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반복된 '실수' 해명, 정부 즉각 '검역중단' 해제

농림부 27일부터 검역 재개 밝혀...미국 '봐주기' 비판 줄 이어

한미FTA(자유무역협정)의 4대 선결 조건 중 하나였던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 문제. 지난 해 10월 수입 재개 결정 이후 계속 된 수입 위생 조건 위반에도 불구하고 '단순한 실수' 라는 미국 측의 해명은 언제나 통했다.

내용 조차 공개되지 않았던 미국 측의 해명자료를 근거, 농림부는 24일 '검역 중단'조치를 해제하고 27일 부터 검역 재개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 검증'이 부족하다는 질타와 "한미FTA 비준에 걸려 수입 검역에 대한 원칙을 포기한 정부 당국의 처사"라는 비난 여론들이 터져나왔다.

'한미FTA 美의회 비준 받으려면'의 협박.. 어디서든 통한다

농림부는 24일 광우병 특정위험물질(SRM)인 등뼈의 검출로 지난 1일 수입검역이 중단됐던 미국산 쇠고기에 대해 "미국측의 원인조사 내용을 검토한 결과 동 건이 현행 수입위생조건에 규정된 '미국 내 광우병 위험을 객관적으로 악화시킨 것'으로 판단되지 않아 27일부터 검역을 재개키로 했다"고 밝혔다.

  지난 해 10월 30일 인천공항을 통해 수입된 '크릭스톤 팜스'사의 쇠고기 모습. 당시 검역 과정에서 뼛조각이 발견돼 전량 반송과 해당 작업장 의 승인 취소 조치가 취해진 바 있다.
농림부는 "등뼈가 혼입된 원인은 내용물 표시와 무게에 따라 수출용과 내수용을 구분하는 전환구역에서 포장기계의 고장으로 상자들이 혼합 적체되어 있는 상태에서 수출용 상자를 포함한 일부 상자들이 파손됨에 따라 그 파손된 상자를 교체하는 과정에서 교육받지 못한 종업원의 부주의로 수출용 상자에 내수용인 T-bone 스테이크용 쇠고기를 잘못 담은 것으로 조사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등뼈가 검출된 작업장에 대해 수출작업장 승인을 취소하고 미국 측이 선적중단조치 해제를 요청한 갈비뼈(통뼈)가 검출된 4개 작업장에 대해서도 근본적인 재발방지를 위해 새로운 수입위생조건이 발효될 때까지 수출선적 중단조치를 유지키로 했다"고 밝혔다.

미측 해명의 요지는 지난 5~6월 갈비통뼈, 내수용 쇠고기 수출 사건 당시와 마찬가지로 검역 시스템의 문제가 아니라 단순한 '실수'라는 것이다.

미 측의 재발방지 대책의 주요 내용은 △상자 포장 전 육안으로 내용물을 검사할 검사원의 추가 배치 △뼈 포함 여부를 식별하기 위해 컴퓨터의 박스무게 허용범위를 축소하고 중량한계를 넘는 박스에 대한 재검사를 전 작업장으로 확대 △한국 수출용 제품을 코드별로 별도의 저장장소에 분리 하여 관리 △상자에 사전 라벨부착의 금지 및 문제 발생 시 라벨을 즉시 제거하고 육안 검사 통관 전까지 한국 수출용 라벨 부착금지 등을 하겠다는 후속 조처이다.

농림부는 "현재 5단계에 있는 현행 수입위생조건 개정을 위한 수입위험분석 절차를 진행키로 하고, 향후 검역과정에서 수입위생조건 위반사례가 발견될 경우 현행 수입위생조건에 따라 처리키로 했다"고 덧붙였다.

그리고 통뼈 발견 등 현행 수입위생조건 위반사례가 발생할 경우 현행 수입위생조건에 따라 해당물량을 전량 반송조치하고, 해당 작업장에 대하여는 새로운 수입위생조건이 발효될 때까지 수출선적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등뼈 등 광우병특정위험물질(SRM)이 발견될 경우에는 해당 작업장의 수출 승인 취소, 해당 물량 전량 불합격 조치와 새로운 수입위생조건이 발효될 때까지 수입검역을 중단시키겠다고 했다.

이는 이번 등뼈 발견 사례 처럼 광우병 특정위험물질(SRM) 발견될 경우에도 미국산 쇠고기 '전면 수입 중단'이 아닌 '검역 중단'의 조처를 하겠다는 것으로, 새로운 수입위생조건 발효의 시간을 벌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역으로 수입위생조건 기준이 지금보다 범위가 확대 될 것임을 예고하는 부분이다.

아울러 지난 해 12월 다이옥신 검출로 수출 선적이 잠정 중단되었던 작업장에 대해서는 미국측의 역학조사결과 사료의 오염이 아닌 단일사건으로 추정됨에 따라 "동 작업장과 무관하다고 판단해 수출선적 중단 조치를 해제하되 향후 동 작업장에서 수입되는 물량에 대해서는 5회 연속 다이옥신 검사를 실시키로 했다"고 덧붙였다.

지난 1월 미국 측의 자체검사에서 한국의 검출량 (6.26pg/g)보다 낮은 수준(3pg/g 이하)의 다이옥신이 검출된 바 있으며, 한국 정부의 조사결과 처럼 높은 수치가 검출되려면 동물이 평생 동안 지속적으로 다이옥신에 노출되어야 함을 고려할 때, 이번 다이옥신 검출원인은 우군(牛群)내 제한된 소가 특이한 행동으로 인하여 다이옥신에 오염된 목책이나 사료 통을 핥아서 발생되었을 가능성이 있으며, 사료의 오염에 의한 가능성은 매우 희박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덧붙였다. 이 또한 '실수'에 의한 우연한 사고라는 것이다.

  지난 8월 7일 광우병특정위험물질(SRM)으로 분류된 등뼈가 발견됐음에도 미국산 쇠고기를 계속 판매하고 있는 롯데마트 규탄기자회견의 한 참가자 모습.

수 많은 수입위생조건 위반... 단순 '실수'로 해명

생산자 뿐만 아니라 소비자 단체까지 나서서 반대하고 있는 상황에서 농림부가 이렇게 관대하게 미 측의 '실수' 해명을 수용하는 배경에는 '한미FTA' 의회 비준이라는 현안이 버티고 있다.

그러나 이번의 경우 그간 뼛조각이 통뼈가 발견됐던 수입위생조건 위반과 질적으로 다른 광우병특정위험물질(SRM) 검출 됐다. 그럼에도 우리 검역당국이 현장조사 한 번 없이 미국측의 일방적인 문서상의 해명을 근거로 20여일 만에 검역 중단 조치를 풀어줬다.

그간 광우병특정위험물질(SRM) 발견은 미국산 쇠고기 전면 중단을 선언해야 할 사유임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검역 중단'의 조처를 취하며, 미국에 해명 기간을 배려해 준 것에 대해 국내외 법률 상 근거도 없는 '미국 봐주기'라는 비판 여론이 일었었다.

또한 지난해 1월 일본에서도 비슷한 등뼈가 발견됐었다. 일본 정부는 당일날 전면 수입중단 조치를 취했고, 이후 6개월 동안 미국이 재발 방지책을 제시한 뒤 일본이 이를 점검한 뒤에야 수입 금지를 해제했다. 한국 정부의 대처와 비교 될 수 밖에 없다.

특히 강기갑 민주노동당 의원은 △7월 한달에만 갈비뼈 6번 발견했으면서도, 5건은 은폐 했고(갈비뼈 6건, 뼛조각 135건, 이물질 14건, 현물상이 9건) △수입위생조건 반복해서 위반한 사업장 없기에 수출작업장 취소하지 않았다고 했으나 카길사(社) 수출작업장(86E)이 두차례 위반한 것으로 드러났으며 △농림부, 국회 농해수위 상임위에서 “SRM발견되면 수입중단조치 내리겠다”는 답변 두차례(06.9.18, 06.11.27)나 했음에도 '검역 중단'의 조처를 내렸던 사례들을 들며 농림부의 지속적인 '감추기'와 '거짓 해명'을 공개적으로 비난한 바 있다.

또한 농림부의 자료에 따르면 2007년 6월 1일부터 30일간 수입된 미국산 쇠고기 수입 총 65건 중, 수입위생조건을 위반한 사례가 무려 30건이고, 위반율은 46.1%에 이른다.

특정작업장이 특정 위반을 반복하기도 하고, '실수'일 뿐이라고 하기에는 미 측의 실수가 강도를 높여가며 계속되고 있고, 해명에도 석연치 않은 부분이 적지 않다. 미 측의 검역, 도축 시스템 자체가 애초에 '안전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시민사회단체들의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 이유도 수입 작업장이 확대될 수록 위반 강도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 뿐만 아니라 '미국 감싸기'에 의해 감춰진 정보들 탓도 있다.

강기갑 의원은 이날(24일) 성명을 통해 "농림부측으로부터 이번 검역 중단 해제 결정은 전날 관계부처 장관회의에서 결정된 것이라는 설명을 들었다"며 "이는 한미FTA를 고려해 국민의 건강을 무시한 결정"이라고 주장했다.

大명절 '추석'.. 광우병 위험 미국산 쇠고기 풀리는가

현재 미국은 지난 5월 국제수역사무국(OIE)로부터 '광우병 위험 통제국' 판정을 받은 뒤 이를 근거로 '30개월 미만, 살코기만'이라는 현행 수입위생조건을 'OIE 기준에 따라' 변경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OIE기준이 의무 기준이 아니라 권고 사항임에도 불구하고 미 측은 '연령과 부위에 제한을 받지 않고, 소의 월령이 30개월 미만이면 SRM 가운데 두개골이나 척추 등도 제거할 의무가 없는 OIE 기준을 수용할 것'을 한국 정부에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검역이 다시 재개된 만큼 근 시일 내 가축방역협의회 뿐만 아니라 6단계 절차인 한미 수입위생조건 개정 협의도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광우병특정위험물질(SRM)으로 분류된 등뼈가 발견됐음에도 미 측의 '단순 실수' 해명을 수용하는 등 그간 한국 정부의 행보를 고려할 때 뼈를 포함해 미국산 쇠고기 각종 부위들의 전면 수입 재개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농축수산비상대책위원회는 24일 오전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검역 해제'를 일방적으로 발표하는 농림부를 규탄했다.

이와 관련해 농축수산비상대책위원회는 24일 오전 과천 농림부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척추뼈에는 광우병특정위험물질(SRM)이 들어있을 가능성이 높아 인간광우병을 유발하는 원인으로 전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위협하는 것"이라고 강조하며 "미국산 쇠고기 전면 중단"을 촉구했다.

한국생협연합회 광우병위험미국산쇠고기소비자생활감시단도 이날 성명을 통해 "광우병 위험 미국산 쇠고기의 검역재개를 반대하며 수입재개 결정을 내린 농림부와 정부를 강력히 규탄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국생협연합회는 "미국 정부가 보내온 해명서를 빌미로 허술하기 짝이 없는 미국의 광우병 관리체계와 수출작업장의 관리수준을 믿고 쇠고기 수입을 재개하는 것은 국민의 건강과 우리의 식품안전을 지켜야 할 정부가 자신의 책임을 방기하고 국민들을 송두리째 광우병의 도가니로 몰아넣는 것"이라고 정부의 결정을 규탄했다.
논설
사진
영상
카툰
판화
기획연재 전체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