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인즈 워드로 세상이 떠들썩하다. 노무현 대통령이 2006년 4월 4일 하인즈 워드랑 청와대에서 공 갖고 놀던 날 남미의 에쿠아도르에서는 FTA 반대시위가 있었고 4월 7일에는 FTA를 반대하던 대학생이 총에 맞아 숨졌다. 혼혈아로 태어나 미국에 가서 워드는 입신양명에 성공했고 금의환양했다. 이 때문에 워드는 한국 사회에 혼혈인 문제를 일깨워주었고 한국의 많은 혼혈인에게 큰 힘을 주었다.
그러나 노무현 정권은 한국국민들에게 큰 힘은커녕 대한민국을 절망의 나락으로 몰아가고 있다. 하인즈 워드는 미국에서 미국민들의 영웅으로 떠오르고 한국인임을 못내 자랑스러워 하는데, 노무현 정권은 미국과 굴욕적인 입장에서 FTA를 추진하였고 우리 한국인들을 수치스럽게 만들고 있다.
지난 4월 7일 대구 한일극장 앞에서 최민식 씨가 ‘올드 보이’답지 않게 마이크도 없이 둘러싸인 팬들 앞에서 외쳤다. 최민식씨는 미국이 우리를 업신여기는 것을 도저히 묵과할 수 없어 대구까지 내려왔노라고 말했다. 그러나 대중들은 핸드폰으로 최민식의 얼굴을 담는데 바빴고 목쉰 그의 목소리는 안중에 없었다. 그 날 방송도 최민식씨의 얼굴만 보여줬을 뿐 그가 무슨 얘기를 했는지는 전혀 보도하지 않았다.
그야말로 대한민국의 방송언론은 ‘FTA 무풍지대’다. 저녁 9시 뉴스에 워드를 초대하고 독일 월드컵 디데이는 얘기해도 FTA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없다. 이미 미국 캘리포니아산 쌀 칼로스가 들어온 사실을 뒷북치듯 전달할 뿐이다. 조선일보는 정부 입장을 앵무새처럼 전달하고 있고 동아일보는 반미, 반세계화를 철딱서니없는 몽상가들의 꿈으로 몰아세우고 있다.
특히 정태인 전 대통령 국민경제비서관이 새로 창간된 ‘레디앙’과 나눈 몇 차례 인터뷰를 놓고 반미, 반세계화를 독선과 아집의 결과로 풀이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1년 간 FTA를 사실상 이끌었던 청와대 386세대와 반세계화의 기치를 든 민중은 철저하게 구별되어야 한다. FTA가 삼성 현대 등 재벌에게는 이득이 될 수 있어도 플랜트 공장노동자 등에게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FTA협상 이후 동아시아에서 더 싼 값의 노동력이 과거보다 더 많이 한국으로 밀려오게 되면 그렇지 않아도 하도급 등으로 고통받는 민중들의 삶은 더 피폐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동아일보는 FTA가 선택사항이 아니라고 말한다. 노무현 대통령도 동아일보와 같은 현실인식을 하고 있다. 반세계화가 독선과 아집의 결과라니, 그러면 지금 전 지구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FTA 반대투쟁, 곧 반세계화 투쟁이 독선과 아집의 결과라는 말인가? 동아일보는 정태인 전 국민경제비서관을 볼모로 삼아 반세계화 투쟁을 싸잡아 비난하는 독선적인 태도를 버려야 할 것이다.
현대의 자본축적과정은 제조업에서 서비스산업, 특히 금융부문으로 이동하고 있다. 미국도 그동안 한미경제관계에서 상품무역 중심에서 투자 및 서비스중심의 교역으로 중심을 이동시켜 왔다. 1998년 증권시장 개방 이후 한국 금융시장은 외국자본 그 중에서도 특히 미국계 자본에 의해 거의 장악되어 있다. 미국의 국내 은행산업 점유율은 19%에 이른다. 그런데도 동아일보 등 주류 방송언론은 한국의 상품수출경제 얘기에 목숨을 걸고 있다.
1970년대 박정희식 개발독재 경제 패러다임 혹은 수출지향형 경제 패러다임에 매달리는 시대착오적인 이야기만 하고 있는 것이다. 자동차 등에 있어서는 한국이 비교우위에 있지만 지구 전체가 세계은행, IMF, 그리고 WTO를 중심으로 ‘고리대금업 비즈니스’ 경제 지배 하에 놓여 있는데 수출드라이브정책만이 살 길이라고 외쳐대고 있는 것이다. 우리처럼 삼성 현대 등 부패한 재벌중심의 오너경제가 지배하는 곳에서는 수출경제가 활기를 띤다고 할지라도 그것이 국민 대다수의 이득으로 환원되지 않을뿐더러 이러한 막대한 부의 이전 상태를 지탱하는 역할조차도 제대로 하지 못할 것이다.
우리처럼 수출지향의 경제자유화를 시행한 인도네시아는 지금 어떻게 되었는가? 외국 투자 유지, 은행-금융제도의 자유화 결과 인도네시아는 지금 경제적으로 파탄나 있다. 인도네시아군이 부패했다면 우리는 그만큼 재벌이 부패했고 정치판은 ‘차떼기’ 등 재벌과의 신종커넥션을 즐길만큼 부패의 강도를 넘어서 있다. 수출경제, 그것은 재벌들만의 스토리인 셈이다.
주류 방송언론은 대한민국을 FTA 무풍지대로 만들고 더 나아가서는 그 무풍을 이용하여 두가지 생뚱맞은 바람몰이를 하고 있다. 그 중 하나는 스크린을 스포츠로 물들이는 수법이다. 이것은 과거 군사독재정권이 악용하던 수법으로서 ‘군사적인 독재’를 ‘스크린의 독재’로 탈바꿈시킨 것에 불과한 신종 사기수법이다. 두 번째는, 그렇지 않아도 ‘수출경제’라는 전자칩을 이식당한 채 살고 있는 대중들로 하여금 ‘수출만이 살 길’이라는 구호를 내세우며 사기행각을 벌이는 것이다. 도대체 무엇을 수출하는가? 지식인가, 자동차인가?
노무현 정권은 수출액 6000억 달러를 넘어선 중국 경제를 의식해 지식서비스산업에서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한미FTA를 관철시킨다는 생각을 하는 모양이다. 그러나 지식기반사회의 활력을 FTA에서 찾겠다는 그런 발상 가지고는 지식기반사회의 토대를 놓을 수 없다. 이것은 학문적인 공공근로사업 수준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는 BK21 사업 등에서 여실히 증명되었고 또 증명되고 있는 사항이다. 그런데도 노무현 정권만이 아니라 우리 시대의 자칭 지식인들도 신자유주의자임을 자처하면서 외부충격설을 믿고 따르고 있다.
대한민국의 주류 방송언론은 스크린에서 캘리포니아산 칼로스쌀만 보여줄 일이 아니다. 동아일보도 미국쌀을 먹을지 말지에 대해 이제 공은 주부들에게로 넘어왔다는 한가한 얘기만 할 때가 아니다. 중국산 조기와 한국산 조기를 비교하고 칼로스쌀과 임금님표쌀을 비교하는 인식수준으로는 FTA의 파고를 결코 넘을 수 없다. 대한민국을 FTA의 무풍지대로 만드는 주류 방송언론과 노무현 정권은 그 ‘무풍’이 ‘카트리나’로 발전하기 전에, 명백한 책임을 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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