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FTA 협상에서 위샘검역 분과의 협정문은 3장 분량으로 다른 분과에 비해 내용은 적은 편이다. 이유인 즉, 쇠고기, GMO, 조류독감 지역화조건, 육류검사 시스템 동등성 인정 등과 관련해 핵심이라 할 수 있는 내용들이 협정문에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박상표 국민건강을위한수의사연대(국건수) 편집국장은 25일 진행된 한미FTA저지범국민운동본부(범국본)의 협상문 공개 전문가 평가 자리에서 “정부가 양해각서(Understanding)를 작성했음에도 협정문과 별개라고 주장하면서 공개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하며 조속한 공개를 촉구했다.
또한 한국 정부 관계자들이 프랑스 국제수역사무국(OIE) 총회에 옵저버(Observer) 자격으로 참석한 강기갑 민주노동당 의원의 총회 참석을 방해 하는 어이 없는 사태가 발생했다.
허송무 농림부 가축방역과 사무관 등 정부 관계자들이 옵저버 자격을 획득한 강기갑 의원이 OIE 총회장에 입장하는 것이 불가하다며 여러 차례 제지해 결국 강기갑 의원이 행사장 밖에서 모니터 상으로 관람했으나 오히려 OIE 사무국에서 옵저버도 총회에 참석할 수 있다는 내용을 확인했던 것.
박상표 국장은 “농림부는 국제수역사무국에 미국의 광우병 통제국가 등급 판정에 비판적인 의견을 제출했으나, 실제 총회에서는 반대토론 조차도 하지 않았다”고 지적하며 “한미 FTA의 4대 선결조건의 이행과 한미FTA의 미국 의회 통과를 위해 헌법기관인 국회의원과 국민들을 우롱했음이 확인됐다”고 비판의 날을 세웠다.
이하는 박상표 국장이 전문가 약평으로 제출한 쇠고기 및 SPS위생검역 분과 협정문에 대한 평가 내용이다.
SPS 협정문 목적에서 '양 당사국의 SPS 협정 이행을 증진하며', '양자 간의 위생 및 식물위생 문제를 다루기 위한 위원회를 규정하는 것'을 한국 측이 반대하는 입장을 가지고 있었으나, 미국 측의 주장이 그대로 반영되었다. 한국 측이 반대를 한 이유는 SPS 이행을 증진하기 위한 목적으로 위원회가 압력의 수단이 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적용범위’에 '양 당사국간 무역에 직접적 또는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당사국의 모든 위생 및 식물위생조치에 적용된다'는 미국 측의 주장이 반영되어 있다. 양측의 입장을 괄호로 처리한 통합협정문에 한국 측은 이 조항에 반대하는 입장을 가지고 있었다. 간접적 영향의 범위를 지나치게 포괄적이고 자의적으로 해석할 우려가 있다.
협의채널 구성에서 한국 측은 접촉창구(contact point)를 주장하였고, 미국 측은 위생 및 식물위생 위원회(SPS committee)를 주장하였다. 최종안에는 미국 측의 입장이 반영된 위원회를 설립하기로 했다. 위원회 설립 조항에 위원회의 구성, 권한, 역할을 명확히 규정한 문구가 삽입되어 있지 않다.
위원의 목적이 'SPS 협정 이행을 증진하고, (…) SPS 사안에 관한 협의와 협력을 증진시키고, 양 당사국간 무역을 촉진하기 위한 것'이라는 규정 자체가 압력의 수단으로 작용할 수 있다. 또한 '현재 또는 미래 관계의 증진을 추구'한다는 추상적 내용도 압력의 수단으로 작용할 수 있다.
'국제 및 지역 포럼의 회의를 위하여 문제,입장 및 의제에 관하여 협의'하는 것 자체가 우리의 검역 주권을 침해할 소지가 높다.
'양 당사국은 이 협정의 발효 후 45일 이내에 위원회의 각 당사국 수석대표를 확인하고 위원회의 위임사항을 규정하는 서한의 교환을 통하여 위원회를 설치한다'는 규정을 지나치게 포괄적인 위임이라고 볼 수 있다. 세부사항들을 TOR(Term of Reference)로 규정하기로 했기 때문에 한미 FTA 협상 이후에도 여전히 용어 해석을 둘러싼 분쟁의 소지가 많이 남아 있게 됐다.
‘무역에 직접적 또는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조치’, ‘위원회의 권한’, ‘위생 및 식물위생 사안을 책임지고 있는 양 당사국의 기관들’에 관한 용어의 명확한 정의가 기술되지 않았다.
‘동물 및 식물 위생에 관한 기술회의’의 구성, 권한, 역할을 명확히 규정한 문구가 삽입되지 않았다.
국민건강과 식품안전을 지키기 위한 위생검역 원칙을 미리 설정해놓지 않고 협상이 개시되었다. 사전예방의 원칙(Precautionary Principle)을 위생검역의 원칙으로 삼았다면 광우병 쇠고기 문제, GMO 문제, 조류독감 지역화 문제, 식육검사 시스템의 동등성 문제 등 위생검역 현안에 대해 현재와 다른 방식으로 대처했을 것이다.
사전예방의 원칙은 식품안전 및 동식물보건에 있어서 ‘안전우선’을 지향하는 원칙으로서 상품교역 시 인체와 동식물, 그리고 환경에 유해하다고 추정되는 경우, 피해가능성을 입증할 수 있는 과학적 증거가 불충분하거나 불확실하더라도 임시적으로 보다 높은 강도의 보호조치를 채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광우병 위험 미국산 쇠고기 수입은 치명적 실책이다
국민건강과 식품안전에 대한 고려 없이 광우병 위험으로부터 안전하지 않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개방을 한미 FTA 4대 선결조건으로 양보한 것은 치명적 실책이라고 볼 수 있다. 특히 한미 FTA 최종 연장 협상 마지막 날 밤에 노무현 대통령이 부시 대통령과의 전화통화에서 2007년 5월 국제수역사무국(OIE) 총회 이후 쇠고기 수입 개방을 약속한 것은 국민건강과 식품안전을 한미 FTA 협상 타결과 맞바꾼 부적절한 거래였다고 볼 수 있다.
노무현 대통령은 4월 2일 밤 대국민담화를 통해 부시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에서 앞으로 한국은 성실히 협상에 임할 것이라는 점, 그리고 협상에 있어서 국제수역사무국의 권고를 존중하여 합리적인 수준으로 개방하겠다는 의향을 가지고 있다는 점, 그리고 합의에 따르는 절차를 합리적인 기간 안에 마무리할 것이라는 점을 약속으로 확인해주었다.
이렇게 한 것은 지난날 뼈 조각 검사에서 한국 정부의 전량 검사와 전량반송으로 인해 미국이 불신을 가지고 뼈를 포함한 쇠고기의 수입과 절차의 이행에 관해 기한을 정한 약속을 문서로 해줄 것을 요구한 데서 비롯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고, 쌍방의 체면을 살릴 수 있는 적절한 타협이었다고 생각한다. 정부는 이 약속을 지킬 것이고, 이 약속을 성실하게 이행하면 쇠고기의 수입이 가능한 시기를 추정할 수 있을 것이나 그것을 기한을 정한 무조건적인 수입의 약속이라고 하거나 이면계약이라고 해서는 안 될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노무현 대통령이 부시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에서 쇠고기 수입에 관한 구두약속을 한 사실과 구두약속을 미국 측에 확약하기 위해서 이러한 내용을 대국민 담화를 통해 밝힌 사실은 한국의 통상외교 역사에 치욕으로 기록될 것이다.
위생검역 사안인 GMO와 상품의 하나인 섬유의 원산지 규정과의 부적절한 빅딜이 이루어짐으로써 국민건강과 식품안전이 위협받게 되었으며, 바이오안전성의정서(BSP) 비준에 따른 LMO법의 시행에 관한 입법주권까지 포기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유전자변형생물체(LMO) 규제완화 양해각서(Understanding)에 이어 '동물건강 및 축산물 위생조치에 관한 양해각서(Understanding)'를 통해 조류독감(AI) 지역화 조건과 육류검사 시스템의 동등성을 인정한 것은 위생검역 기준의 하향평준화로 국민건강과 식품안전을 위태롭게 만들었다.
위생검역(SPS) 상설위원회 설치를 합의함으로써 미국 측이 위생검역 현안에 대해 지속적으로 통상압력을 행사할 수 있는 수단을 마련해 주었다. 특히 LMO 관련 양해서에서 '교역에 장애가 될 것으로 예측되는 이슈를 다루기 위하여 양자 간 의사소통 채널을 활용'하기로 합의한 것과 SPS 분과에서 ‘적용범위’를 '양 당사국간 무역에 직접적 또는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당사국의 모든 위생 및 식물위생조치'로 합의한 것은 국민의 건강과 식품안전을 위한 정부의 모든 조치를 무력화시킬 압력 수단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원산지 분과에서 쇠고기와 돼지고기의 원산지 기준을 도축국 기준으로 양보함에 따라 위생검역 분과의 원산지 기준과 서로 모순되고 충돌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이러한 상황은 향후 교역을 원활하게 촉진시킨다는 명분으로 위생검역 분과의 원산지 규정을 더욱 후퇴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
한편 섬유의 원산지를 얀 포워드 규정(Yarn Forward Rule)에 따라 원사기준 원산지 판정방식으로 합의한 것과 설탕의 원산지 규정을 원당 기준으로 합의한 것은 미국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내용으로 한국 협상단의 협상력 부재와 원칙의 부재를 증명해주고 있다.
결론적으로 한미 FTA 협상 타결로 인해 국민의 생명과 건강, 그리고 식품안전이 위협하고 있으며, 검역주권이 무력화되었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한미 FTA 협상은 원점에서부터 재검토해야 하며, 국민건강과 식품안전을 위해 한미 FTA 협상 타결안은 결코 체결,비준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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