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진 정부 토론자들....자문단을 꾸짖다!

[토론회] 한미FTA졸속 체결에 반대하는 국회 비상시국회의 정책자문단 주최

한미FTA 국회비상시국회의 정책 내용을 지원하는 '한미FTA졸속 체결에 반대하는 국회 비상시국회의 정책자문단'은 한미FTA 재협상을 앞두고, 20일 공개된 협정문과 한미FTA 협상 전체를 총괄 평가하는 종합 토론을 진행했다.

이날 토론은 지난 17일 KBS에서 진행된 한미FTA 쟁점 토론회의 연속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주요 분과 토론자 배치가 방송과 같았고, 쟁점과 논점도 방송 토론 내용의 연장이었다.

이날 토론회에 앞서, '정책자문단'은 방대한 분량의 '한미FTA 협정문 분석 종합보고서를 발간했다. 묵직 한, 한미FTA 협정문의 상품, 투자, 서비스, 기타와 총론으로 구성된 660쪽에 달하는 총괄적인 보고서다. 협정문 공개 이후 짧은 기간이지만, 국회의 비상시국의원들과 정책 자문단의 노력이 결집된 산물이라 할 수 있다.

날선 토론이 진행됐다. 의원들뿐만 아니라 토론 참가자들, 정부측 협상 관련 참가자들은 그간 TV 토론회, 청문회 등 계속 된 토론과정에서 좁혀지지 않는 쟁점들에 답답함을 토로하며, '세계관'의 차이로 치부하거나, 공격적인 태세를 취하기도 했다.

자문단 소속 토론자들은 "정부의 객관적 협상 평가"를 촉구했고, 정부측 토론자들은 "협상은 이미 끝났으니, 앞으로를 논하자"며 논점을 빗겨갔다. 특히 제한된 토론시간을 활용해 '개방'론과 '원칙론' 강의까지, 어이없는 상황을 만들어 내기도 했다.

협상 내용 토론보다는 시간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전술로

매 세션 토론 중, 한 사람 이상은 토론 시간을 '개방론'과 '국익'론 그리고 자신이 얼마나 협상에 열심히 했는가에 대한 강연을 선 배치해 시간을 충분히 활용했다. 총론 토론에 나선 홍영표 FTA 국내대책본부장은 '세계관'의 차이를 거론하며, 능동적으로 세계시장에 대처해야 한다고 강변했다. 그러면서도'시간이 부족해서 아쉽다'는 여훈을 남기는 것을 빼 놓지 않았다.

저작권보호기간이 50년에서 70년으로 20년이 늘어났고, 지재권 협상은 사실상 미국측의 요구가 전적으로 관철된 협상 결과라는 남희섭 지적재산권공대위 대표의 지적에 김정배 문화관광부 저작권팀장은 "남의 것으로 장사하는 사람들에게 철퇴를 내려야 한다"고 자기 주장을 펼치며, "정말 잘못한 것은, 우리 문화 산업이 이런 불법 컨텐츠 단운로드로 황폐화 되고 있는데 권리자 보호를 우리 문화 산업 종사자들에게만 돌아가게 했다면 얼마나 좋을까. 문화 산업 강대국의 것을 공짜로 사용하게 벽을 싸아두었으면 좋지 않았을까"라는 식의 동문서답으로 시간을 끌었다.

지난 방송 토론 이후 두드러지는 현상 중 하나는, 배경택 보건복지부 FTA팀장 처럼 한미FTA 반대 진영의 강경한 싸움이 있었기에 자신이 협상할 때 도움을 받았다는 '연합 공세'로 평가하는 방식이다.

아울러 "이제는 협상이 끝났으니 앞으로를 모색하자"는 제언도 빼 놓지 않는다. 언듯 보면 그럴듯 해 보인다. 그렇지만 이는 아직 서명도 안됐고, 재협상도 남은 한미FTA협상 타결을 완전 기정사실화 하려는 의도로 해석될 수밖에 없다. '버스는 떠났는데 왜 여전히 손 흔들고 있냐'며 협상 결과에 대한 토론 보다는 다른 논의로 초점을 옮기는 전술인 셈이다.

답답했던 한 청중, 마이크를 잡고 "그래서 한미FTA 협상으로 인해 보건의료 분야에 실익이 있냐, 없냐"는 질문을 배경택 팀장에게 던진다. 배경택 팀장은 "한미FTA는 전체로 국민 전반에 실익이 있다. 보건의료 분야만 따로 빼서 얘기하는 것은 적당한 방법이 아니다"라며 평가를 피했다.

방금전 '반대 진영' 덕분에 좋은 협상을 할 수 있었다고 말하면서도, 분과 협상에 대해서는 객관적 협상을 피하며 '한미FTA는 전체적으로 도움이 되는 것'이라는 말로 마무리 하는 센스.

비슷한 예로, 이경식 산업자원부 FTA지원팀장도 "국책 연구기관의 분석이 정부 의사결정을 돕는다. 상품 분야를 지필한 백일 교수도 나름 경제 효과를 분석하고 있다"는 동문서답을 늘어 놓은 후 "그래서 산자부가 어떤 경제 모형을 써서, 한미FTA 영향 평가에 대해 연구한 자료가 있냐"는 정태인 성공회대 교수의 질문에 대해서는 "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F)의 자료는 신빙성이 있어 보인다"며 결국 산자부 자체의 조사 자료가 없다는 말을 에둘러 표현하기도 했다. 핵심을 빗겨가는 기술이다.

내 담당만 얘기하겠다

전문가가 아닌 다음에야 이들의 '사실관계' 확인 논란에 끼어들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윤동진 농림부통상협력관 처럼 과감하게 자기 주장을 공세적으로 펼치는 경우도 있다.

미국산 광우병 위험 쇠고기 수입 재개가 한미FTA 선결과제로 처음부터 문제가 많았다. 미국에서 광우병 소가 발견되고, 뼛조각에 다이옥신이 발견되고, 갈비가 통째로 들어오는 상황에서, 실수는 미국에서 하고, 수입위생조건을 낮추는 조치는 한국 정부가 대행했다.

박상표 국민건강을위한수의사연대 편집국장은 4대 선결 조건, '스크린쿼터 축소는 양국 정부간 약속이니 반드시 지키되 미래유보는 국내 설득용 카드' 임, LMO는 협상 대상이 아니라고 했지만, 정부 내부 워크샵 자료에서 거론됐던 내용, 통합협정문 미공개 내용, Term of Reference, 협상록(negotiation history) 등 주요 내용을 3년 비공개로 해 놓은 상황들을 지적하며 "정부가 사실 관계를 왜곡하고 있고, 정부 측의 주장이 사실인지 조차 확인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 놓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윤동진 협력관은 "한미FTA는 포괄적이다. 다른 부분은 내 영역이 아니니 다른 부분은 잘 모르지만 내가 담당은 내가 했으니 잘 알고 있다. 이에 대해 얘기 하겠다"며 우선 배수진을 치고 시작했다.

"4대 선결 조건은 답변하지 않겠다"고 1차 정리. "도축장 검사의 문제, 90년대 말부터 미,호주, 캐나다 다 인정을 해 준 것이고 그런 시스템으로 하고 있다. 이미 이뤄지고 있고 추가되는 것이 없다"며 미국에만 별도로 허가 해 준 것이 없다고 강조했다.

"지역화 문제, 조류인플루엔자는 WTO 규정에 인정하게 돼 있고, 제네바의 SPS 위원회 회의에서 어떻게 지침을 만들거냐의 문제이지 한국이 누굴 봐주기 위한 것이 아니라 WTO 회원국으로 따라야 할 분야", "LMO는 아닌 밤에 홍두깨이다. (내가) 담당 분과로 있을 수도 없다. 그 문건 만든 사람에게 물어봐라. 있을 수 없다"라고 못을 박았다.

그러나 광우병 위험 국가 중 미국만 수입 재개가 허용된 상황이라는 지적에 '다른 나라들도 수출의향서를 제출한 상황'임을 지적하며 좀더 지켜 보라고 덧붙인다. 캐나다, 유럽 지역의 광우병 위험 쇠고기들도 미국의 수입재개 흐름을 타고 들어올 것이라는 예고 인 셈이다. '지역화 문제'에 대해, 한국이 미국에 대해서만 WTO 규정보다 앞서 진도가 나갔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대답을 피해갔다.

협상담당자도 '홍두깨'라고 지적했던 LMO와 관련해 박상표 국장이 근거로 든 자료는 올해 3월 산업자원부가 작성한 비공개 보고 문서로, 강호원 본부장과 김종훈 한미FTA 협상 단장이 LMO와 관련한 내용으로 아침 미팅을 했다는 구체적인 내용도 포함돼 있다.

못박고 아니라고 주장하고, 자문단이 거짓으로 사람들을 현혹시키고 있다고 주장했지만, 논쟁의 진실은 정부의 '비공개'로 묶여 있는 자료들에 숨겨져 있는 상황이다.

윤동진 협력관의 주장처럼 진정, 자신의 분과 협상 외에는 몰라서 산자부 보고자료와 같이 정부 부처간 협의를 전혀 모르는, 손과 발이 따로 움직인 협상이 진행됐거나, 아니면 알면서도 '어차피 비공개 문건'임을 전제로 우선 '오리발'을 내밀고 있는 것으로 해석 될 수밖에 없다. 둘다 어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미국의 반대 목소리.. 한국이 협상 잘해서 그런 거 아니겠나

윤동진 협력관은 "평가의 척도"에 대해 문제제기 했다. 협상 결과를 놓고, 처음 정부 주장과 문구가 달라졌다고 혹평하는 것은 전형적인 흑백논리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이해영 자문단장은 "협상이 주고 받는 것이라 하지만, 높게 불러 중간에서 타결 보는거 아닌가"라며 "미국은 100불러 100을 챙겨가는데 한국은 50을 불러 10이나 챙겼나. 1:9 잘해야 2:8의 결과를 놓고 어떻게 이익의 균형을 말할 수 있나 "라고 반문했다.

이경식 팀장은 "미 쪽에서 자동차는 미국이 양보를 했다라고 미 의회에서 말하고 있고, 업계에서도 그렇게 말하고 있다"고, 백두옥 산자부 무역위원회무역구제 정책팀장은 "무역구제 분야는 얻어낼 것 밖에 없고 내버릴 카드가 없는 분과"임을 전제하며, "미 자문보고서를 보면, 미 철강 업계가 우려를 표하니 오히려 우리 무역구제 협상이 잘 된 것 아니겠는가"를 반문한다. 미국의 반대 목소리가 높을 수록 한국의 협상이 잘된 것 아니냐는 주장이다.

이에 정태인 성공회대 교수는 "서비스투자, 지재권 등 이런 자문위원회는 찬성 일색인데 그럼 그 부분 협상을 제대로 못했다는 것이냐"는 평가 결과를 묻는 질문에는 모두가 침묵했다.

이날 토론회는 그렇다. 정부도 나름 열심히 협상했고, 결과가 이것이라는 점에 대해서 누구를 탓할 수 있겠나.

문제는 처음 잘못 끼워진 단추이기에 옷의 단추를 다 끼워봐도 남는 단추가 생기고, 옷 매무세가 어색하게 삐뚤어진 것을 모두가 확인하고 있는 상황이라는 점이다. 자문단은 다시 단추를 끼워 제대로 옷을 입자고 하는 것이고, 정부 협상단은 이미 다 끼운거 그냥 입고 밖에 나가면 된다는 주장이다. 단추가 엇갈려 옷이 이상한데, 정부는 계속 '옷이 잘 어울린다'는 말만 되풀이 하고 있는 셈이다.

이날 토론회에서 여러 쟁점들이 남았다. 정부가 자동차 협상 결과에 대한 세금 부담을 '주행세' 등 국민들에게 전가할 것이라는 산자부 발표 내용, 투자 등 다양한 국내법 개정 작업들에 대한 우려가 다양하게 제기됐다. 한미FTA를 둘러싼 진실 공방, 평가 토론은 어렵고 지겹지만, 좀더 인내심을 갖고 지켜봐야 할 상황이다.
덧붙이는 말

이날 자문단이 제출한 '한미FTA협정문 분석 종합보고서'는 한미FTA저지범국민운동본부(범국본) 홈페이지에서 다운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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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재권 , 재협상 , 한미FTA , 자문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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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경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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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경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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