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취재 - 촛불의 힘이 세상을 바꾼다

광우병 원인은 바이러스?

변형 프리온 단백질인지 바이러스인지

  (왼쪽) 미국 예일대학교 의과대학 신경병리학자 로라 마누엘리디스 박사 (오른쪽) 2007년 1월 31일자《국립과학원회보(PNAS)》에 게재된 광우병 바이러스 원인설에 관한 논문


미국 예일의대 로라 마누엘리디스 박사, “25nm 크기 바이러스 발견했다”

광우병(BSE)과 인간광우병(vCJD)의 원인이 변형 프리온 단백질이 아니라 바이러스라는 주장이 미국립과학원회보(PNAS)에 발표되었다.

미국 예일대학교 의과대학(Yale Medical School in New Haven) 신경병리학자 로라 마누엘리디스(Laura Manuelidis) 박사팀은 《국립과학원회보(PNAS)》 1월 31일자에 게재된 연구논문에서 “스크래피와 크로이츠펠트-야콥병에 감염된 프리온 단백질을 함유한 신경세포에서 직경 25nm 크기의 바이러스와 유사한 분자를 반복적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연구팀은 “스크래피와 크로이츠펠트-야콥병에 감염되지 않은 정상 프리온 단백질을 함유한 신경세포에서는 이러한 분자가 없었다”며, “이 입자는 프리온 단백질의 항체와도 관련이 없었고 프리온 단백질도 함유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오직 바이러스만 감염 원인체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로라 마누엘리디스 박사팀의 이러한 연구결과는 지난 2006년 10월 16일자 《세포생화학회지(Journal of Cellular Biochemistry)》를 통해서 이미 발표된 바 있다. 이 논문에서 연구팀은 “숙주의 정상 프리온 단백질(PrP)은 감염성 분자의 세포 촉진자로 기능하며, 궁극적으로 특징적인 병원성 아밀로이드가 축적된다.”며 프리온설과 융합을 시도했다.

또한 2004년 《폴란드신경병리학회지(Folia Neuropathologica)》제42호에도 “프리온의 가면 뒤에는 바이러스가 숨어 있다”는 제목의 논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 논문에서 로라 마누엘리디스 박사는 “약 25nm 크기의 병원성 바이러스 분자는 1~4kb 길이의 게놈(genome)을 가지고 있으며, 아마도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뉴클레오캡시드 (nucleocapsid, 핵산과 결합하고 있는 단백질로 바이러스의 바깥 껍질을 구성하고 있다)를 인코딩하고 있을 것이다.”고 주장했다. 그녀는 “광우병 바이러스는 통상적인 바이러스처럼 임파구의 망상조직에 몇 년 동안 잠복기 상태로 숨어 있을 수 있다.”고 밝혔다.

광우병은 아직까지 원인물질조차 확실히 규명되지 않은 전염병

일반인들에게 광우병의 원인물질은 프리온(prion) 단백질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현재 광우병 발병인자에 대한 과학적 논란은 비정상 단백질 결정화 이론(칼레턴 가이듀섹), 프리온설(스텐리 프루시너), 스크래피연관섬유(SAF)설(메르즈), 유사 바이러스 입자설(하이노 디린거, 로라 마누엘리디스), 스피로플라스마설(프랭크 O. 배스티언), 바이리노설(앨런 디킨슨) 등 다양한 학설이 논쟁 중에 있다.

프리온설은 1997년 스텐리 프루시너 박사가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함으로써 유력한 학설로 자리잡았다.

프리온은 핵산을 포함하지 않는 단백질로 정상적인 동물이나 사람의 뇌에 존재한다. 이러한 정상 프리온을 PrP라 한다. 정상 프리온은 동물의 종에 따라 다르다. 생쥐의 정상 프리온은 고양이의 정상프리온과 아미노산 서열이 다르며, 생쥐와 고양이의 정상프리온은 사람의 정상프리온과 다르다.

그런데 스크래피에 걸린 양, 광우병에 걸린 소, 크로이츠펠트-야곱병(CJD)환자의 뇌에서 정상프리온이 변화된 형태로 발견되는데 이를 변형프리온(PrP-sc)이라 부른다. 정상프리온단백질(PrP)은 이중나선(α-helix) 구조가 많다. 반면, 변형 프리온단백질(PrPsc)은 이중나선(α-helix) 구조가 잘못 겹치게(misfolded form) 되어 병풍(β-sheet) 구조로 변형된 것이 특징이다.

변형 프리온 단백질은 중추신경계에 축적되어 특징적인 플라크(plaque)를 형성함으로써 뇌의 정상적인 기능을 방해한다. 문제는 변형 프리온 단백질이 종간 장벽(species barrier)을 뛰어 넘어 전염된다는 사실이다.

게다가 변형 프리온 단백질은 단백분해효소에 분해되지 않고, 열, 자외선, 화학물질에 강한 저항성을 가지고 있다. 360℃의 고온에서 병원성이 전혀 소실되지 않으며, 강력한 포름알데히드나 클로르포름에도 불활화되지 않는다. 건조한 뇌 속에서도 최소한 2년이 지난 후에도 독력을 그대로 유지했으며, 상당 수준의 자외선을 쬐어도 살아남았다.

  프리온 연구로 1997년 노벨생리의학상을 수상한 프루시너 박사 (오른쪽) 프리온의 구조. 이중나선 구조가 많은 정상 프리온 단백질이 병풍구조로 바뀌어 변형 프리온 단백질이 되어 광우병을 일으킨다.


1997년 프루시너 박사의 노벨상 수상으로 급부상한 프리온 가설

프루시너 박사의 광우병 프리온 원인설은 질병의 원인은 세균이나 바이러스, 진균(곰팡이) 같은 생명체라는 현대의학의 기본체계를 뒤집어 놓았다. 따라서 많은 과학자들은 어떻게 생명체의 가장 기본적인 요소인 핵산조차도 함유하지 않은 단백질 덩어리에 불과한 프리온이 광우병을 일으키며, 또 전염력까지 가질 수 있는가에 대해서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

그러므로 광우병 바이러스 원인설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는 배경에는 현대의학의 기본체계에 대한 과학자들의 뿌리 깊은 신뢰가 깔려 있다.

하지만 광우병 바이러스 원인설이 당장 프리시너 박사의 프리온가설을 뒤엎기에는 아직도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사실 과학자들은 스크래피의 원인을 1950년대 이후 오랫동안 ‘지발성 바이러스(slow virus)’라고 생각해왔다.

바이러스설이 과학적으로 입증되기 위해서는 일단 특정 바이러스를 반복해서 분리해야 하며, 동물 실험과 시험관 실험 등을 통해서 바이러스의 전염력이 확인되어야만 한다. 광우병 바이러스의 다양한 변종도 밝혀내야 한다. 영국의 과학자들은 20가지 이상의 스크래피 변종을 판별해낸 것을 바탕으로 스크래피와 광우병(BSE)는 서로 다른 원인에 의해 발생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탈리아, 일본, 미국 등에서 발생한 비정형 광우병이 어떠한 변종인지도 과학자들이 풀어야 할 숙제라고 할 수 있다.

또한 동물 종 간의 광우병 바이러스의 병원력의 차이도 규명해야 한다. 예를 들면, 광록병이라고 할 수 있는 사슴의 만성소모성질환(CWD)은 야생 사슴 사이에 침을 통해 전염되는 것으로 추정될 정도로 광범위한 감염이 일어나지만 인간에 대한 전염력은 아직 명확하게 증명되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광우병 바이러스가 360℃ 이상의 고온이나 강력한 화학물질에도 살아남는다는 사실을 규명해야 한다. 왜냐하면 일반적으로 바이러스는 고온에서 병원성이 소실되며, 포름알데이히드나 클로르포름 같은 화학물질에 불활화되기 때문이다.

한국인은 세계에서 인간광우병에 걸릴 확률이 가장 높은 민족?

한편 사람은 양쪽 부모로부터 정상프리온 단백질(PrP) 유전자를 하나씩 물려받는다. 정상 프리온 단백질 유전자는 메치오닌(M)과 발린(V) 두 가지 타입이 있기 때문에 유전자형은 세 가지가 존재하는 셈이다. 사람의 경우 MM 유전자형이 38%, MV 유전자형 51%, VV 유전자형이 11%로 알려져 있다. 지금까지 확인된 인간광우병 환자는 모두 MM 유전자형이었다.

영국 에든버러대학의 DNA 분석 연구자들은 2006년 5월《영국 의학저널(British Medical Journal)》(vol 332)에 “사람 프리온 단백질(PrP) 유전자형인 VV형을 지닌 사람이 오랜 잠복기로 인해 무증상 보균자로 수혈이나 수술을 통해 인간광우병(vCJD)를 전염시킬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함으로써 광우병 재앙을 경고했다. 에든버러대학 연구팀의 결과는 현재 발병하지 않은 잠복기 상태의 인간광우병 환자가 앞으로 더 많이 확인될 것이라는 예측을 하고 있는 셈이다.

우리나라는 전세계에서 제일 높은 메티오닌 동질접합체(MM 유전자형)를 가지고 있는 민족으로 국내 정상인이 광우병에 걸린 쇠고기를 섭취할 경우 인간광우병에 걸릴 확률이 전세계적으로 가장 높다는 주장이 제기된 상황이다.

한림대학교 의과대학 김용선 교수(미생물학 교실)는 지난 2003년 5월 29일자 <의학신문>에 기고한 논문을 통해 “최근 국립보건원과의 공동연구로 국내 정상인 500명을 대상으로 프리온 유전자의 코돈 129번의 다형성을 분석한 결과 95%에서 메티오닌 동질접합체가 나타나 우리나라가 전세계에서 제일 높은 메티오닌 동질접합체를 가지고 있는 민족으로 보고될 전망이다.”고 밝혔다.

아울러 김 교수는 “이와 같은 사실은 최근 학계에 보고된 변종 CJD의 경우 코돈 129번 다형성은 100% 메티오닌 동질접합체에만 나타나기 때문에 국내 정상인이 광우병에 걸린 쇠고기를 섭취할 경우 변종 CJD에 걸릴 확률이 전세계적으로 제일 높다는 것을 암시”한다고 주장했다.

불확실한 광우병 원인이 명확히 밝혀질 때까지 사전예방의 원칙 지켜야

광우병 원인을 둘러싼 프리온설과 바이러스설의 논쟁은 식품안전 분야에 있어 인간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기 위해 사전예방의 원칙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다시 한 번 일깨워주고 있다.

미국은 현재 한미 FTA 협상 타결을 빌미로 미국산 쇠고기 수입위생조건을 더욱 완화하라고 한국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이에 따라 노무현 정부는 오는 2월 11일부터 미국 워싱턴 DC에서 예정된 한미 FTA 7차 협상을 앞두고 2월 7일~8일 안양의 국립수의과학검역원에서 열리는 한미 쇠고기 검역 관련 기술 협의에서 미국의 요구를 대폭 수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로이터 통신 등 외신들은 지난 1월 17일 이태식 주미대사가 맥스 보커스 상원의원(민주당, 몬테나) 등을 만나 미국산 쇠고기 문제와 관련해 한국 정부의 고무적인(encouraging) 신호를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이태식 주미대사를 비롯한 노무현 정부의 고위 관료들은 “뼛조각을 뼈라고 볼 수 없다. 한미 FTA가 아닌 별도의 협의체널에서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실질적인 시장개방이 이루어지도록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수입위생조건을 다듬으면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김종훈 한미 FTA 한국 측 협상대표도 “뼛조각이 나온 것은 반송하고, 그렇지 않은 것은 먹으면 된다”며 미국 측의 요구대로 쇠고기 수입조건을 완화할 방침을 밝히기도 했다.

국민건강을 위한 수의사연대의 홍하일 위원장은 “과학적으로 광우병의 원인이 프리온설이 옳은지 바이러스설이 맞은지도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경제적 이익을 앞세운 정부 고위관료들의 무분별한 발언으로 국민들의 생명과 건강이 심각한 위협에 처해있다.”고 경고했다.
덧붙이는 말

박상표 님은 국민건강을위한수의사연대(국건수) 편집국장으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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