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정보개발원 부당해고에 맞선 3년의 투쟁

[기고] 여기 신규채용 제안을 거부하고 1000일을 투쟁하는 여성노동자가 있다

오는 9월 23일이면 1000일, 3년 가까운 시간 동안 보건복지부 산하 공공부문 비정규직 여성노동자가 복직 투쟁을 벌이고 있다. 그녀의 이름은 봉혜영 한국보건복지정보개발원 분회장이다. 도대체 왜 이렇게도 오랜 기간 싸우고 있는 걸까?

보건복지부 산하 준정부기관인 한국보건복지정보개발원(현 사회보장정보원, 이하 ‘정보개발원’)은 2012년 12월 31일 고객지원센터에서 상담 업무를 하던 계약직 상담원 42명을 계약기간 만료를 이유로 해고했다. '2년 이상 근무한 경우에는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간주한다'는 기간제법에 따라, 이들 대부분이 2013년 상반기에는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될 예정이었다. 2012년 12월 6일 정보개발원은 팀장을 통해 상담원 140여 명 중 무기계약직 35명을 제외한 계약직 전원에게 근로계약 종료 통보서를 전달했다. 팀장에게 통보서의 의미를 물었을 때 형식적인 요식행위일 뿐이라고 대답했다.

그동안 상담원들은 짧게는 6개월에서 길게는 2년 동안 직접고용 계약직 형태로 정보개발원에서 근무했다. 매년 12월 31일에 고용계약이 만료되면, 의례적으로 바로 재계약이 이루어졌다. 게다가 상담원들은 2012년 상반기에 새로 바뀌는 전산시스템에 대한 사전 교육까지 이미 이수한 터라, 고용계약이 실제로 종료되리라곤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하지만 2012년 12월 28일 정보개발원은 ‘계약종료 통보서’를 받은 이들 중 일부(42명)를 불러 구두로 계약종료를 확정했다. 12월 마지막 주 금요일로, 사실상 고용계약 만료일(31일) 하루 전에 일방적으로 계약 종료를 통보한 셈이다.

정보개발원은 이처럼 집단적으로 계약 종료를 진행하는 동시에, 같은 해 12월 26일 해당 자리를 채우기 위해 3개월 단위 초단기 계약직 상담원 35명을 신규 채용한다는 공고를 냈다. 그리고 계약 종료되는 상담원들에게 3개월 초단기 계약직으로 신규 입사하라고 종용했다. 결국 해지통보의 이유는 무기계약으로의 전환을 막기 위한 것이었다.

상담원들에게 계약해지를 통보할 당시 정보개발원의 원장은 이봉화씨였다. 이봉화씨는 2008년 보건복지부 차관 재직 당시 쌀 직불금을 부당 신청하여 차관에서 자진사퇴한 바 있으며, 2010년 정보개발원 초대원장으로 부임해 왔다. 2012년 새누리당 국회의원 비례대표 15번으로 공천되었다가 쌀 직불금 문제가 불거져 공천이 철회된 바 있다. 자신이 회장으로 있는 학술대회에 업무 관련성이 없음에도 재정지원은 물론 직원 50명을 참석토록 하여 보건복지부 특별감사에서 지적된 적도 있다. 이봉화 원장은 7급 공무원으로 시작하여 이명박 시장 재임 시절 초고속 승진했고, 2007년 이명박 대통령 당선 시 지자체 인사로 유일하게 인수위에 참여했으며, 이명박 대통령 임기 직후인 2008년 2월 29일 보건복지부 차관으로 발탁됐던 사람이다.

이후 역시 박근혜 정권의 낙하산인 원희목 원장이 2013년 12월 부임했다. 원희목 원장은 2007년 대한약사회 회장, 제18대 비례대표로 새누리당 국회의원 출신이다. 그는 대화와 교섭을 원하는 해고 노동자를 외면하고 고소,고발로 대응하고 있다. 이제 더 이상 노동자의 목소리를 외면해서는 안된다. 특히 박근혜 정부는 상시·지속적 업무에 대해서는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그렇다면 당시 계약직 상담원 직원들에게는 이미 갱신기대권이 발생한 상태였다고 판단했어야 한다. 그럼에도 계약기간 만료만을 이유로 근로계약을 종료한 것은 합리적인 이유 없이 갱신기대권을 침해한 것으로 부당해고다. 따라서 봉혜영 분회장은 신규채용이 아니라 복직을 요구하고 있다. 그 복직요구는 정당하다. 준정부기관인 정보개발원은 언제까지 복직요구를 외면할 것인가? 1000일이 다가오기 전에 결단을 내려야 한다. 정보개발원은 부당해고에 대한 해결책을 내놓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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