상이 될 수 있게 된다. 비단 부동산, 조세, 환경, 인권, 보건 및 복지 등의 공공정책뿐만 아니라 법률과 제도 심지어는 법원의 판결까지도 협정 위반이라는 이유로 제소될 수가 있다.

그리고 그 소송에 대한 심판은 우리 나라의 법원이 아닌 미국 투자자들의 대리인이라고 할 수 있는 ICSID의 중재인들이 맡게 되고, 이들의 결정에 따라 우리 나라는 미국 투자자가 입은 손실을 모두 보상해 주어야만 하는데, 그로 인한 피해는 혈세를 내는 국민들에게 고스란히 돌아오게 된다.

이와 같이 한미FTA 협정에 들어있는 투자자-국가제소권 조항은 내용적으로는 미국 투자자를 미국법이 정한 기준에 따라 보호하는 것이고, 절차적으로는 미국법에서 정한 것보다도 유리하게 중재절차를 이용할 수 있게 한 것이다. 한마디로 미국 투자자에게만 엄청나게 유리한 것이다. 이렇게 미국 투자자를 우선적으로 보호함에 따라 지금까지 우리나라가 오랜 시행착오를 겪으며 어렵게 시행하여 왔던 공공정책과 법제도를 무너뜨릴 수 있는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그리고 헌법적으로 볼 때 미국 투자자와 우리 국민을 차별대우하여 평등권을 침해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우리 나라의 법원은 전혀 사법적 기능을 할 수 없고 나아가 법원과 헌법재판소의 판결조차도 제소의 대상이 될 수 있어 사법주권을 침해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투자자-국가제소권의 위헌성에 대해서는 그 동안 여러 법률가와 헌법학자들이 누누이 문제를 제기해 왔으며 심지어 법무부조차도 그 위헌성을 인정하였다. 법적으로 난해한 간접수용이나 비위반 제소의 문제에 대해서까지 따져볼 필요 없이 이처럼 국민의 평등권과 사법주권을 침해한다는 이유만으로도 투자자-국가제소권의 위헌성은 충분히 인정될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한미FTA 협정을 통하여 투자자-국가제소 제도를 도입하는 것은 사실상 헌법을 개정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따라서 한미FTA 협상 비준을 막아내지 못할 경우, 헌법상의 개헌 절차에 따라 국민투표를 거쳐 위헌성 문제를 해결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우리 국민들의 현재와 미래에 운명적인 영향을 미치게 되는 한미FTA 협정의 체결은 노무현 대통령 혼자의 결단에 의해서만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노무현 대통령의 협상 타결은 위헌의 소지가 많으므로 무효이며, 따라서 한미FTA 협정 정식 체결을 막아야 한다. 특히 투자자-국가제소권의 위헌성은 실로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으므로 국정감사와 청문회를 열어 한미FTA의 위헌성을 국민 모두가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덧붙이는 말

김도형 님은 민주화를위한변호사모임에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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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범국본짱

    투자자국가제소권이 얼마나 무서운지 이제 곧 경험하게 될 거다,,,사실 한미fta중에 미국이 한국에 관철시키고 원했던 것중에 가장 큰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것이 있다면 이거라고 생각했는데,,,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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