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칼럼]

“대화하자는데 교통사고 유발, 성폭행도 하겠다니”

[기고] 경산삼성병원의 근원을 알 수 없는 노조 적대감, 피해자는 시민

경상북도 경산시는 25만 인구의 작은 도시다. 토박이가 많다 보니 몇 다리만 건너면 친인척관계나 친분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이런 도시에서 유일한 종합병원인 경상병원이 파산했고, 다시 문을 열었다는 소문은 달리 홍보를 하지 않더라도 쉽게 입과 귀를 통해 전해졌다.

잘 나가던 병원이 문을 닫고 나자 지역에 입원 병상이 부족해 시민들이 불편해 하니, 다시 경산삼성병원으로 문을 열기만 하면 잘될 줄 알았나보다. 너무 자신 있어서 노동조합과의 분쟁은 가볍게 뛰어넘을 수 있다고 여겼을 것이다. 게다가 노조파괴 전문가는 자신의 컨설팅대로만 하면 노조 하나쯤은 쉽게 깰 수 있을 것이라 부추기니, 애초에 노조는 뿌리를 뽑고 시작하자고 마음먹었을 법하다. 시대의 흐름도 그러하니 뒤돌아볼 이유도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개원을 준비하면서 전문가의 의견을 들어 ‘노조와 대화는 절대 하지 않겠다’ 선언했나보다. 수억 원을 들여서 용역경비를 불러들여 병원을 봉쇄하면서 처음 방문한 환자가 맨 처음 만나게 되는 것이 보는 순간 사람을 움츠리게 하는 덩치 큰 용역경비가 되리라는 점도, 노조를 깰 수만 있다면 과감하게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이었다.

[출처: 경상병원분회]

매일 몸싸움을 걸어서 질리게 하고, 신고 된 집회에도 과감하게 투입해 폭력으로 해산시켜 무력감을 주고, 환자 손에 쥐어준 노조의 선전물은 환자가 읽지 못하게 직접 수거해 갔다. 병원과의 싸움이 어느 틈에 용역과의 싸움으로 변질됐고, 병원은 한발 건너 구경했다.

부시장이 대화를 중재해도 거부하고, 시의원이 만나자 해도 거부했다. 그런 와중에 용역경비에게 노조원을 처리해 달라는 의뢰 내용이 드러나 사람들을 경악하게 만들었다. 대화하자는데 교통사고를 유발하고, 강간을 해서라도 노조를 없애겠다는 것이다.


이런 경산삼성병원의 비도덕적인 모습을 알리기 위해 야4당과 함께 자전거를 타고 거리로 나갔다. 항상 하는 선전전이지만 병원의 비도덕적인 행태는 시민들의 발걸음을 잡아끌었다. 가던 길을 멈추고 끝까지 우리의 호소를 들었다. 상가 상인들은 밖으로 나와 우리말을 들어주었다. 나눠주는 유인물을 꼼꼼하게 읽을 뿐 아니라 미처 받지 못한 시민은 다가와 유인물을 요구하기도 했다.

“경산삼성병원이 정말 성폭력을 계획했나? 요즘 세상에 말도 안 되는 짓을 하다니 정말 병원 이용해서는 안 되겠다”며 응원의 말을 더하기도 했다.

[출처: 경상병원분회]

병원은 시민들의 힘으로 운영되는 곳이다. 물건을 생산하는 공장과는 다르다. 시민들이 직접 찾아와서 진료를 받아야 되고 시민이 낸 사회 보험료를 받아 운영되는 곳이다. 그래서 병원은 아무리 민간이 운영한다 하더라도 공공성과 연결될 수밖에 없다. 그런 병원이 생명을 살리는 병원이어야 할 곳이 근원을 알 수 없는 노조에 대한 뿌리 깊은 적대감을 잘못된 방법으로 드러내더니 이젠 그 결과로 시민들의 외면을 받을 지경에 이르렀다.

경산삼성병원의 전신인 경상병원은 경영진의 비리로 파산했다. 그런데 이제 경산삼성병원은 이사장의 편중된 사고와 잘못된 판단으로 흔들리고 있다. 어떤 외부의 조언도 거부하고 스스로 고립된 결과다.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되면 또 줄기차게 대화요구를 한 ‘노조 때문’이라고 우길 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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