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상은 없었다..모두 반영했을 뿐’

[한미FTA-지재권]① 협상 총괄 평가

한미FTA저지범국민운동본부(범국본)은 지난달 24일, 협상문이 공개되기 전 공개된 자료들을 중심으로 한미FTA 협상 결과에 대한 1차 평가 토론회를 진행했다.

토론회에 참석했던 남희섭 정보고유연대 IPLeft 대표는 “협상은 없었다”며 정부의 협상 결과에 대한 참담함을 드러냈다.

지적재산권(지재권) 제도가 갖는 본래적 의미는 권리의 보호와 이용 사이의 균형이다. 지재권 제도는 지재권 보호를 위한 제도로 한정할 수 없다. 지재권 보호는 창작물의 사회적 이용과 확산을 위한 수단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지재권 보호만 강조하면, 창작물의 사회적 이용과 확산에 방해가 되고 지재권 제도가 기능을 발휘할 수 없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균형이 중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미FTA 협상 결과는 권리를 과도하게 보호함으로 제도가 갖는 본래적 의미를 후퇴 시킨 셈이다.

지재권 분야에서, 미국의 핵심 전략은 특허나 저작권 제도를 통해 미국 기업들의 독점이익을 강화하는 것이었고, 이를 위해 미국 지재권 제도의 핵심 내용을 한국에 이식하려는 의도가 바탕에 깔려 있었다.

미국 재계의 입장을 담고 있는 ‘주한미상공회의소 2005 정책보고서’를 살펴봐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보고서에는 한미 FTA에 대한 주요 요구사항 중 하나로 ‘디지털 지적재산권 침해를 중심으로 지적재산권 보호 및 단속 강화’를 꼽고 있다. 협상 결과에 '권리 보호' 강화의 측면에서 이 같은 요구가 사실상 모두 수용됐음을 알 수 있다.

지적재산권 공대위는 지재권 분야의 협상 결과로 국내 법률의 특허법, 실용신안법, 상표법, 저작권법, 컴퓨터 프로그램 보호법, 인터넷주소지원에 관한법률, 관세법, 민사집행법, 약사법, 농약관리법 등 10여 개의 법률을 개정해야 할 것으로 전망했다. 사실상 한미FTA 협상 결과로 인해, 국내 동인이 아닌 외부 충격에 의해 지적재산권과 관련한 법들을 대거 바꾸거나 만들어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된 것이다.

미국 협상단이 한미FTA 협상 당시, 한국 협상단이 요구한 무역구제와 전문직 비자쿼터 확보와 비자쿼터를 늘려달라는 요구를 국내법 개정 사항이라며 협상 거부했던 것을 비춰 볼 때 한국이 얼마나 어처구니없는 상황에 처했는가를 알 수 있는 부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적재산권과 관련해 한국 정부가 관철했다는 내용들을 살펴보면 이미 국제기준으로 이미 수용 됐던 예외들에 불과해 협정문에 굳이 넣지 않더라도 상관이 없는, 대부분 실효성이 없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이러니 한미FTA 협상에서 지적재산권 협상이 ‘버리는 카드였다’는 평가가 무리도 아닌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지재권 분야에서 미국의 요구를 수용한 것이 국내 제도의 선진화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미국은 지적재산권 제도를 무역과 연계시켜 창작자의 이익보다 덩치가 큰 소수의 독점 자본이 소유와 통제를 통해, 독점을 강화하는 형태로 활용하고 있다. 그들의 이윤 극대화를 위해 구축해 놓은 제도를 ‘선진화’로 포장해 한미FTA에 그대로 반영하고 한 셈이다.

정부는 지재권의 강화가 장기적으로 지재권 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으며, 우리에게도 필요한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전문가들은 역사적으로 기술이나 문화 수준에 상관없이 지재권 보호 수준만 높여서 기술과 문화가 발전한 예는 없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한미FTA 지적재산권 협상 결과에 대해 지적재산권공대위는 28일 기자회견을 통해 “협정문은 국제기준과 미국이 타국과 체결한 자유무역협정을 훨씬 상회하는 권리 강화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을 뿐만 아니라, 권리 보호를 위해 과도한 행정적 사법적 조치를 포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지적재산권 협정문이 한미 간 국익의 측면에서도, 권리자와 이용자의 균형이라는 지적재산권의 본질적 측면에서도 그리고 민주적이고 주체적인 지적재산권 제도의 수립이라는 국내 상황을 비추어 보아도 실패한 협상이다"라고 평가했다.

  지난 4월 한미FTA저지범국민운동본부에서 주최한 토론회에서 발표된 지적재산권 협상 결과 평가 자료.
덧붙이는 말

지적재산권은 산업상 이용이 가능한 발명에 독점권을 부여하는 특허권, 문화예술 창작물에 대한 배타적 권리를 부여하고 있는 저작권을 비롯해 상표권, 영업비밀 등 다양한 독점권을 포함하고 있다. 따라서 지적재산권 제도는 한 사회의 기술, 산업의 발전과 문화의 증진에 큰 영향을 미치며, 정보화가 진척될수록 그 영향력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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