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칼럼]

격화되는 중·미 대립과 부유하는 MB정부

[분석] 천안함 사태 이후 동북아 질서 변화 모색

한.미.일 동맹? 누가 미국의 총애를 받을 것인가?

천안함 침몰 사고로 인해 기존의 한미관계는 최소한 군사적으로는 더 돈독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천안함 국제외교전에서 미국은 한국보다 더 한국의 이해를 도모하는 방식으로 UN 등에서 힘써 왔다. 한미수교 57년만에 처음으로 외교+국방장관(2+2) 회의를 실시하고, 미 항공모함 조지워싱턴호가 참가하는 한미합동 군사훈련을 실시함으로써 군사적으로 북한은 물론 중국에까지 위력을 과시하고 있다.

  한미 외교, 국방장관(2+2)회의를 위해 미 국방장관과 국무장관이 청와대를 방문했다. [출처: 청와대]

그러나 군사적 공조(원조)는 언제나 경제적 대가를 지불해야 했듯이 이번에도 어김없다. 4일(현지시간) 미 백악관 기브스 대변인은 오바마 대통령이 “한미 FTA가 무역이 모든 미국 국민을 위해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하는 규정이 마련돼야 한다고 믿고 있다”고 말했고 전했다. 또한 “오바마 대통령이 올 가을 한국을 방문하기 전에 자동차와 쇠고기 업계가 납득할 만한 합의안을 제시하겠다고 약속하고 기존 한미 FTA 합의를 그대로 가져가지 않겠다고 맹세했다”고 한다.

한국은 천안함 군사외교로 인해 경제적으로 엄청난 대가를 치러야 할 처지다.

한편, 일본은 어떤가? 미일간에는 천안함 사건 발생 전부터 후텐마 미군기지 이전문제로 큰 갈등을 겪고 있었다. 당시 하토야마 민주당 정권은 오키나와 현 밖으로 미군기지를 이전할 것을 국민들에게 약속한 바 있고, 미국에는 5월말까지 이 문제를 매듭짓겠다고 확약하였다.

그런데, 5월20일 한국정부가 북한의 어뢰공격으로 천안함이 침몰되었다고 발표하고 동북아 지역은 갑자기 군사적 긴장이 극도로 고조되기 시작했다. 5월말까지 기지이전 문제를 매듭짓기로 한 하토야마 정권은 이러한 군사적 긴장 상황에서 시간에 쫓겨 오키나와 주민들의 요구는 무시하고 미국의 요구를 수용해 버렸다. 그 결과 하토야마 총리는 사임을 하게 되었다.

이렇게 되자 군사적으로나 정치적으로 일본은 미국이 원망스러우면서도 한 배를 탄 형국이 되었다.

중국은 불만이 많다

동북아의 기본적인 정치, 군사적 대립관계는 누구나 알듯이 한미일과 북중간의 대립이다. 천안함 문제와 관련해서도 이 구도는 그대로 유지되었다. 그리고 중국은 그것이 가장 큰 불만이었다.

중국은 한국과 일본과의 관계개선에 상당한 공을 들여왔다. 북한을 지렛대 삼아 북핵6자회담 의장국으로서 신뢰도 쌓아왔고 동북아, 한반도 지역의 긴장완화를 위해 나름의 노력을 해 왔던 것도 사실이다.

천안함 침몰사건이 발생하고 동북아지역의 긴장이 고조되자 중국은 한반도 평화를 원칙으로 내세우며 흥분하지 말고 이성적으로 문제를 풀어가자고 주장해 왔다.

천안함 문제가 국제문제로 비화하자 중국은 나름의 중립적인 자세를 취하고 나섰다. 그럼에도 한국의 보수언론들은 일제히 한중의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에 의문을 제기하고 나섰다. “정치 문제, 안보 문제로 양국 사이에 연달아 얼룩이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중국 관영 인민일보의 국제문제 전문지인 <환구시보>는 지난달 22일 왕림창(王林昌) 중국 아태학회 한반도 연구위원의 말을 인용해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가 상대의 결론에 언제나 동의한다”는 식의 간단한 문제가 아니라고 지적하고 나섰다. 양국의 공동 이익에 따라 조정되는 것으로 한쪽이 이익을 얻고 다른 한쪽이 손실을 입는 일은 있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또한 강대국의 압력 앞에 약소국 수요가 사라져 버리는 강국과의 동맹을 통해 “호랑이의 위세를 빌린 여우”가 되어 자신의 진정한 실력을 잊어버리는 것은 흔히 있지만, 한국의 한미 동맹 의존은 그 전형이라고 지적했다. 한국은 북한 문제를 포함한 양국 관계, 지역 문제에 대해 현실적으로 마주보고 경쟁이 아닌 대화의 방법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이 신문은 2일, 미국의 총애을 둘러싸고 한국과 일본이 치열한 경쟁을 전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전문가의 말을 빌려, “총애하는 왕비가 여럿 있는 황제는 누구에게 진정한 사랑을 따르는가? 아니면 미국은 어느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새로운 왕비를 찾게 될지도 모른다”며 한국과 일본의 친미외교를 비꼬고 나서기도 했다.

중국으로서는 동북아 구도가 여전히 한.미.일 vs 북.중으로 짜여지는 구도가 여전히 불만이었던 것이다.

동북아 동맹질서의 재편?

싱가폴 최대 화교신문인 <연합조보>는 7월 22일 “중국 국제동맹 결성의 길을 찾는다”는 기사를 게재했다. 중국은 한국과 일본의 협력을 심화시켜야한다고 제언하고 있다. 일종의 중국판 ‘조선책략’과도 같은 글이다.

<연합조보>는 “외교가 상책이며, 군사를 움직이는 것은 졸책이다. 중국에 대한 포위를 군사적으로 깨는 것이 아니라, 동맹을 통해서 자연과 포위를 와해시키지 않으면 안 된다”며 중국이 한국과 일본과의 동맹을 돈독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은 한일과의 동맹을 위해 첫째, 외교 능력을 강화하고 영토 문제의 충돌을 약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중국에 위협을 느낀 한일이 군사력을 강화하고 미국과의 동맹 관계를 강화하지 않도록 주의하여야 한다. 둘째, 한중일 방위 협력 기관을 설립, 공동 연습과 연합 호위 함대의 운용 등에 종사할 필요가 있다. 셋째, 중국과 일본은 군사, 우주 항공 기술 협력을 심화해야 한다. 이것은 미일 간의 알력을 강화하고 미일 관계를 동요시킨다. 넷째 북한의 도발 행위를 중지하게 하고 한국 국민의 안전에 대한 불안을 해소한다. 동시에 한국 사회의 반미 감정을 강화하고 조선 반도에서 미군의 영향력을 약하게 한다.

이상 4 가지를 수행할 수 있는 경우, 한국과 일본은 대만 문제 등 중국의 핵심 이익 문제로 중국을 전면적으로 지원하게 될 것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EU를 본받아 석탄, 철강, 석유, 원자력, 우주 개발 등 분야별 협력 기관에서 시작하여 그 후, 자유무역협정(FTA)으로 경제적 결속을 강화했다. 궁극적으로 정치, 경제, 군사의 모든 것을 포함하는 전반적인 동맹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특히 ‘EU를 본받아야 한다’는 마지막 문장은 관심이 가는 대목이다.

[출처: KIEP]

세계 5대 신문 중 하나로 철저한 분석보도로 정평이 난 스위스 신문 <노이에 취르허 차이퉁>은 지난달 30일 일본이 EU와 같은 한.중.일 3국의 경제구역 구상을 계획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연합조보>와 유사한 내용을 담고 있다.

<노이에 취르허 차이퉁>에 따르면, 센카쿠 열도 문제 등 경제 수역 획정은 아직까지 중국과 일본 양국의 주장이 일치하지 않고 중일 관계에 위험요인이 되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중국과 일본은 경제 관계의 심화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 일본 기업의 중국 진출과 중국인 관광객 유치를 목표로 하는 일본 정부와 일본 시장 진입 장벽 인하를 요구 중국 정부의 의도가 일치하고 있다.

또한, 간 나오토 일본 내각은 지난달 27일 중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의 체결에 속도를 내기로 결정했다. 에너지 공동체로부터 경제 공동체로 발전시킨 유럽연합(EU)을 모델로 한중일 동아시아 3국의 경제구역 성립을 구상하고 있다고 한다.

터널 속을 질주하는 이명박 정부

<노이에 취르허 차이퉁> 이러한 구상의 실현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는 일본 정부가 중국을 정치적 라이벌이자, 군사적인 위협으로 간주하고 있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중국에 접근하는 자세를 보여 주었던 민주당 정권은 출범 몇 달 후 다시 미국에 접근하는 자세를 보이고 있다. 중국의 군사적 압박에 앞서 일본은 ‘비핵 삼원칙’의 포기도 검토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전문적인 시각이 아니라 하더라도 현재의 긴장과 대립이 유지될 것이라는 점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동북아 지역의 급격한 정세변화보다는, 중국에 대한 지속적인 군사적 압박을 중심으로 하는 미국과, 동북아 경제협력을 바탕으로 미국의 봉쇄를 뚫으려 하는 중국의 대결구도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명박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6월26일 토론토에서 정상회담을 하기 위해 만나 포옹하며 인사하고 있다. [출처: 청와대]

그러나 변수는 많다. 북한의 핵확장이 과연 이 구도 속에서 어떤 방식으로 귀결될지, 이제 연구단계를 마치고 시험대에 오른 한중일 FTA의 체결가능성은 얼마나 있는지, 센가쿠 열도(중-일), 독도(한-일), 동북아공정(한-중)간에 꼬여 있는 영토갈등이 어떤 방식으로든 봉합될 수 있을지, 미국 경제의 더블딥 위기와 중국 경기의 불안정 속에서 동북아 경제협력은 동력을 찾을 수 있을지, 무엇보다 천안함 출구전략에 대한 상호 묵인이 어느 수준에서 가능할지가 문제로 보인다.

하지만 우리에게 더 큰 문제는 한국정부가 전략적 기조없이 상황에 따라 부유하며 전통적인 한미동맹만을 강조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노무현 정부가 추구했던 ‘동북아 금융허브 전략’은 세계경제위기의 발발과 함께 파산났다. 그 사이 미-중간의 대립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고 자본간 경쟁도 더 격화되고 있다. 이명박 정부는 어디로 통하는지도 모르는 터널 속을 질주하고 있다. 그 결과 죽어나가는 것은 노동자들과 서민들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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