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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식이 통하는 세상에 살고 싶다

[칼럼] 정규직 고용안정 위해서도 비정규직 제도 철폐해야

정규직화시키라는 판결이 나고 나는 '이상주의자, 원칙주의자'라는 소리를 자주 듣는다. 도대체 잘 이해가 가지 않는다. 불법경영을 통한 비정규직 착취경영을 중단하라는 것, 틀린 것을 바로잡고 부당한 처벌을 없애자는 주장이 왜 비현실적이고 이상한 사람으로 내몰리는지 모르겠다.

나는 이상주의도 원칙주의도 아니고 지극히 상식적이며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사람이다. 단지 불합리한 것은 바로잡아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고, 이게 바로 상식이 통하는 세상의 정의이며 노동운동을 통해 노동의 정의를 실현하는 것이야말로 일하는 사람이 존중받는 사회로 나아가는 길이며 그게 노동해방이고 인간해방의 길이라고 생각하기에 이 길을 그냥 가고 있을 뿐이다.

대법원 판결 이전에도 이미 파견법에서 불법이었다. 세계 초일류 기업을 지향하는 현대자동차 회장과 사장, 인사팀과 법률자문회사인 김앤장이 모르고 있을 리 없다. 단지 비정규직 저임금 착취체제를 최대한 연장해 초과이윤 확보 수단으로 삼고 있을 뿐이다.

대법원 판결이 나왔어도 계속 기일을 연장하며 시간만 끌다보면 무슨 요행수가 나올 것이라는 기대를 하는 모양이다. 하긴 2004년 말 노동부의 불법파견 판정에서도 개선계획은커녕 울산지검에서 무혐의 판정을 받아 면죄부를 받고 5년을 더 착취체제를 유지했으니 수천억원은 더 벌었을 것이다.

[출처: 울산노동뉴스]

다 아는 사실이지만 제조업 직접 생산공정에는 파견근로자를 사용하지 못하게 돼 있다. 그런데 현대차 컨베어라인에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혼재돼 일하고 있으며 수출선적관리 검사 컨베어라인은 아예 비정규직들이 독차지해 일하고 있다.

값싼 임금의 비정규직들에 비해 두배나 임금을 더 받는 정규직들을 몰아낸 경우다. 경제단체와 보수언론들은 정규직 고임금론을 앞세워 정규직 한명을 잘라내면 비정규직 두명을 채용할 수 있기 때문에 일자리 창출이라는 해괴한 주장도 서슴지 않는다.

현대차에 시간이 더 흐르면 수출선적관리와 같은 공장이 더 생길 것이다. 현대모비스와 동희오토 같이 100% 비정규직인 경우는 제조업이라 해도 진성도급이기 때문에 불법파견 시비에서 비켜설 수 있기에 더욱 그렇다.

비정규직 제도가 존재하는 한 자본은 정규직을 잘라내고 절반만 주고도 일을 시킬 수 있는 비정규직으로 교체하고 깊은 유혹을 견디기 어려울 것이다. 정규직들의 고용안정을 위해서라도 인간차별을 기반으로 중간착취를 일삼는 비정규직 제도를 철폐시켜야 한다.

나는 정규직이라서 요행히 피했다손치더라도 언제든지 정리해고 위협에 시달려야 한다. 넘치는 비정규직 일자리는 당장 나의 부모님과 아내가, 자식들이, 내 형과 누이가, 일가친척이, 친구와 이웃이 그 비참함과 고통스러움에 내몰리고 결국 나 자신까지 어느날 비정규직이 돼 있을 것이다.

공장에서도 비정규직 정규직화를 반대하는 조합원을 만난다. 회사의 인건비 부담이 높아지는 걸 걱정하는 사람도 있다. 그만큼 회사가 걱정되면 당신이 나가고 비정규직 두명을 채용하는 게 더욱 좋은 방법이 아니냐고 말해주고 싶다.

어떤 사람은 작업공정 로테이션을 걱정한다. 비정규직 공정이 힘들고 어렵고 더러운 일자리라서 그들이 정규직이 되면 내가 그 공정 일을 해야 하기에 반대한다고 한다. 참으로 추악하고 비겁하다 말해주고 싶다.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 잘사는 세상을 만들자고 했는데 열심히 일하는 비정규직이 못사는 세상이니 이건 세상이 개판 아닌가.

현대자동차는 사람들의 의식에서 정의로움을 제거하고 상식을 파괴해 뼛속까지 부패시키고 타락시키고 있다. 불법경영을 중단하고 제발 상식경영을 하기 바란다. 강물이 흘러야 하듯 상식은 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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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 , 현대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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