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노총, 상급단체 파견자 임금 경제단체에 요구해 논란

민주노총, "쟁의권 포기 선언 이나 다름없다“

한국노총이 전국경제인연합회·한국경영자총협회·대한상공회의소 등 경제단체들에게 상급단체 파견자의 임금 후원을 요청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일부 언론들은 경제단체들이 100여억원 정도를 모아 한국노총에 전달할 예정이지만 개별 기업의 반발이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경제단체들의 이런 방침에 따라 기획재정부는 경제단체들이 후원기금을 모아내면 효율적으로 한국노총에 전달되도록 상속세 및 증여세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이들 두고 이화수 의원(한나라당 중앙노동위원장)은 10일 한나라당 주요당직자 회의에서 “노사정이 지난 5월 달에 상급단체 파견자에 대한 임금지급에 대해 합의를 했다. 그런데 구체적인 지급방안에 대해서 이견이 있다”며 “기재부와 노동부가 (논의해) 양대 노총이 수행하는 공익성이 높은 사업에 기업이나 단체·개인이 기부할 때 상속세와 증여세를 면제해줄 것을 입법청원 해놓은 상태”라고 협조를 당부했다. 기획재정부는 상속세 및 증여세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10일 입법예고하고 20일 관보에 게재한다는 방침이다.

노동부는 현행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에 따른 타임오프제도 상 상급단체 파견자에게 각 사용주가 임금을 지급하는 것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상급단체 파견자 문제는 노동부의 금지를 넘어 타임오프 한도로 유급 전임자 수가 줄면서 상급단체 활동이 불가능해 지는데 있다. 실제 타임오프가 시행된 지난 7월 이후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등의 상급단체에 파견 된 전임자중 임금을 받지 못하는 사례가 나타난 바 있다.

애초 지난 5월 11일 한국노총과 노동부, 경영계가 합의한 한국노총 상급단체 파견전임자 임금문제는 노사발전 재단을 통해 위탁사업 등의 형태로 지급하는 것이 골자였다. 지난 6월 22일엔 홍영표 민주당 의원이 국회 환경노동위에서 “노동부 위탁 사업을 가지고 한국노총 간부들의 임금을 해결하는 방식은 절대 안 된다는 원칙을 지켜달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지난 5월 10일 한국노총은 노사정 회담을 제안하고 타임오프 한도에 사업장 특성 반영, 상급단체에 파견 전임자 지원여부를 논의하자고 했다. 왼쪽부터 임태희 노동부장관, 손경식 대한상의 회장, 장석춘 한국노총 위원장, 김영배 한국경총 부회장. [출처: 자료사진]

"후원은 요청했지만 공문 등 강요는 없었다"

한국노총은 일단 후원금을 요청한 사실은 인정했지만 공문 등을 통한 공식요청을 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또 100억 원이라는 후원기금 액수도 확정된 적이 없다고 밝혔다. 최삼태 한국노총 대변인은 “지난 5월 노사정 3자 합의당시 한국노총 상급단체 파견자에 대한 별도 인정을 안 하면 문제가 있다는데 인식을 같이하고 한시적으로 기업에서 기부하는 형식으로 합의를 했다”며 “그런 내용들을 구체적으로 회계까지 막상 검토해보니 세금이나, 사업성격 등이 복잡했다. 그래서 기재부와 논의를 통해 시행규칙을 고쳐서 노조 활동이 공익사업 비과세가 되도록 논의했다”고 밝혔다. 최 대변인은 “경제단체에 한시적으로 협조요청을 한 것이고 금액을 정하거나 공문을 보내는 일은 없었다”고 밝혔다. 최 대변인은 이어 “노동계가 어렵고 그런 사정을 감안해달라는 취지에 맞게 협조요청을 했다. 경제 단체 신임 단체장이 노총을 찾아오거나 할 때 등 협조 요청을 한 것이고 공식 문서로 부담을 주는 것과는 전혀 다르다”고 덧붙였다.

반면 민주노총은 “한국노총이 경제단체에 후원기금 모금을 요청한 것은 쟁의권 포기 선언”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정호희 민주노총 대변인은 “지난 5월 노사정 3자 회의 때 기업들이 기금을 모아 노사발전 재단을 통해 한국노총 파견 전임자 임금을 해결한다고 했을 때도 강하게 비난한 바 있다”며 “이번 한국노총의 후원금 모금요청은 사실상 쟁의권 포기 선언이다. 헌법이 보장한 쟁의권을 포기하는 대가로 상급단체 파견자 100명의 임금을 챙긴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 대변인은 이어 "민주노총 소속 사업장은 현대차 등 대형 사업장이 많은데 경제단체에서 돈을 모으면 상당수 민주노총 사업장의 사업주들도 후원금을 낼 텐데, 민주노총 조합원들의 노고를 바탕으로 전임자 임금을 후원해 주는 꼴이 된다. 그렇게 하려고 법까지 고친 행위는 문제가 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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