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FTA 협상 평가 토론회 당시, 가장 처참한 점수를 받았던 지적재산권 분야. 공개된 협상문에는 더 충격적인 내용들이 포함돼 있었다.
무단 저작물의 유통이 가능한 인터넷 사이트 자체를 폐쇄하겠다는 내용 뿐만 아니라, 웹하드 서비스와 P2P는 특별히 폐쇄 대상으로 지목돼 있다. 협정 발표일로부터 6개월 이내 최대한 빨리 합동조사팀을 구성해, 한국에서 단속활동과 고소, 고발을 하겠다는 구체적인 수준의 양보도 포함돼 있다.
남희섭 지적재산권공대위 대표는 “지적재산권 제도의 권리보호와 이용 사이의 균형에 대한 고려가 전혀 없다. 오직 ‘권리 강화’의 일색이다”고 강조하며 “국제기준(TRIPS 협정)을 훨씬 상회하는 미국의 핵심 요구 사항이 빠짐없이 수용된 협상으로, 이는 협상이 아닌 일방적 양보다”라고 평가했다.
이하는 남희섭 대표의 발표 내용이다.
지재권 분야 협상 결과만으로도 국내 법률 특허법, 실용신안법, 상표법, 저작권법, 컴퓨터 프로그램 보호법, 인터넷주소지원에 관한법률, 관세법, 민사집행법, 약사법, 농약관리법 등 10개의 법률을 개정해야 한다.
그러나 김종훈 수석대표의 말을 빌리면 한미FTA로 인해 개정이 필요한 국내 법률은 20개라고 한다. 거의 절반이 지적재산권 분야라는 얘기가 된다. 이에 비해 미국은 자국 법률을 하나도 개정하지 않아도 된다.
정부는 일부는 제도 선진화, 일부는 우리 요구의 관철이라고 하지만, 사실 내용을 보면 아무 실효성도 없는 것들이다.
대표적인 예로 정부가 일시적 저장(제 18.4조 제 1항)을 저작권자의 권리(복제권)으로 인정하는 대신 ‘공정이용을 위한 예외’를 협정문에 명시했다는 점을 협상의 성과라고 포장했다.
그러나 예외없는 권리는 없기 때문에 ‘공정이용을 위한 예외’를 협정문에 명시하든, 하지 않든 결과에는 아무런 차이가 없다. 협정문에 명시된 ‘공정 이용을 위한 예외’는 국제조약에 허용하는 수준에 불과하다. 어떠한 권리에도 예외는 당연히 인정된다는 점에서 공정 이용에 대한 예외일 뿐이다.
기술적보호조치의 예외에 대해서는 협정문에 규정된 것 이외의 예외를 설정할 수 없고, 미국과 미리 협의를 해야만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미국의 기존 FTA에는 없는 새로운 형태의 권리 강화 내용도 포함돼 있다.
협정 제 18장의 부속서한 온라인 불법복제 방지의 내용을 보면, 한국 정부가 미국에 내준 추가 양보는 무단 저작물의 유통이 가능한 인터넷 사이트 자체를 폐쇄하겠다는 것이다.
부속서한에서 폐쇄 조치까지 가능하도록 한 ‘저작물의 무단 복제, 배포 또는 전송을 허용하는 인터넷 사이트’는 저작권 침해를 조장하거나 적극적으로 유도한 사이트가 아니라, 저작권자로부터 허락받지 않은(unauthorized) 저작물의 복제, 전송이 가능한 인터넷 사이트 즉, 모든 포털과 인터넷 사이트가 대상이 된다. 웹하드 서비스와 P2P은 특별히 지목해 폐쇄 대상으로 하고 있다.
미국 변호사들한테 확인해 봐도 미국이 체결한 어떠한 FTA에도 이런 내용들은 없다. 부속서한을 보면 한국이 뭘 하든, 일방적인 내용 뿐인 항목 문서이다.
이렇게 되면 한국의 모든 싸이트가 해당된다. 이는 국제법과 저작권과 관련한 법에는 없는 내용이다. 침해가 되면 해당 저작물을 내리면 되고, 사이트 운영자가 침해된 저작물을 삭제하거나, 저작권 침해가 일어나는 복제, 전송 행위를 방지하는 조치를 취하면 충분하다. 협정문 본문에도 그렇게 돼 있는데 부속서에서는 ‘폐쇄’가 언급돼 있는 상황이다.
인터넷을 통해 저작물을 유통하는 것은 미국에서도 활발하고, 개인 이용자에 대한 소송은 미국이 훨씬 더 많다. 그럼에도 문제는 한국에만 해당되는 내용이 가득하다는 점이다.
협정 발효일로부터 6개월 내 최대한 빨리 합동조사팀을 구성해 단속 활동과 고소, 고발을 하겠다는 구체적인 수준까지 양보하고 있다. 운영하는 쪽만 형사처벌 하는게 아니라 서비스 개발한 개발자까지 처벌할 수 있는 내용도 있다. 이는 기술개발을 저해할 위험까지 있다.
지적재산권공대위는 28일 기자회견을 통해 자세한 내용을 밝힐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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