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광우병 발생시 수입 중단"... 어떻게?

정운천 "광우병 없다 확신" vs 강기갑 "그건 당신 생각이고"

미국산 쇠고기 협상에 따른 후폭풍이 진화될 기미를 보이지 않자 이명박 대통령, 정운천 농림수산식품부(농식품부) 장관,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가 미리 약속이라도 한 듯 7일 '미 광우병 재발생시 수입 중단' 의사를 밝혔다.

당정의 이 같은 방침은 현재 합의된 한미 간 합의 내용을 뒤엎는 것이다. 지난 달 18일 타결된 한미 쇠고기 협상 결과에 따르면,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해도 국제수역사무국(OIE)의 광우병 위험통제 지위 변경 등이 있지 않는 한 한국은 미 쇠고기 수입을 중단할 수 없도록 되어 있다.

때문에 정부의 이 같은 '의지'를 실제로 반영하기 위해서는 합의문에 이 같은 내용을 명문화하는 절차가 필요하다. 재협상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그러나 정부는 이에 대해서는 '재협상은 할 수 없다'고 못 박아 이번 정부의 발표가 '실효성 없는 여론무마용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정운천 농림 "국민들에게 광우병 없다고 아무리 얘기해도 믿지 않아서.."

이명박 대통령은 이날 오전 전북도청에서 열린 전북도 업무보고에서 "미 쇠고기 개방으로 국민건강에 위협을 가하는 일이 있다면 즉각 수입을 중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도 이날 오전 국회 교섭단체 연설을 통해 똑같은 의사를 밝혔다.

그러자 정운천 농식품부 장관은 이날 오후 열린 국회 '쇠고기시장 전면개방 진상규명 및 대책 마련을 위한 청문회'(청문회) 도중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하면, 즉각 수입을 중단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청문회에서 '만약 미국에서 광우병 생겨 확산될 조짐이 있다면, 어떻게 하겠냐'는 이강두 한나라당 의원의 질의를 받은 정운천 장관은 "장관으로서 국민들을 안심시켜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이런 발표를 하게 됐다"며 미리 준비된 서면을 읽어 내려갔다.

정운천 장관은 "광우병은 이미 지구상에서 사라졌고, 미국에서는 97년 5월 이후 태어난 소에서는 10년간 광우병이 발생하지 않았다"고 재차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을 강조한 뒤 "그러나 국민들의 우려와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이 방법 밖에 없어 이런 발표를 하게됐다"고 설명했다.

정운천 장관은 "국민들에게 광우병 없다고 아무리 얘기하더라도 믿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하며, "장관으로서 국민을 안심시켜줘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발표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광우병 발생 시 수입 중단 하겠다"면서 "재협상은 할 수 없다"?

이 같은 정 장관의 깜짝 발언이 나오자 정세균 민주당 의원은 "광우병 발생 시 수입을 중단하겠다는 발표가 이미 한미 간 합의된 내용과 합치하냐"며 한국 측 협상대표인 민동석 농식품부 농업통상정책관(차관보)에게 질문했다.

이에 대해 민동석 정책관이 "합치하지 않는다"고 답변하자 정 의원이 "그럼 합의된 내용을 재론할 수 있냐"고 재차 질의했고, 이에 대해 민동석 정책관은 "합의된 내용 자체에 대해서는 재론할 수 없다"고 재협상 가능성을 또 다시 일축했다.

이에 대해 정세균 의원은 "재협의 하는 것이 옳은 방법이지, 협상 내용에도 없는 것을 뒤집는 발언을 하는 게 온당하냐"고 추궁하며 "합의 내용에 당연히 들어가 있어야지, 이제 와서 통상마찰도 불사하고, 협상내용을 뒤엎겠다는 건 아마추어리즘 아니냐"고 정부 측의 협상 실패를 질타했다.

정운천 "난 광우병 없다 확신".. 강기갑 "그건 장관 생각이고"

강기갑 민주노동당 의원도 "광우병이 발생하면 당연히 수입 중단할 수 있도록 협상문에 넣었어야 했지만, 이제라도 가능한 빨리 재협상해서 명문화해야 확실한 것 아니냐"고 질의했지만, 정운천 장관은 "나는 광우병이 안 일어난다고 확신하는데, 만약 일어나면 확실히 검역 중단 하겠다"고만 했다.

강기갑 의원은 "광우병 안 일어난다는 건 장관 생각이고, 합의 내용에 명문화해 안전장치 취해 놓도록 해야 하지 않냐"고 추궁했으나, 정 장관은 끝내 이에 대해서는 정확한 답변을 회피했다.

다만 정운천 장관은 "설령 통상마찰이 일어난다고 하더라도,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하면 쇠고기 수입을 중단하겠다"고만 재차 '결의'를 밝혔다. 이 같은 정운천 장관의 장담을 과연 국민들이 곧이곧대로 믿어 줄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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