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군의 이라크 월경 군사행동의 역설

[기고]터키군 군사행동 성공적 종료?

터키군의 이라크 월경 군사행동이 약 열흘 여 만에 끝났습니다.

터키군의 발표로는 수백 명의 쿠르드 게릴라 요원을 사살한 성공적인 군사작전을 마치고 철수하노라고 말하지만, 쿠르드 게릴라측의 발표는 81명의 터키군이 죽음을 당했고, 9명의 게릴라 요원이 희생되었다고 합니다.

터키군 "무모했다"

터키군과 쿠르드족 게릴라간의 전투 현황과 관련된 발표는 터키 군부의 발표 보다는 쿠르드족 게릴라쪽의 발표를 더 신뢰할 수 있습니다. 성공적인 PKK(쿠르드노동자당) 토벌 작전이었다는 터키 정부의 발표는 믿을 수는 없는 것입니다.

  쿠르드족 게릴라를 상징하는 깃발을 든 집회 참가자

며칠 전에는 캔들 산 밖에서 터키군이 빈 산악지역에 대고 공격을 해대는 모습을 캔들 산에서 이뤄지고 있는 터키군의 군사작전인 양 보도하던 터키 언론인 4명이 이라크 쿠르드 자치정부의 정보기관에 의해 발각되어 추방을 당하는 코미디 같은 상황이 발생하기도 하였습니다만, 물론 터키 언론에서는 이와 관련한 보도를 찾아볼 수는 없는 일입니다.

사실 이번 군사작전은 여러 가지로 이해할 수 없는 무모한 것이었습니다. 겨울의 산악전투에는 그간 30여년 가까이를 산에서 활동해온 게릴라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할 수밖에 없습니다. 심지어 전직 터키군 참모총장마저도 겨울에 PKK(쿠르드노동자당) 게릴라를 상대로 전쟁을 하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라고 공개적으로 비판했을 정도입니다.

그래서 터키군의 희생은 어찌 보면 예상보다 적은 것으로도 보입니다. 그리고 이번 군사적전 초기 거의 PKK(쿠르드노동자당)를 궤멸시킬 것처럼 기세등등하던 터키군이 느닷없이 철군한 후에 ‘철군이 완료’ 되었음을 발표하였습니다. 철군 바로 직전까지도 ‘철군 계획 없다’라고 연막을 치다가 말입니다.

이번 터키군의 이라크 국경 침탈한 군사행동은 처음은 아닙니다. PKK(쿠르드노동자당)가 군사 저항을 시작한 이후, 지난 25년간 25회 이상 지속되어 온 것입니다. 그리고 지금도 2~3천 여명의 터키군이 이라크의 쿠르드족 영토 내에 주둔하고 있습니다.

이 지역의 상황을 뻔히 알고 있는 국제 언론이 새삼스럽게 터키의 이라크 영토 침해 등등을 운운하며 대서특필 하는 것이 필자에게는 이상하게 보일 따름입니다.

하지만 어찌됐던 지난 25년간의 터키의 이라크 국경 침탈의 역사에서 이번 군사행동이 몇 가지 특이한 점이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먼저 그 규모가 세 번째로 큰 대규모의 군사행동이라는 것입니다.

"이라크도 반대했는데...왜"

그리고 또한 이라크 정부 혹은 쿠르드 자치정부의 페쉬메르가의 협력이 묵인을 받은 후에 국경을 넘었던 이전과는 달리 이번에는 이라크 정부와 쿠르드 자치정부의 공식적인 반대-물론 쿠르디스탄 연방의 한 축이자 이라크 대통령인 탈레바니 쪽에서는 묵인하기로 한 것으로 보입니다만, 이라크 중앙정부와 쿠르디스탄 자치정부의 수반인 바르자니 쪽에서는 이번에는 정말로 터키의 이번 군사작전을 반대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탈레바니 또한 공식적으로는 이번 군사작전을 반대하는 발언을 하고 있습니다. 어찌됐건 대통령이 다른 나라 군대가 자국 영토를 불법으로 넘어온 것을 환영한다고 말할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를 무릅쓰고 국경을 넘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번 군사행동은 사실 PKK(쿠르드노동자당)를 상대로 한 것이라기보다는 다른 여러 복합적인 정치적인 목적이 더 강한 것으로 보입니다.

먼저 터키 국내정치 문제입니다.

현재 터키 정부는 이슬람주의를 앞세워서 세속주의의 수호자임을 자처하는 군부와 갈등을 빚고 있습니다. 어찌되었건 법적으로는 행정부가 군부의 위에 자리잡고 있기에 쿠데타를 다시 일으키지 않는 이상은 군부가 사회에 행정부보다 더 큰 영향력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전쟁을 해야만 한다는 것입니다.

둘째로 이라크 내부의 문제에 개입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있습니다.
이라크의 쿠르드 자치정부에 키르쿠크라는 유전지대가 편입되는 것을 막는 것입니다. PKK(쿠르드노동자당)가 이라크 쿠르디스탄 자치정부 내에서 정치세력화를 꾀하고 있고, 그들 지도자의 권력 확보를 위한 도구로 전락한 페쉬메르가와는 달리, 쿠르드족의 자유를 위해 희생하고 있는 PKK(쿠르드노동자당)게릴라는 그 희생의 대가로 이라크 쿠르디스탄에서도 상당한 지지자를 이미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다른 아랍의 독재국가와 마찬가지로 정치적 자유가 대단히 제한되어 있는 이라크 쿠르디스탄에서 이번 터키의 군사 행동을 반대하는 집회에 수천명의 군중이 모였다는 것은 이를 반증합니다.

그래서 PKK(쿠르드노동자당)가 성공적으로 이라크 쿠르디스탄 내의 정치세력으로 변신하게 된다면 키르쿠크의 관할에 대해서도 PKK(쿠르드노동자당)가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게 됩니다. 즉 막대한 키르쿠크의 석유가 PKK(쿠르드노동자당)의 대 터키 저항에 사용될 수 있게 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 분석은 상당한 설득력이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추운 날씨에 비까지 내림에도 불구하고 전쟁 반대 집회에 참석한 사람들, 가운데 쿠르드 지도자인 압둘라 오잘란의 사진을 든 사람이 보인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터키내의 쿠르드족의 움직임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것 역시 군사작전의 목적으로 보입니다. 이번 군사작전을 반대하는 대 군중 집회가 여러 쿠르드족 도시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열리면서 PKK(쿠르드노동자당)를 지지하는 발언을 한 수많은 쿠르드족 활동가와 공동체 지도자가 터키 정부에 의해 체포되었습니다.

이런 목적 때문에 터키군은 이번 군사 행동이 대 PKK(쿠르드노동자당)군사행동이라는 군사적인 목적 이외에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계속되는 군의 희생 또한 터키군이 철수를 앞당기도록 만든 것으로 보입니다.

터키군의 군사행동이 낳은 역설

군부는 대 PKK(쿠르드노동자당)군사행동을 통하여 터키 정부가 확실히 군부의 영향력 아래에 있음을 국민들에게 확인시켰습니다. 그리고 이미 주둔중인 터키 군과 함께 필요하면 언제든지 이라크 정부나 쿠르드 지방정부의 동의나 묵인 없이, 심지어는 미국이 곤란해 하더라도 이라크 국경을 수시로 넘을 수 있음을 쿠르드 자치정부에 다시 한 번 확인시켜 주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공격의 영향은 이라크의 쿠르드족 주민들에게 강력한 터키군에게 전혀 밀리지 않고 저항한 PKK(쿠르드노동자당)의 인상을 강하게 심어 주면서 PKK(쿠르드노동자당)에 대한 지지를 강화시켜 주었습니다.

그리고 이번 군사작전으로 터키 내 쿠르드족의 움직임을 차단하고자 하는 목적은, 이미 수천 명의 쿠르드족 인사들이 체포당했지만, 쿠르드족의 분노와 저항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고, 더 많은 젊은이들이 게릴라에 결합하기 위해 산으로 향하고 있는 실정인지라 완전히 실패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동안 정치적인 발언을 자제해 오던 그룹들까지 이번 군사작전에 대해서는 비난하는 발언을 해대기 시작했고, 일부 터키 유명 인사들도 터키의 이번 군사행동을 비난하는 발언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아직 터키의 쿠르드족과 터키족 사이의 평화를 위해서 갈 길은 멀지만, 이번 군사작전은 군부주도 터키 사회의 여러 문제점들을 다시 한 번 확실하게 드러냈다는 점에서, 그리고 지금까지 보다 더 많은 터키족 사람들이 쿠르드족의 친구임을 자처하면서 군사주의에 반대하고 평화적인 문제해결을 요구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이전과는 조금 다른 모습을 보여준 것이었다는 것이 이번 군사행동이 가져온 가장 긍적적인 점으로 생각됩니다.

터키에서 평화를 위한 첫걸음은 군사작전을 통해서 시작되고 있습니다.
터키의 쿠르디스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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