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은 정말 똑똑해요. 노동자 잡을 줄을 알잖아요”
지난 토요일 지하철 안에서 서양에서 온 유학생으로 보이는 두 사람간의 대화이다.
사회적으로 나타나는 모순들은 돌출적으로 부각되었다가 기억에서 사라지기도 하고 또 새로운 모순이 반복해서 나타난 채로 누적되고 있지만 기억에서 지워지고 만다. 그럼에도 기억 한켠으로 차곡차곡 쌓여진 모순들이 정리되지 않은 채, 혼재되어 가슴이 답답하고 숨이 막히고 두뇌 용량에 과부하가 걸릴 때 흘러나오는 말은 한숨과 함께 “케세라세라”를 중얼대며 폭발 직전을 향해 치닫는다.
노동부가 고용부로 이름을 바꿨다. 부처 이름을 바꾸는 거야 권력을 잡은 자들의 마음에 달렸을 것이다. 그러나 노동부를 고용노동부로 바꾸는 건, 단순하게 명칭을 바꾼 것으로 볼 수 없다. 노동과 고용의 개념은 판이하게 다르다. 노동은 ‘자연상태의 물질을 인간생활에 필요한 것으로 변화시키는 활동’이기에 신성한 가치를 지녔다고 하고, 고용은 ‘기업이 급료를 지불하고 노동자를 취업시키는 일’이다. 따라서 개념상 노동부는 노동자의 존재 이유를 설명하는 것이고, 고용부로의 개칭은 ‘노동자는 없다’ 라는 뜻과 무관하지 않다. 따라서 사고와 정책의 중심에 노동을 배제한 자본만이 존재할 뿐이다.
노동 없는 고용
혹자들은 행정부서의 단순한 명칭변경을 과도하게 해석한다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명칭만 바뀐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고용부로 명칭을 바꾼 이유를 ‘일자리 창출과 고용촉진을 위해’라는 말로 자본중심으로 이동한다는 개칭의 타당성을 설명하고 있으며, 노동부 상징 마크조차도 바꿔버렸다.
이전 노동부 마크는 낫과 망치의 그림을 넣어 노동의 상징으로서 그려졌으나 고용부의 마크는 빨간 사람과 파란 사람이 서로 어우러지는 꼴이다. 색깔을 워낙 좋아하는 이명박정권을 감안하면 빨간 사람은 노동자, 파란 사람은 자본가일 것이다. 자본주의 세상에서 소외되고 착취당하며 억압받을 수밖에 없는 노동자가 자본가들과 어떻게 평화롭게 어우러질 수 있는가. 원천적으로 혼합될 수 없는 물체를 하나로 어우러지게 한다는 발상의 근본은 하나의 존재를 소멸시킨다는 의미가 아닌가?
자본이 있고 공장이 있고 설비가 있지만 노동자는 없다. 오로지 고용당한 노예만 있을 뿐이다. 역사적으로 정부의 주요부처에 노동부를 두고 근로감독을 통해 자본의 부당노동행위 등을 감독해 오는 것은 노동자의 기본권을 지켜주고 자본의 횡포를 막기 위한 것이라기보다 ‘자본주의체제를 지탱하기 위한 수단’으로 작동되어 왔다. 지배의 완전한 독식이라는 의미는 노동자의 숨통을 끊는 행위이며 이런 사회구조는 필연적으로 모순에 의해 붕괴될 수밖에 없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정권은 노동 없는 고용만을 고집함으로서 노동자를 향한 개량의 떡고물마저 앗아가고 있다.
모순을 완화시킴으로써 자본주의 지배체제를 존속시켜야 하는 이명박 정권이 자본을 위해 노동을 소멸시키려는 천박한 발상은, 모순을 극대화시키는 조급증에서 비롯되었다고 보여진다. 이럴 때, 변혁론자의 입장에서 이런 꼴에 찬사를 보내야하는지 비판을 해야 하는지 잠시 혼란이 생긴다.
세상을 장사꾼 시각으로만 바라보는 편협함이 세상을 바라보는 포용의 한계인지 균형 잃은 눈의 한계인지 알 수 없다.
고용선진화 전략
이명박 정권의 반역사적이고 일방적인 발상을 실천함으로써 임태희 전 장관은 진정한 공신으로 인정받았다. 노동부를 고용부로 개칭했던 그의 철학은 고용서비스 선진화 3단계 전략을 제출하는 데에서 그 본질이 담겨져 있다.
고용서비스 산업을 성장잠재력이 매우 큰 산업으로 보고 있으며, 이러한 산업의 발전을 위해선 직업안정법과 파견법상의 일정한 제한도 폐지되어야 하고, 구제가 아닌 육성과 지원을 목적으로 한 법률의 전면적인 재편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이미 파견법 개정안에 이러한 입장들이 반영되고 있으며 특별법까지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노동자와 자본간에 합의한 단체협약조차 법으로 통제하는 지금, 쟁점이 되고 있는 ‘타임오프제’도 이런 맥락의 하나일 뿐이다.
초국적 자본을 앞세워 상륙한 신자유주의는 자본의 위기를 구조조정으로 극복하기 위해 고용형태를 바꾸면서 노동자계급에 대해 ‘소수의 포섭과 다수 배제’의 전략으로 노동자계급 내부의 경쟁과 이완의 관계를 만드는 데 일정한 성과를 모았다.
그러나 지금, 이명박 정권의 노동정책에서 포섭의 전략은 폐기한 것으로 보인다. 모든 노동자를 배제함으로서 전체주의적 폭거를 소리 없이 휘두르고 있다. 자본주의 본질이 이명박 정권을 통해 유감없이 드러나고 있는 이 상황에 광란의 자본주의는 결코 재활용될 수 없다는 사실을 입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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