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업계 노동자들.. 한미FTA 수혜자 일까?

대규모 구조조정 예고.. 업계와 노동자들의 이해는 등치되지 않는다

한미FTA협상 타결을 선언하며, 한국 정부는 수혜 업종으로 ‘자동차’를 꼽았다. 반대여론 속에서도 오직 자동차 산업의 미래를 위해 한미FTA를 추진했다는 듯이.

자동차 노동자들이 파업을 선언하고 나섰다. 일각에서는 “한미FTA 최대 수혜자인 자동차 노동자들이 왜 파업을 하냐”며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낸다.

한미FTA 협정문을 보면 최대 수혜 대상이 ‘자동차 업종 노동자들’이 아니라는 점은 분명하게 드러난다. 사실은 수혜자가 아님에도 정부의 선전과 미국에서의 ‘자동차’ 재협상 요구에 의해 여론이 부풀려 졌던 것이다. 속앓이를 하던 자동차 노동자들이 끝내 파업을 선언했다.

한미FTA는 투자, 보건의료서비스, 농업 등 우리 생활 전반과 연관된 모든 내용이 협정문 안에 포함돼 있다. 한미FTA협상으로 인해 국민 생활에 전반에 의료비 폭등, 간접 비용 증가, 세금 부담 가중 등의 부작용을 낼 것이라는 총평에서 그 누구도 자유롭지 않다. 이는 자동차 업계 노동자들이 한미FTA의 수혜자가 아니라는 것의 대전제이기도 하다.

자동차 산업, 수출보다 美 현지생산이 강화된다

한국의 자동차 생산은 증가추세에 있으나 성장률이 정체되고 있다. 내수부문은 감소 및 정체 추세이고, 수출은 증가추세이나 증가율 또한 감소하고 있는 실정이다. 대미 자동차 무역수지는 2004년 101억불을 정점으로 2005년에는 87.5억불로, 액면 상으로 2004년 대비 13.5% 감소, 현대기아차의 2005년 대비 2006년 수출실적은 -26%에 이른다.

반면 미국으로부터 완성차 수입은 총수입차중 2005년 3,811대(12.3%), 2006년 9%(대수기준)에 불과 해 미국 차의 한국 내수시장 전체 점유율은 0.4-0.6%에 이른다. 규모상으로는 그리 높은 비중은 아니다. 그러나 수입차 시장이 2006년 4.2%(대수기준, 2007년 5.3%)로 전년대비 21%성장했으며, 액수기준으로는 13.6%(2007년 16.3%)로 매우 빠른 성장을 보이고 있다.

국내 생산 업체가 고전을 치루고 있는 반면, 수입차 시장의 확대와 더불어 미국산 완성차의 경쟁 또한 가속화 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리고 이런 시점에서 한미FTA협상이 타결됐다.

한미FTA 자동차협상에서 한국 측은 3000cc 미만, 이상과 상관없이 현행 관세를 즉시 철폐하고, 부품도 즉시철폐 하기로 했다. 버스는 3년 뒤 50%, 픽업트럭은 3년 뒤 50% 감축하기로 했다. 이에 미 측은 3000cc이하 승용차와 자동차 부품의 관세를 즉시철폐하고, 3000cc이상 승용차는 3년, 타이어는 5년, 픽업트럭은 10년에 걸쳐 관세를 철폐하기로 합의했다.

한국 측 8% 와 미국 측 2.5% 의 기본적인 관세차이가 있다. 시장 규모가 다르다 할지라도, 관세율 격차상, 항목 대상으로 봐도 한국 측이 더 많이 관세를 철폐 했다.

한국 영업이익의 주력인 3000cc이상의 차는 관세철폐가 3년 이후이므로 사실상 관세효과는 삭감 될 수밖에 없다. 또한 현대기아차의 수출이 감소하고 있는 추세는 대미 자동차 수출보다 현지생산으로 강화되고 있는 결과를 반증한다.

현대자동차의 경우, 북미지역 차량수출은 2005년 -25%. 2006년 -26.6%로 대폭 감소하고 있는 반면, 2006년 수출 및 현지차 생산비중은 이미 50:50에 이르고 있다. 기아차 역시 조지아 공장이 완성되면 수출물량은 적어도 50%이하로 반감될 것으로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사실상 미국 현지 생산이 대미 수출을 대체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업계의 관세철폐의 효과의 실익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반면 미국산 수입차의 8% 관세 철폐로 3000cc급의 경우 대당 300~500만원 정도의 가격인하 효과 뿐만 아니라 5%의 특소세 인하를 고려한다면 미국자동차업계의 국내시장 잠식은 ‘빠르게 확장 될 것’이라는 예측 보고서도 제출된 바 있다.

자동차 부품사들...벼랑 끝에 내몰렸다

자동차 원산지 규정은 자동차 제품에 대해 순원가법(Net Cost)과 공제법(Build-Down)/집적법(Build-Up)을 기업이 선택적으로 사용토록 협정문에 명시됐다. 역내산 인정 부가가치 수준은 순원가법 35%, 집적법 35%, 공제법 55%에서 합의하고 품목별 원산지 역내가치기준(6-2조) 및 부속서(6-가)에 명시하고 있다.

이를 뒤집어 보면, 자동차 부품의 35%만 국산으로 조달하면, 65%는 중국, 동남아 등에서 만들어 와도 ‘한국산’ 자동차의 딱지를 달수 있다는 것이다.

자동차 전체 공정 중 완성차 조립의 비중이 갈수록 낮아지고 있는 상황임을 고려할 때, 해외조달의 가능성 확대는 국내 부품사들의 해외 생산 비율 증가의 추세를 몰고 올 가능성이 높다.

특히 한국과 일본, 중국 사이에 ‘일반법용제품’의 기술격차는 거의 없는 상태이다. 국내 부품사들이 중국이나 인도 현지에 진출한 후 국내에 역 수입하는 ‘Buy Back’이 더욱 확산될 여지가 높다. 한미FTA 협정문은 그 길을 열어줬고, 정부는 한중FTA, 한인도CEPA 등 연이은 FTA를 통해 이를 보장하고 있다. 결국 완성차 뿐만 아니라 부품사들의 국내 공장의 축소및 재편과 현재 고용된 노동자들의 구조조정은 뻔한 수순이다.

특히 2005년 말 외국인이 투자한 한국 부품업체 수는 257개 업체로 이중 62개가 미국 부품업체 들이다. 세계 100위권에 포함되는 초대형 기업들도 포함돼 있다. 이들이 이런 분위기를 타고 국내 부품사를 인수합병 할 경우, 해당 업체의 모든 기술, 재산권을 소유하게 된다.

이들이 인수합병을 통해 국내 부품산업의 기술력 전반을 구입 하는 효과 뿐만 아니라 부품사들의 글로벌 체제의 편입, 단순 하청기지로 전락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미래형 하이브리드 카 10년 철폐.. 美 기술 표준의 선점 효과

세계적으로 화석연료를 주된 동력으로 하는 자동차가 지구온난화의 주된 원인으로 꼽히는 배기가스를 배출한다는 점에서 사회적 규제의 대상이 되고 있다. 화석 연료 자체가 고갈, 환경문제 등을 이유로 각 나라들은 대체 에너지를 사용하는 친환경 미래형 자동차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렇게 각 나라, 정부가 공을 들이는 이유는 미래형 자동차가 어떤 방식으로 ‘표준이 될 것인가’가 사실상 21세기 자동차 산업의 판도 변화를 좌우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측면에서 한미FTA 협상에서 ‘2009년 경 미국 업계가 양산할 예정인 전기 모터 중심의 하이브리드 카를 10년 관세 철폐 대상’으로 뒀다는 점은 매우 중요하다.

이에 대해 정부는 “미국 내의 공급 부족, 운송비용 등을 감안할 경우, 수입이 급증할 가능성은 적고 국내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미래형 자동차의 경우 현재 핵심기술상 선두에 선 일부 기업들이 다른 경쟁사에 자사 시스템을 공급함으로써 시장표준을 선점하려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특히 한국은 미래형 자동차 개발, 하이브리드 카에 대한 기술 경쟁력이 취약한 상황이다. 심지어 과학기술부, 산업자원부가 공동으로 시행한 범 부처 사업도 2002년 이후에는 산업자원부 단독으로, 예산 규모도 축소된 상황이다.

한국 정부가 미래형 자동차 개발 지원에 손을 떼면서, 개별 기업에게 책임을 전가한 상황에서 하이브리드 카의 10년 관세철폐라는 것은, 한국의 미래형 자동차의 기술 표준으로 미국산 자동차가 자리 잡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아가 한미FTA 협상 결과로 한미간 '자동차표준 작업반(Automotive Working Group)'을 설치하기로 했다. 이 작업반의 경우 하이브리드 카와 같은 미래형 산업에 있어서 국내 기술의 취약성을 이유로 ‘미국식 표준’이 그대로 이식되는 결과를 낳게 될 수도 있다. 결국 미래형 자동차, 하이브리드 카의 독자적인 산업 정책 도입 자체가 봉쇄될 수 도 있는 상황이다.

한미FTA 세제 개편.. 모든 부담은 국민에게로

한미FTA협정에서 배기량 기준세제 개편에 합의했다. 특소세는 3단계를 2단계로 개편하게 된다. 현행 800cc 이하 면제, 800-2000cc 5%, 2000cc 초과 10%로 였던 규정이 개편안에는 1000cc 이하 면제, 2000cc 초과차량은 발효시 8%→ 3년후 5%로 인하 하고, 자동차 세는 5단계에서 3단계로 개편했다.

중요한 점은 자동차 세제 개편의 효과가 주로 대형차에서 발생한다는 것과 자동차 세제 개편으로 정부의 세수 부족분은 다른 세금의 추가 징수를 통해 충당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사실상 경차를 몰거나, 뚜벅이 인생으로 살아가는 일반 국민들의 경우에는 별 혜택이 없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세금 부담만 가중되는 셈이다.

이와 관련해 백일 울산과학대 교수는

배기가스기준에 따른 3단계 세제개편 합의와 특소세 인하로 13% + a(관세율 8% + 특소세 5%, 공채매입부담완화)의 세율인하효과가 있으며, 이것은 자동차 업계 통상의 공격적 경영기준인 10% 가격인하를 넘어서는 것이다.

미국차의 평균가격을 5만 불로 가정하면 450-500만원 이상(배기가스기준 세제 개편 포함)의 가격인하효과가 발생한다. 문제는 이로부터 발생하는 세수부족 예상분 4,000억원 전액이 간접세인 주행세로 대체됨으로서 국민부담이 대폭 늘어난다는 것이다.

이 경우 현행 기름값의 70%대인 휘발유/경유 세금비중은 80% 이상, 현행보다 10%이상 가격이 인상될 것이다. 기름값인상이 자동차 수요(구매력)에 영향을 미치면, 특히 서민형 중소형차 시장은 경직, 총 자동차 내수시장 위축과 자동차 업계 불황, 해외판매 및 현지화 증가로 인한 산업공동화는 현재보다 더 가속화 될 가능성이 높다.


고 전망했다.

현재 정부는 한미FTA 자동차 협상 결과, 자동차 세제 개편으로 인해 4천억 원의 세수 부족이 발생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한 언론은 행자부 고위 관계자의 말을 빌어 재경부, 행정자치부, 조세연구원 등이 세수 보전 방안으로 주행세 인상 등의 방안을 검토 중인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미 정부는 국민들에게 전가하는 방법을 고안하고 있는 셈이다.

특히 여기서 빼 놓을 수 없는 독소조항. 한미FTA 협정문에는 자동차배기량 기준 세제를 다시 조정하거나 개정할 수 없도록 협정문에 명시 돼 있다.

협정위반시 모든 것을 무효화하는 독소조항 스냅백(snapback)

한미 FTA ‘특별 신속분쟁해결절차’(부속서 22-나, ‘자동차제품에 관한 대체적 분쟁절차’)는 자동차 관련양허 ‘협정위반 또는 관련이익을 무효화 및 침해하고, 심각하게 판매 및 유통에 영향을 미친다고 (“...materially affecting sale, purchase, distribution...”) 판정할 경우’ 6개월 내 관세철폐를 즉시 복귀한다는 '스냅백(snapback)'조치가 삽입되어 있다.

특히 스냅백 조항은 협정 내 일반적인 분쟁해결 절차보다 신속한 절차가 적용 된다. 7개월 미만, 즉 일반적인 분쟁해결 절차의 1/2 수준으로 기간 단축되며, 미국 측 관세율이 높은 트럭 등은 제외되며 승용차에 한 한다고 되어 있다. 사실상 미국 측에 전적으로 유리한 조항이다.

한미FTA 협상으로 인해 자동차 업계는 이익을 볼 수 도 있다. 글로벌 네트워크 생산, 유통, 판매 체계를 구축하고 확장 계획을 가지고 있음을 고려할 때, 정부가 한미 FTA 이후 한-EU FTA, 한중 FTA 등을 연이은 FTA 체결 계획에 맞춰 주판알을 튕길 순 있다.

그러나 한미FTA 자동차 협상으로 인한 세금 부담이 전 국민에게 전가되는 것 처럼, 자동차 업계 종사 노동자들에게 까지 이익으로 되돌아 올 것인가의 문제는 다른 차원의 접근이 필요하다. 중소 부품사들의 경우도 ‘무조건 이익이다’라고 해석할 순 없다.

이미 한미FTA 협정문과 협상 결과가 경차를 생산이냐, 중대형차를 생산이냐, 국내 부품사냐 외국계 부품사냐, 어떤 부품을 생산하느냐와 별개로 종사 노동자들이 자동차 산업 재편과 시스템 구축에 따른 구조조정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음을 예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의 이익과 노동자들의 이익이 등치되지 않음을 분명히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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