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쿠르드인들을 '분리주의'로 내모는가

[기고] 언론의 '분리주의' 라는 말이 가져올 위험

오늘은 쿠르드족과 관련된 왜곡된 혹은 오해를 불러일으킬만한 언론의 보도에 관해 이야기를 하고자 합니다.

그간 여러차례 이야기를 하려고 마음을 먹다가 이제야 실천에 옮깁니다.

오늘 뉴스를 검색하다가 한겨레에서 쿠르드족 집회 사진과 함께 쿠르드족 분리주의자의 시위를 경찰이 강경진압하고 있다는 설명을 단 사진 기사를 발견 했습니다. 그 외 뉴시스 등 다른 언론사의 관련 기사에서도 결정적인 오보를 내보냈다고 할 수는 없지만, 자사의 시각이나 다른 배경 설명 없이 외신을 그대로 번역해서 내보내고 있더군요.

일단 이런 기사들이 갖는 문제를 그나마 한겨레가 주요 일간지 중에서는 가장 믿을만한 하다고 판단되는 한겨레의 사진 기사를 중심으로 지적하고자 합니다. 물론 다른 언론의 관련 기사보다 한겨레는 대단히 조심한 흔적이 보이고, 이야기 했듯이 결정적인 오보를 한 것은 아닙니다.

먼저 이 사진은 쿠르드족 분리주의자의 집회를 진압하는 사진이 아닙니다.

수천년을 이어온 쿠르드족의 명절인 네우로즈(쿠르드족의 전통 새해는 춘분날일 이날 시작됩니다)를 터키 정부가 특정한 기준 없이 어떤 도시에서는 허가하고 어떤 도시에서는 허가하지 않자, 허가받지 못한 몇몇 도시에 거주하는 쿠르드족 주민들이 네우로즈를 강행하면서 발생한 충돌입니다.

'분리주의'라는 말이 가져올 위험

   "V"는 쿠르드인의 승리를 상징한다. 몇 년전 한 쿠르드 여성이 "V"표시를 했다는 이유로 경찰에 체포당하는 과정에서 경찰이 머리채를 잡아 채어 두피가 벗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다. [출처: 단풍]
주민들이 네우로즈를 강행하자 이를 불법 집회로 간주한 경찰이 물리력을 동원하여 강경하게 진압하다가 두 도시에서 사망자가 발생하였고, 도시 마다 수십 명의 부상자가 발생하였습니다.(정확한 부상자 수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습니다만 최소한 100명은 넘은 것으로 추정됩니다.) 심지어 반이란 도시에서는 이 명절을 참관하기 위해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에까지 경찰이 폭력을 행사하여 부상당해 병원에 실려 갈 정도였습니다.

이런 경찰의 폭력은 주민들의 분노를 불러 일으켰고, 급기야 경찰에게 돌을 던지면서 폭력적인 집회로 변모해 갔습니다. 경찰은 이에 더욱 강력한 진압을 하면서 폭력사태가 더욱 확대되었습니다.

이런 전후 사정에 대한 설명 없이 '쿠르드족 분리주의자의 시위' 라는 설명만을 단 기사는 자칫 터키 정부의 폭력 진압에 정당성을 부여할 위험이 다분해 보입니다.

이들 네우로즈가 불허된 도시들과는 달리 네우로즈가 허용된 도시에서 행사는 너무나 평화롭게 진행되었고, 단 한건의 폭력사고도 아직까지 보고된 바 없습니다. 네우로즈를 거부당한 도시에서의 폭력사태에 대한 책임이 누구한테 있는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입니다.

또한 쿠르드족 게릴라인 쿠르드노동자당(PKK)과 이를 지지하는 주민을 분리주의자라고 칭하는 것도 문제의 본질을 전혀 파악하지 못한 채 터키 정부의 주장만을 일방적으로 따른데서 온 것으로 보입니다.

'분리주의'로 내몬 것은 터키 정부

초기의 게릴라 그룹은 사회주의 혁명을 추구했지 쿠르드족의 분리 독립을 추구하는 조직은 아니었습니다. 그러다 터키 정부의 쿠르드족에 대한 박해가 심해지자 쿠르드족 문제의 해결책을 '분리 독립'에서 찾고 한동안 분리독립을 추진했던 적이 있었던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몇 해 전 쿠르드 게릴라의 정신적 지도자라고 할 수 있는 압둘라 오잘란이 "민주주의 연방론"으로 쿠르드족 문제에 대한 정치적 해결책을 제시한 후 게릴라 측에서는 여러차례에 걸쳐 일방적인 휴전선언을 하면서 터키 정부에 대화로서 문제의 해결책을 찾을 것을 촉구했지만, 터키 정부는 번번이 폭력으로 응답했습니다.

그래서 현재 상황은 쿠르드족 게릴라와 그 지지자를 터키 정부가 분리주의로 내몰고 있는 상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들이 일방적으로 분리주의자라고 매도되어서는 안 됩니다. "민주주의 연방론"에는 분리독립과 관련된 내용은 전혀 없기 때문입니다.

터키를 비롯한 쿠르드족이 살고있는 나라들이 그간 쿠르드족에 대해 자행한 박해를 고려한다면, 국제사회는 쿠르드족의 보호를 위해서 분리독립을 포함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야 할 것입니다. 그들이 처한 상황을 고려한다면 오히려 분리독립은 지지를 받아야 할 상황인 것입니다.

터키가 미국과 가깝다는 이유로, 유럽연합에 지정학적으로 중요하다는 이유로, 그리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회원국이란 이유로 유독 터키가 쿠르드족에게 행사하고 있는 폭력에 관해서 국제사회는 입을 다물고 있습니다.

터키가 유럽연합 가입협상을 시작한 이후 쿠르드족에 대한 탄압이 완화된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아직도 터키 정부의 쿠르드족에 대한 탄압은 지속되고 있습니다.

내일(26일)은 이번 국가폭력으로 인한 사망자의 장례식이 예정되어 있습니다. 이 장례식장에서 또한 얼마나 많은 부상자가 나올지 모릅니다. 이를 막을 힘은 없지만, 더 이상 피해자가 나오지 않기를 바라를 마음으로 저도 이 장례식에 참석할 예정입니다.

"네우로즈 함께 축하해 주세요"

쿠르드족의 전통 명절인 네우로즈가 내일 시작됩니다.

네우로즈는 예지디교에서 부터 유래한 축일로, 신의 상징으로서 불과 빛을 숭배하는 예지디(조로아스터교)에게 낮과 밤의 길이가 같아지는 춘분날은 특별한 의미가 있는 날입니다.

역시 춘분은 봄의 시작을 알리는 날이고, 그래서 새해의 시작을 의미합니다. 전통적으로 쿠르드족의 새해는 네우로즈입니다.

  행사를 위해 화려한 복장을 갖추는 쿠르드 여인들. 흔들고 있는 천의 빨강, 노랑,초록은 쿠르드를 상징하는 색이다. [출처: 단풍]

또한 네우로즈에 얽힌 전설은 압제에 시달리는 쿠르드족에게 희망을 주는 날이기도 합니다.
대하크라는 압제자에 대항해서 그의 군인에게 무기를 만들어주던 카와라는 대장장이가 봉기를 하여 승리는 거둔 날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래서 네우로즈는 압제에서의 해방의 희망을 전하는 날이기도 합니다.

쿠르드족은 네우로즈 날 커다란 모닥불을 피워놓고 전통의상을 입고서 하루종일 춤을 추면서 이 날을 축하합니다. 혹은 새벽에 횃불을 들고 산에 올라가서 해맞이를 합니다.

한국에서도 며칠 전에 네우로즈를 축하하는 조그마한 길거리 공연과 전시가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모두들 쿠르드족의 설날 네우로즈를 축하해 주시기 바랍니다.

디야르바크르에서 아쉬티 드림(아쉬티는 쿠르드어로 '평화'를 의미합니다.)

서울에서도 '네우로즈' 함께 축하해

매달 쿠르드인들과 친구되는 행사 열린다

쿠르드인들과 함께 쿠르드인들의 설인 네우로즈를 축하는 행사가 3월 15일 서울 신촌에서 열렸다.

'2008 NEWROJ in Seoul(서울 네우로즈 2008)'이라는 이름으로 진행된 이번 행사에는 적은 수의 사람들이었지만, 터키 거주 쿠르드인이 겪는 문제를 한국인들이 알고 있음을 터키 정부에 알리고 동시에 쿠르드인에게 한국에 친구들이 있음을 알리는 행동을 시작하는 의미를 갖고 있다.

[출처: 단풍]

[출처: 단풍]

김 댁(대항지구화행동 자원행동가)의 사회로 진행된 행사에서는 3명의 노래공연과 함께 터키에 거주하는 쿠르드 인들의 상황을 알리는 사진들이 걸렸다.

이번 행사를 준비한 '단풍' 활동가는 앞으로도 매달 서울에서 쿠르드인들과 연대하는 행사를 가질 예정이라고 전했다. 쿠르드인들에게 연대의 마음을 전하고 싶은 이들은 다음 달 19일로 예정된 행사를 주목하면 좋겠다.
덧붙이는 말

아쉬티 후원계좌 : 제일은행 250-20-440303 (예금주 : 김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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