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말 바꾸기, 김종훈 “재협상 아닌 추가 협의다”

‘재협상’ 대응 준비 중, 한미FTA 협정문 공개는 25일 예정

한미FTA체결대책국회특별위원회(한미FTA국회특위)는 22일 ‘한미FTA농업분야 피해 및 지원 대책 공청회’에 앞서 ‘한미FTA와 미국 신통상정책 관련 동향’을 보고 받았다.

자리에 참석한 김종훈 한미FTA 수석대표는 “각 언론에서 재협상, 새협상 이라고 하는데, 재협상이라는 말은 적절치 않다”고 강조하며, ‘추가협의’라는 단어를 사용해 줄 것을 의원들에게 요청했다.

이어 “(미국의 신통상정책은) ILO의 협약상의 권리와 의미를 기준으로 하자는 것이 아니라 선언에 담긴 내용을 기준으로 하자는 것”이라고 해석하며, “의지, 노력 표명식의 제안이 있을 것 같다”고 전망했다.

김종훈 수석대표는 “정부는 현재까지 만들어진 협상의 균형을 건드리는 것은 용납될 수 없다는 입장을 반드시 견지하고, 약속을 꼭 지키겠다”라고 말하면서도 “일방적인 요구는 절대 받지 않겠다. 상호 이익이 되는 쪽으로 내용이 견지될 수 있는지가 착안점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정부는 관련한 대비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의 용어정리. 그 속뜻은

최근 ‘재협상 불가’라는 정부 관계자들의 발언이 ‘이익의 균형’이라는 전제 하에 ‘재협상 가능’으로 사실상 무게가 옮겨졌다. 이날 김종훈 수석대표는 정부의 입장 변화를 시사했고, 확인했다.

그러나 이미 한미FTA 타결 결과 미국 측의 요구가 77%, 한국의 요구가 관철된 내용은 8%에 불과하다는 분석 결과가 있었다. 한미FTA에서 ‘이익의 균형’은 없다. 단지 시장과 자본의 ‘이익’이 있을 뿐이다.

미국에서 ‘재협상’을 요구한다면 한국 정부가 시원하게 ’NO!'라고 답할 수 있을까. 4대 선결과제를 넘겨주면서 협상을 시작했고, TPA(무역촉진권한) 기한에 맞춰 극적 ‘타결’을 선언한 한국 정부가 한미FTA 타결의 최종 관문 앞에서 물러설 수는 없을 것이다. 논리적으로도 배치된다. 미국이 재협상을 요구할 경우 한국 정부는 100% 협상에 나설 것이다. 너무 분명하다.

협상에 나서기 위해서는 명분이 필요하다. 한미FTA 타결을 통해 이익의 균형을 실현했다고 자평하는 상황에서 미국내 상황으로 인해 재협상에 나선다면, ‘끌려 다니는 정부’라는 비난 여론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그렇기에 김종훈 수석대표는 “일방적인 요구는 받지 않겠다”고 여지를 남겼다. 미국의 요구가 있을 경우 협상에 나서 돼 그에 상응하는 단서를 달겠다는 것이다.

요구가 있을 경우, 응할 수밖에 없는 조건. 응수하는 내용을 내놓을 경우 사실상 ‘재협상’은 시작된다.

이날 김종훈 수석대표는 “용어가 통용되는 과정에서 사고가 지배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재협상이라는 말은 적절치 않다”며 ‘추가 협의’라는 단어를 꺼내 들었다.

한미FTA 협상이 ‘재협상’의 꼬리표를 달 경우 지난 4월 2일 타결 선언의 정치적 성과는 상쇄된다. 미국에게 끌려 다닌다는 외교, 정치적 굴욕의 비난 여론도 감수해야 한다.

그러나 ‘추가 협의’라면 이런 짐들이 가벼워 질 수 있다. 4월 2일 타결의 성과를 바탕으로 사정이 생겼으니 보완하는 차원에서 협의를 진행하는 것으로 여론의 기대치를 낮추고 의미를 축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추가 협의’라면 기술적으로도 본문을 건들지 않고서도, 부속서, 사이드레터 등을 통한 협상 방식을 택하기도 훨씬 수월해 진다.

미국 내 상황에 의해 재협상이 도마에 올랐다. 과연 미국이 어떤 내용들로 ‘재협상’을 요구할까. 미국이 얼마나 한국 정부를 곤혹스럽게 만들지는 좀 더 지켜볼 일이다.

한편, 협정문 원문은 25일(금) 공개 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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