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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정신으로 민주주의 투쟁을…

[칼럼] 역사의 현장에서 미래를 묻다

엊그제 5월 18일은 예전에 자주 그랬던 것처럼 비가 추적추적 내리면서 마음속 깊은 바닥으로부터 비장감이 밀려왔다. 그 심정은 이 땅 새로운 식민지에서 어떠한 말로도 형언할 수 없지만 ‘원’과 ‘한’ 같은 것이었다. 그것은 이명박 정권이 ‘님을 위한 행진곡’을 금지시켜서도 아니고 한나라당 정몽준 대표가 축하화환을 보내서 그런 것도 아니다. 지난 30년 동안 입으로만 외치고 실천을 하지 않는 대가로 우리의 ‘광주’를 실종시킨 자괴감 때문이었다.

5.18광주민중항쟁 30주년이 불과 이틀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언론매체들은 5.18에 대한 역사를 벌써 지워버리고 천안함 사건으로 대체해 버렸다. 우리가 역사적인 사건이나 특별히 의미있는 날 등을 기념하거나 기리는 것은 대단히 흥분되고 긴장되는 일이지만, 항상 그 날만 기념하고 나머지 364일 동안 기억에서 사라지게 하는 것은 매우 심각한 문제다. 특히 5.18항쟁처럼 한국의 현대사를 새롭게 규정하고 우리의 미래를 밝혀준 시대정신이 실종된 경우에는 허망하기 그지없다.

이명박 정권이 ‘님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지 못하게 한 이유는 뭘까? 그것은 이명박 대통령의 말마따나 “민주사회의 자유에 걸맞은 성숙한 민주주의”를 이루지 못했기 때문이다. 5.18은 우리에게 역사의 진보를 말했고 사회변혁의 전망을 제공해 주었다. 하지만 절차적 민주주의에 만족하고 실질적 민주주의에 대한 무책임과 무관심이 30년의 역사에서 진보정치를 실종시킨 것이다. 오히려 자유주의 개혁세력과 신보수주의 세력에게 권력을 쥐어줌으로써 한국의 진보는 역사의 죄인이 되었다.

예전에는 ‘광주’라는 두 글자만 보고 들어도 가슴이 콩당콩당 뛰고 두근두근거렸는데, 이제는 그런 울렁증도 사라졌다. 지난 김대중에서 노무현에 이르는 자유주의 개혁세력 집권 10년 동안 ‘5월 광주’는 추모와 기념의 영역으로 물러나면서 실종되어 버린 것이다. ‘광주’는 특정한 정당이나 지역 또는 개인의 공간이 아니다. 김대중 정권은 광주를 우리 모두의 공간으로 만들고 일상적으로 실천할 수 있는 정신으로 계승하자는 책무를 부여받았지만 무책임하게도 망월동 묘역의 국립묘지 승격과 대통령의 기념식 참석 등 제도화의 수준에 머물러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신자유주의를 추종한 그들은 호남에 기반을 두면서도 특권의식으로 총무장하여 ‘5월 광주’를 상품화하여 팔아먹은 것이다. 그들이야말로 신자유주의적 인간의 전형이었다.

그러니 이제 와서 이명박 정권에 의해 난도질당하고 찢겨져 버린다고 해서 억울해할 필요가 없다. 그들은 5.18 광주 시민을 무고하게 학살한 전두환, 노태우의 ‘민정당’과 뿌리가 닿아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5월 광주’를 의도적으로 무시하고 훼손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또한 30년 전의 국가폭력이 오늘날 반복되고 있는 것도 동일한 맥락에서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고 비관적이거나 패배주의에 빠질 필요는 없다. ‘5월의 광주’를 진보의 상징과 민주주의의 희망의 근거로 만들면 된다. ‘5월 광주’가 한국 사회에 던진 민주주의에 대한 질문은 투쟁을 통해서 해답을 찾아야 한다. 이제 사회변혁을 새롭게 고민할 때다. 역사의 가치는 시간이 흘러서 기억으로만 남겨지는 것이 아니다. 기억은 시간과 전혀 상관없으며 실천과 결합할 때 새로운 역사가 되는 것이다. 5.18의 시대정신을 오롯이 계승하는 것이 역사를 진보시키는 것이다. 광주항쟁은 한국 민주주의의 새 지평을 연 역사다. 자기성찰과 혁신을 통해 5.18정신으로 돌아가 현재의 불의에 저항하고 민주주의를 위해 투쟁해야 한다. 그것이 ‘5월 광주’의 정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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