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공권력에 의해 20여 일 동안 진행한 점거농성이 강제로 해산된 이후 뉴코아노조와 이랜드일반노조는 일주일 만에 또 다시 점거농성을 선택했다.
뉴코아노조와 이랜드일반노조가 다시 점거농성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노조 측 교섭위원들 다 구속시키고 교섭할 수 있나
가장 큰 이유는 이랜드 사측이 강제 농성해제 이후에도 성실히 교섭에 나서기 보다는 노조에 대한 악선전에만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점거농성에 대한 공권력의 강제 진압 직전까지 이뤄진 교섭에서 이랜드 사측이 ‘선 농성해제’ 입장을 굽히지 않아 노사교섭은 난항을 겪은 것에 이어, 강제 진압 이후 일주일 만에 어렵게 성사된 교섭에는 대표이사가 참석하지 않아 교섭이 열리지도 못했다. 이유는 교섭 장소 때문이었다.
교섭 재개 전 노조 측은 교섭위원의 신변보호를 사측에 요청했다. 이유는 교섭위원 대부분에게 체포영장이 발부되어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사측의 신변보호는커녕 교섭 직전, 교섭위원으로 참여해야 할 이랜드일반노조 간부 2인이 구속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이에 노조 측은 교섭 장소를 그나마 신분을 보장받을 수 있는 민주노총으로 제안했으나, 사측은 민주노총이 아닌 제 3의 장소를 고집했다.
공방 끝에 사측은 교섭장소로 민주노총을 받아들였으나, 실제 교섭에는 대표이사가 나오지 않았다. 실무진이 위임장을 받았다며 교섭 재개를 요청했으나 노조 측은 대표권을 가진 인사가 나오지 않는 이상 교섭은 무의미하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이런 사측의 태도에 대해 노조 측은 “점거농성도 강제로 진압되고 사측은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다는 판단을 한 것 같다”라고 지적했다. 결국 교섭은 재개되지 못했다.
사측, 집단 이메일에, 일간지 광고에 가처분 신청까지
이랜드 사측은 교섭을 위한 기본적인 노조 측의 요구도 받아들이지 않는 불성실한 태도를 보인 것은 물론 노조에 대한 악선전에 집중했다.
사측은 전 직원에게 메일을 보내 ‘내 직장 지키기 운동’을 제안하고 “주변의 아는 사람 100명에게 인터넷 이메일과 블로그, 까페 등을 통해” 사측의 일방적인 주장을 담은 웹자보를 뿌릴 것을 지시했다. 또한 이 웹자보는 유인물로 만들어져 이랜드 매장 직원들이 각 지하철역에서 배포하기도 했다.
이어 이랜드 사측은 14개 일간지에 노조의 입장을 왜곡하는 광고를 싣기도 했으며, 홈에버를 운영하는 (주)이랜드리테일은 전국 32개 홈에버 매장에 대한 ‘영업방해금지 가처분신청’을 내 노조의 합법적인 쟁의행위를 모두 가로 막았다. 이에 노조는 “사기극을 중단하라”라며 더욱 분노하고 있다.
사태 장기화에 한 몫하는 정부와 법원
이런 사측의 태도에 힘을 실어주고 있는 것은 정부와 법원이기도 하다.
법원은 (주)이랜드리테일이 낸 가처분신청을 인정하고 이를 어길 시 노조는 1회에 1천만 원을, 조합원 9인에게는 1회에 100만 원을 사측에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법원은 사측의 가처분신청을 받아들이면서 노조가 쟁의행위 기간 동안 할 수 있는 대부분의 행동들을 가로 막았다. 이에 사회인권단체들은 “법원의 결정은 노동기본권을 가로막은 것”이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도 사측에게 도움이 되는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이상수 노동부 장관은 민주노총이 이랜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싸움을 전국적으로 확산시키고, 불매운동을 가속화하는 것에 대해 “제 3자 개입”이라고 지칭해 시대에 뒤떨어진 노사관을 가지고 있음을 보여주기도 했다. 이상수 장관은 “이랜드 사태는 노사가 스스로 자율적으로 풀도록 둬야지, 이것을 제 3자가 개입해가지고 불매운동을 한다든지 하는 것이 과연 사태를 바르게 해결하려고 하는 쪽으로 갈 것인지 상당히 의문스럽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민주노총은 “공권력 투입으로 노사교섭을 방해한 이상수 장관이 제 3자 개입한 것”이라고 강력히 반발했다.
결국 사측의 불성실한 교섭태도와 이를 옹호하는 정부와 법원의 행태가 사태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노조는 “사측의 성실교섭만이 이 사태를 종결시킬 것임”을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있다. 오늘 새벽 농성장에서 진행된 집회에서 최호섭 뉴코아노조 사무국장은 “우리의 투쟁은 간부 몇 명이 구속된다고, 공권력이 침탈한다고 해서 끝나지 않는다”라며 “투쟁을 끝나게 할 수 있는 것은 이랜드 사측이 성실하게 교섭에 임하는 길 밖에 없다”라고 목소리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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