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협상 전제, 협정문 서명.."별도의 추가 서명 있다는 것"

[인터뷰] 송기호 수륜법률사무소 변호사

한국 정부는 미국의 TPA(무역촉진권한)종결일인 6월 30일에 한미FTA 협정문에 서명을 하겠다고 한다. 최근 다시 시작된 한미FTA 재협상과는 분리, 진행 할 것을 기정 사실화 하고 있다.

정부가 말하는 분리 진행. 서명은 6월 30일에 하고, 한미FTA 재협상은 시일을 두고 진행한다는 것이 가능할까? 정부의 설명대로, 재협상을 통해 ‘이익의 균형’을 실현하기 위한 전략일까?

통상법 전문가인 송기호 수륜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참세상>과의 인터뷰 과정에서 “현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분리대응의 방식은 국제법리상, 비정상적인 희망사항이다”라고 강조하며 "정부가 서명을 강행하는 이유는 한미FTA 논란에 대해 쐐기를 박기 위한 국내 정치용 카드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송기호 변호사는 “만약 한국 정부의 요구대로 한미FTA 협정문이 서명이 된다면, 공개본의 협정문을 6월 30일 서명하고, 이 공개본이 협상을 통해 바뀔 수 있다는 내용을 담은 별도의 서명을 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했다.

이어 "비준의 카드를 쥔 미 의회의 요구에 의해 제2, 제3의 한미FTA 재협상 요구가 제기된다 하더라도 한국 정부는 이 덫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하는 인터뷰 내용 전문이다.

정부는 재협상을 재협상대로, 6월 30일 서명은 서명대로 진행한다고 한다. 법률적 측면에서 이런 분리대응이 가능 한 것인가?

한국의 대륙법과 미국의 영미법상 법리가 다른 부분이 있다. 영미법상 계약서는 계약서 자체로 구속력을 발생시키는 것이고, 계약 문헌과 다른 서면 외에 별도의 합의가 있었다는 항변이 허용되지 않는 국제법상의 법리가 있다.

따라서 6월 30일 서명에 대한 해석도 달라 질 수 있다. 미국이 생각하는 30일 서명은 재협상의 변경 내용을 다 반영한 내용을 포함해, 최종적인 서명을 의미하는 것이다. 반면 한국이 말하는 30일 서명과 재협상의 분리 대응은 국제법상에 비정상적인 희망사항에 지나지 않는다.

정부가 말하는 서명, 재협상의 분리는 실질 현실과도 맞지 않고, 국제법의 원칙과도 맞지 않다. 정부의 주장에 따라, 재협상을 진행할 상황이면 액면 그대로 받아들여도 ‘협정문의 수정을 전제로 한 서명’인 셈인데, 국제 계약에서 그런 계약은 존재하지 않는다. 오히려 미국 측의 주장처럼 서명 전에 재협상을 끝내고, 그 내용을 다 반영해서 서명하자고 하는 것이 국제법상 합리적인 것이다.

만약 미국이 한국의 협정문 서명 제안을 수용한다면 방식은 오직 하나의 시나리오로 가능하다. 동시에 두 개의 서명을 하는 것이다. 협정문 공개본에 서명하고, 별도로 다른 하나의 서명을 하는 것, '공개본 내용의 수정이 가능하다'는 내용을 담은 서명을 진행하는 것이다.

결국 양국 정부가 30일 한미FTA 협정문 서명을 진행한다면 공개된 협정문 외에 별도의 서명 문서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추가적인 협상이 남아 있는 상황에서 대외적으로 공개본에 서명하되, 장차 이런 내용이 바뀔 수 있다는 내용을 서명해야 국제 계약법 상에도 맞다.

6/30 서명한다면 그것은 동시에 2개의 서명을 한다는 것
공개본 협정문과 그 내용이 바뀔 수 있다는 내용의 문서 서명


정부가 말하는 분리론은 국제 계약법상 의미가 없다. 단지 국내용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정부가 30일 서명을 강조하는 것은 ‘서명’을 통해 지금까지 한미FTA 를 둘러싼 논쟁에 쐐기를 박고자 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미 끝난 상황이라는 것을 강조하며, 돌이킬 수 없다는 것을 국내 이해 관계자들에게 각인, 강요하기 위한 허구적인 절차인 셈이다.

정부가 재협상 따로, 서명 따로 서명 행위에 집착하고, 돌이킬 수 없는, 사실상 마지막 길목에 한국의 역사를 잡아 끌고가고 있다. 협정문에 서명함으로, 재협상이나 국내에서의 반대 여론을 무마 시키고, 재협상을 통해 기존에 서명된 내용들이 바뀔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식으로, 이미 서명한 내용이 재협상 테이블에 오를 수 없다는 논리를 펼 것이다.

정부는 서명을 함으로, 국내의 민주적 토론, 절차들을 진행하지 해야 할 이후 단계에 대한 사회적 논의, 협정문에 대한 토론 등을 차단시키겠다는 것이다. 서명 이후 마지막 빗장을 걸어 잠그겠다는 것과 다름 아니다. 정부가 강행하는 30일 협정문 서명은 민주주의를 억압하는 하나의 코메디인 셈이다.

만약 양 정부가 오는 30일에 서명한다면, 공개 협정문 외에 진행 될 별도의 서명 내용이 차후에는 문제가 될 것이다. 나프타의 경우 완결로 협상이 끝났음에도, 노동, 환경 부분이 미국내에서 문제가 되면서 별도의 협상을 진행하고, 별도의 협정문을 만들었던 전례이다.

재협상을 마무리 하지 못한 상태에서 한미FTA 협정문에 서명을 한다는 것 자체가 결정적으로 내부 민주적 토론을 억압하는 흠결이 있음과 동시에 서명 이후 재협상이나 최종 서명 이후에도 미국이 다시 의회의 반대를 이유로 재협상을 요구할 때 발목 잡히게 되는 덫이 될 것이라는 점이다. 별도의 서명을 했으니 '(재협상 요구에) 응할 수 없다’고 대응을 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30일의 서명은 사실상 미국에게 추가적인 재협상이 가능하다는 것을 약속해 주는 것이다. 재협상을 하고, 최종 서명을 하더라도 미국은 비준권한을 가진 미 의회의 여론을 이유로 제2, 제3 의 재협상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 그들의 이해가 관철 될 때까지 협상은 계속되는 셈이다. 불완전한 형태로 서명을 하게 되면 결국 이런 재협상 요구에 번번히 응해야 하는, 발목이 잡히게 된다.

변호사들이 흔히 하는 얘기 중, 계약서를 읽지 않고서는 서명도 하지 말라는 말이 있다. 주권을 가진 국가가, 이후 바뀔 수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한, 바꾸기로 한 내용을 담은 계약서에 서명을 하겠다는 것인지 이는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다. 오로지 불순한 의도, 한미FTA를 둘러싼 논쟁과 민주적 의사 결정 과정에 쐐기를 박기 위한 국내용 절차로 밖에 해석이 되지 않는다. 정부는 30일 한미FTA 협정문 서명을 강행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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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FTA , 무역촉진권한 , 재협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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