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적 세이프가드도 못 챙긴 한미FTA"

금융공대위, "도대체 한국 협상단이 얻은게 뭔가"

31일 한미FTA 협상 연장의 쟁점 키워드로 쇠고기를 포함한 농산물, 자동차, 섬유, 금융 등이 뽑혔다. 물밑에서 진행되던 ‘금융’ 분야 협상의 일부 내용도 드러났다.

한미FTA저지 범국민운동본부 소속 금융공대위(금융공대위)는 1일 하얏트 호텔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세이프 가드 조차 지키지 못할 협상을 왜하는가”라며 협상 중단을 촉구했다.

이어 “금융부문의 일방적 양보가 도를 넘고 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리고 “한국이 유리하게 얻은 것이 도대체 무엇인가”를 반문했다.

  금융공대위 기자회견 모습. 뒤로 1일 촛불 문화제 동참을 호소하고 다니는 민주노동당 당원들의 모습이 보인다.

이미 8차 협상에서 한국은 '금융정보처리의 해외위탁을 2년 이내에 허용 한다'는 내용을 미 측에게 양보했다. 이는 기업의 정보뿐만 아니라 국민 개인의 정보를 해외 기업들이 관리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금융 공대위는 “해외 금융시장에서 무수히 떠돌고 있는 투기자본들에게 항상 표적의 대상이 되도록 방패를 제거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기자회견의 사회를 맡은 전대석 집행위원장은 “골드만삭스는 IMF 이후 내부자 정보를 활용해 알짜 기업들을 인수했고, 수억 원의 차익을 챙겼다”고 강조했다. 바로 두꺼비 소주로 유명한 '진로 그룹'의 사례이다. 바로 이런 식의 기업, 개인정보들이 해외에서 마구 거래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또한 금융공대위는 “향후 발생할 수 있는 각종 위험에 대해 어떠한 보호조치조차 만들지 못한 상황”에서 "해외위탁을 수용함으로 인해 차후에 어떤 문제가 발생할 것인가 조차도 가늠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고 비판했다. 과연 정부가 대책을 세우고 협상을 하고 있는가에 대해 질타는 계속 됐다.

일시적 세이프가드가 없다면 제 2의 IMF 온다

금융공대위가 이날 핵심적으로 지적한 부분은 ‘일시적 세이프 가드’ 조차도 한국 협상단이 지켜내고 있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일시적 세이프가드는 외환부족 등 금융유동성의 문제가 발생할 경우, 일시적으로 국내외 투자자의 자금이동을 중지하는 조치이다.

그러나 현재 진행되는 협상에서는 일시적 세이프가드가 발동 된다 하더라도, 이 내용이 투자조항의 투자자-국가소송제(ISD)의 대상이 된다는 것이다.

IMF의 구제금융을 받았던 시간을 돌이켜 보면 한국 협상단이 얼마나 큰 실수를 하고 있는가를 알 수 있다.

금융공대위는 “투자자들은 일시적인 자금이동의 불편함을 감수했다는 이유만으로 소송을 제기하고 엄청난 보상액을 받을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만약 다시 외환유동성 위기가 온다면 국민들은 또 다른 구조조정과 세금 부과에 고통을 감내해야 한다. 그러나 오히려 원인을 제공한 투자자들의 경우, 투자자-국가소송제에 근거해 오히려 엄청난 금액의 '보상액'을 챙길 수 있게 된다. 사실상 세이프 가드 발동 의미가 무색해 지는 상황이 되는 셈이다.

금융공대위는 “이러한 허용 사례는 앞으로 한국이 다른 국가와 FTA협상에서 나쁜 선례를 남기게 될 뿐 아니라 결국 WTO 체제하에서 최혜국대우라는 조항에 묶여 모든 국가에게도 같은 문호를 개방하는 결과가 될 것”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나아가 “단기적으로 들어온 주식투자자금이 세이프가드 적용을 받지 않는다”, “대출차환을 통해 외환부족을 해결할 수 없다”는 등 심지어 ‘일시적 세이프 가드’ 발동 조건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공대위는 "이 같은 조건은 세이프가드의 의미가 전혀 없을 뿐 아니라 언제든 마음만 먹으면 취약한 한국의 금융시장을 모든 투기자본을 동원해 공격하고자 하는 의도가 숨어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기준 금융경제연구소 소장은 “정부는 국내 금융시장을 론스타와 같은 투기자본의 놀이터로 만들 것이 아니라, 협상을 중단하고, 금융 공공성 강화와 투기자본 규제를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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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범국본짱

    미국이 얼마나 압박을 넣었으면 자국 이익 지키는 세이프가드도 인정 못받은 건지,,,힘이 없는 한국이 애초 로드맵처럼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 국가와 한다는 것을 지킬 것이지,,,,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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