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 대법원에 불복 후 국제중재재판소로 간다면

[토론회]한미FTA는 우리에게 무엇인가

전 법무부 장관이었던 천정배 의원과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이 25일 한미FTA에 대한 평가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은 한미FTA 전반에 대한 평가와 더불어 주최단위의 특성상, 법률적 측면에 특화된 토론회를 진행됐다.

투자자의 재산권 보장을 최상으로 규정한 한미FTA 협상으로 인해 ‘민주주의와 인권 보장’의 두 축에 근간한 한국 헌법 재개정이 불가피하다는 분석 결과가 제기됐다. 지적재산권 협상 처럼 ‘법정손해배상’ 액의 범위를 정해 놓는 등 사실상 국내 사법 체계가 포괄적으로 침해 될 것이라는 의견도 더해졌다.

  민변은 이날 토론회에서 별도 자료집을 배포하며, 민변 자체적으로 분석한 협정문 각영역에 대한 보고서를 제출했다. 자료집은 한미FTA협정이 체결될 경우 국내 법체계가 이원화 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출처: 민변]
토론자들은 투자자국가소송제(ISD), 비위반 제소 처럼 투자자를 우선에 둔 명문 규정들로 인해 한미FTA 협상으로 인해 하나의 국가에 2개의 법 체계가 형성되게 됐다고 경고했다.

만약. 한 투자자가 국내 사법 체계를 통해 소송을 진행하던 중 대법원의 판결에 승복하지 못하고, 투자자-국가소송제(ISD)에 근거해 국제분쟁해결 절차를 밟게 된다면. 과연 한국 대법원의 판결은 어떤 의미를 갖게 될까.

국민 결정이 아닌 한미FTA 협정문이 허락한 범위 내에서만 가능한 권리

한미FTA 협정문은 당사국의 법제화와 행정, 사법 과정까지 제재의 대상을 삼고, 역진금지조항(레쳇조항)이나 비위반제소 등 다양한 방식으로 입법권을 통제하고 공행정작용의 작동영역을 축소한다고 지적했다.

주 발제를 맡은 한상희 건국대 교수는 “이런 과정을 통해 국민국가 체제에서 형성돼 온 입헌주의와 민주주의가 심각히 침해 된다”고 주장했다.

특히 한국은 ‘조약’을 국내법과 동등한 효력을 가진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지난 2005년 대법원의 ‘우리 농산물 학교급식 조례 사건’ 판결처럼, 대법원은 조약 그 자체만으로 지방자치단체의 조례를 무효화 할 수 있는 규범적 효력을 가진다고 선언한 바 있다. 결국 한미FTA가 헌법에 따라 체결, 비준 되는 순간 국회의 입법과 이행법을 만들지 않아도, 그 자체만으로 국내법으로 동등한 자격 지위를 갖고, 흡수되는 셈이다.

한상희 교수는 “문제는 한미FTA협정문에 담긴 내용들이 국내 헌법이 갖고 있는 주권의 개념과 그 존재의 의미조차 위협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협정문이 비준되는 비준 되는 순간 국내법적인 권한과 영향력을 갖지만, 그 내용에는 헌법과 상충되거나 흠결있는 내용들이 많다는 것이다.

‘주권’. 국가 및 생활의 중요한 부분은 국민이 결정해야 함에도 한미FTA는 비위반제소, 서비스협정의 네거티브와 미래 유보, 투자자국가제소(ISD) 등으로 국민들, 정부가 스스로 결정하지 못하도록 규정해 놓음으로, 국민들이 삶의 가치, 이념 실현을 위한 최소한의 결정을 포괄적으로 침해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상희 교수는 서비스 협정문에 ‘네거티브’ 리스트가 적용된다는 것, ‘현행유보’에 분류돼 있다는 것은 서비스 영역과 관련한 국민의 생활방식을 상품으로 만들고, 이에 대한 국가 책임을 포기하는 것으로 해석했다. 이런 규정은 미래의 상황 변화에 따른 시장 진입을 제어, 제한 할 가능성, 자체를 차단해 버리기 때문이다.

서비스협상.. 예를 들어

한미FTA 서비스 분야의 기본 골간은 역진방지조항(레쳇조항)과 네거티브 리스트의 도입이다. 한상희 교수는 경비업이 현행유보로 분류돼 있음을 지적했다. ‘경비’의 경우 국민생활의 안전과 관련 한 가장 기본적인 부분이다. 나아가 국가 안보적인 의미까지 확대 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경비업’이 현행 유보로 분류됐다는 것은 향후 국가 생활, 국민 생활 바뀌면서 발생하게 될 경비 수요에 대해 국가가 개입할 수 없다는 것으로, 국가 책임 포기, 입법권의 포기를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했다.
사실상 통상, 무역의 입장에서 보면 한미FTA는 비관세 장벽을 제거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는 듯하지만, 국내법의 영역에서 본다면 그것은 시장에 대한 공적 규제의 해체를 의미한다.

관련해 토론자로 참석한 최재천 의원은 한미FTA가 헌법적 체계와 충돌하는 대표적인 조항으로 ‘119조에서 128조까지’의 ‘경제질서편의 사문화’라고 지적했다. 한상희 교수도 한미FTA와 헌법상의 재산권조항(제 23조), 경제질서(제 119조 내지 127조) 등과 ”직접 충돌한다”고 예를 들었다.

헌법 119조 2항. “국가는 균형있는 국민경제의 성자 및 안정과 적정한 소득의 분배를 유지하고, 시장의 지배와 경제력 남용을 방지하며, 경제주체간의 조화를 통한 경제의 민주화를 위하여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헌법 개정의 역사를 보면 한국은 경제질서 및 경제구조의 문제는 기본적인 헌법과 연동 돼 있었고, 본질적 요소의 변화는 언제나 헌법 개정의 방식으로 처리되는 과정이었다. 문제는 현재의 한미FTA 협정문은 헌법의 규정과 정반대로 내용으로, 비관세장벽의 해소 및 시장개방이라는 명분을 관한 국가 규제의 가능성 자체를 근본부터 바꿔 놓고 있다는 것이다. 결국 한미FTA 협정문은 헌법에 대한 우회적인 방식의 헌법 개정이 요구하고 있는 셈이다.

서로 다른 길을 걸어 왔지만 한미FTA협정문에는 미국 법체계의 정신만이 반영 돼

토론회에서는 미국과 한국은 ‘재산권’에 대한 기본 개념이 다르다는 것이 수차례 강조됐다. 미국의 ‘재산권’은 국가로부터 절대적으로 자유로운 권리로 인식되고, 결코 재분배적 기능과 결합되지 않고, 언제나 국가로부터 자유로운 소극적인 개념으로 국한돼 있으며 복지개념은 단순히 국가적 은총의 수준에 머물러 있다.

반면 대륙법계인 한국의 경우는 경우 재산권은 언제나 사회적 필요에 의하여 얼마든지 조정 가능한 것, 혹은 사회적 요청에 의해 규율 가능한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한미FTA는 이런 공공복리에 대한 관심을 명시적으로 거부하고 오로지 재산권만이 최고이자 최우선적 보호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한상희 교수는 “한국의 법리와 상충되는 내용들이 대부분 한미FTA내에서 순수하게 미국적 입장이 반영됐다”고 지적했다. 대표적인 예로 투자자-국가제소(ISD)가 이에 해당 될 수 있다.

헌법에 의하면 국내에서 발생하는 모든 법적 분쟁에 대한 심판의 권한은 헌법에 의하여 임명되고 또 헌법에 의하여 신분 보장이 되는 법관으로 구성되는 법원에 귀속되며 예외적으로 군사법원의 설치를 허용하고 있다.

반면 투자자국가제소제(ISD)는 이런 국내 사법 절차를 배제하고 외국인투자자로 하여금 우리 국가의 행위를 대상으로 하여 언제든지 원하기만 한다면 중재재판소의 심판을 받을 수 있게 하고 있다. 한마디로 현행헌법이 대법원을 정점으로 하는 사법부에 부여한 권한을 한미FTA는 몇 명의 사인으로 구성되는 국제중재재판부에 이양하는 것이다.

자동차 세제와 관련합의 내용도 국회의 입법 형성권을 침해 했다. 협정문에는 ‘대한민국은 차종별 세율의 차이를 확대하기 위하여 배기량 기준에 기초한 새로운 조세를 채택하거나 기존의 조세를 변경할 수 없다’는 규정을 둠으로, 역진방지조치에 상응하는 소극적 입법 강제, 입법이 허용되지 않는 법 영역 설정해 ‘입법 배제’의 효과를 야기 했기 때문이다.

지재권과 관련해 현행 지재권 관련 가처분 사건에서 대부분 심문기일을 열어 상대방에게 방어 기회를 부여하는 것과 달리 미국법상의 일방적 압수명령 제도를 도입한 '일방적 잠정 조치'나, 현행 법상 법원이 변론의 취지를 참작해 상당한 손해액을 인정할 수 있는 규정이 있음에도 ‘법정손해배상액’의 범위를 정한 규정이나, 부속서한에 ‘인터넷 싸이트 폐쇄’ 등을 명시하며 사법당국이 아닌 행정당국이 임의로 직권을 할 수 있게 한 것 또한 문제의 조항으로 지적됐다.

한상희 교수는 “국가는 국제인권법상으로 수행해야 할 의무에 따라 인간의 생명과 자유의 권리, 사법적 정의에 대한 평등한 접근권 등 기본적 인권의 우월성을 판단할 수 있도록 해야 하고, 사회내 소수 집단의 권리도 잘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반면) 한미FTA 국가 공동체의 운영체계를 국가규제-시장자율이라는 극단적인 이분법을 내세우며 정작 국가공동체 혹은 지역공동체, 생활공동체가 추구하여야 할 고도선의 문제를 단순한 시장의 자유 내지는 이윤추구의 개념으로 대체해 버린다”고 전제의 차이에서 최종 결론을 제기했다.

한편 ‘투자’ 조항과 관련한 발제자로 참가한 송호창 변호사는 “조약체결은 대통령 전권 사항이라 하지만 대통령의 권한은 헌법상 보장된 권한 내에 있음”을 전제로 하며 “한미FTA 협정문의 내용이 헌법상의 권한을 뛰어넘고 있는 상황에서, 체결에 대해 대통령이 전권을 가지고 있다고 해석하는 것 자체가 문제”라며 위헌 가능성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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