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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은 한 번만이라도 三省하라

[김규종의 살아가는 이야기] 삼성의 사과와 배상을 촉구한다!

‘일일삼성 一日三省’이란 말이 있다. 공자의 제자로 효심 많았던 증자가 반성적인 자아를 간결하게 표현한 말이다. <논어>의 ‘학이편’에서 유래한 ‘일일삼성’은 21세기에도 여전한 귀감이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인간이 갖추어야 할 기초적인 덕목이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들에 대한 성실한 배려, 벗을 대하는 굳건한 믿음, 언제나 배우려는 자세가 ‘삼성’의 근본이다.

태안에 대규모 기름유출 사고가 발생한지 어느새 7주가 넘었다. 기름은 타르 덩어리 등으로 형태를 바꿔 가며 충청도를 넘어 전북 군산을 지나 전남 영광을 거쳐 제주도 앞바다까지 진출했다. 피해액이 어느 정도일지 누구도 헤아릴 수 없는 형편이다. 지금까지 밝혀진 바에 따르면, 사건은 삼성중공업 소속 해상크레인이 유조선을 들이받아 발생하였다.

사건의 직접적인 당사자인 삼성은 이런 와중에 끈질긴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삼성은 사건 경위가 낱낱이 밝혀진 다음에야 입장을 표명하겠다고 말을 극도로 아끼고 있다는 것이다. 얼마 전에 발표한 사과문은 발린 말에 지나지 않는다.

기름유출 사고는 ‘삼성특검’과 맞물린 미묘한 시점의 대형악재다. 김용철 변호사의 내부고발로 촉발된 ‘삼성 비자금’ 수사에 국민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 시점에 진행되고 있는 사건이다. 대한민국 대표기업 삼성의 두발에 시뻘건 불똥이 맹렬하게 타오르고 있는 형국이다.

삼성은 비자금 사건을 비판적으로 보도한 한겨레와 경향에 두 달 넘도록 광고를 주지 않음으로써 재갈을 물렸다. 반면에 ‘조중동’과 같은 우호적인 언론사에게 광고를 몰아주고 있다. 기름유출 사고에 대해서는 일언반구 대꾸도 하지 않는 ‘모르쇠 전략’으로 일관한다.

‘초일류’를 내세우며 “아내와 자식을 빼고 다 바꾸라”고 일갈했던 이건희 회장의 경영방식이 고작 이런 것인가 하는 우울한 의구심이 든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고사하고, 최소한의 인간적인 예의마저 무시하는 것이 초일류 기업이라는 삼성이 지향하는 궁극적인 목표인가.

1월 19일 세 번째 주민이 분신과 음독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숨통을 조이는 절망을 이기지 못해 돌아올 수 없는 길을 떠난 것이다. 하지만 삼성은 오늘도 굳게 입을 봉하고 있다.

몇 년 전 삼성은 불법적인 경영권 승계의혹, 법조계와 정치권의 불법자금 제공의혹이 잇따라 밝혀지면서 곤혹을 치렀다. 그것을 무마하고자 삼성은 2006년 2월 대국민사과와 함께 8000억 원이라는 거금을 마련해 사회에 헌납하기로 결정하였다. 하지만 그런 방식은 언 발에 오줌 누는 격이다.

사태를 본질적으로 해결하려는 자세가 아니라, 당장 급한 불을 꺼보려고 얕은 수를 쓴 것이다. 이제라도 삼성은 그와 같은 저급한 전철을 밟지 말고 바른 길을 걸어야 할 것이다. 기름유출 사고의 가장 큰 피해자인 태안 주민들에게 무조건적으로 사죄를 구하고, 회삿돈과 사주의 돈을 털어서라도 피해 어민들에게 전액 배상해야 한다.

삼성은 참여정부의 최대 수혜자로 불린다. 삼성과 참여정부, 그들에게는 공통분모가 있다. ‘모르쇠’ 전략이다. ‘한미자유무역협정’을 반대하면서 택시기사 허세욱 씨가 분신 자살을 했지만 정부와 대통령은 침묵으로 일관했다.

오히려 그들은 협정주도자들을 극찬하면서 논공행상하기에 분주했다. 삼성은 기름유출 사고와 주민들의 자살에 눈과 귀를 막은 채 손익계산서 작성과 홍보에 혈안이다. 인간에 대한 가장 기본적인 예의도 갖추지 못한 정부와 기업이 잘될 리 만무하다.

사람으로 살아가는 최소한의 도리부터 배우고 참여와 초일류를 말해야 할 것이다. 삼성(三星)은 몇 년에 한 번만이라도 제대로 삼성(三省)하기 바란다.
덧붙이는 말

김규종 님은 경북대 노어노문학 연구자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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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 제주도 , 비자금 , 태안 , 타르덩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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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삼성맨

    삼성은 반성 할 집단이 아니다. 노동삼권을 인정하지 않은 불법범죄집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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