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쇠고기 수입 며칠 앞두고 웬 현지점검?

보건의료단체들, "도축장 방문은 파견쇼" 성토

농림수산식품부가 미국 내 쇠고기 작업장의 위생검역 상황을 파악하겠다며 현지점검단을 12일 오전 미국에 파견한 것을 두고, 보건의료 관련 단체들이 "차라리 쇼를 하라"며 강한 비판에 나섰다.

건강권실현을위한보건의료단체연합과 국민건강을위한수의사연대는 13일 발표한 성명서에서 "미국 내 쇠고기 도축장의 승인권이 미국 정부에 있는 한 농식품부의 현지 점검은 쇼에 불과하다"면서 "대대적인 망신을 당하기 전에 현지점검단 파견쇼를 즉각 중단하라"고 성토했다.

농식품부가 새로운 수입 위생조건을 15일 고시할 예정인 상황에서, 12일에 현지점검단을 파견하는 것은 '요식절차'에 불과하다는 것. 15일 발표될 새로운 수입조건에는 "한국 정부는 한국으로 쇠고기 및 쇠고기 제품을 수출하는 육류작업장 중 대표성 있는 표본에 대해 현지점검을 실시할 수 있다"고 되어 있으나 "현지점검 결과 수입 위생조건에 대한 중대한 위반을 발견했을 경우, 한국정부는 그 결과를 미국 정부에 통보해야 한다"고만 되어 있다.

보건의료단체연합 등은 이같은 내용을 들어 "현지점검은 전혀 실효성이 없으며 중대한 위반을 발견해도 미국 내 쇠고기 작업장의 승인을 취소할 권한도 없고, 그저 미국 정부에 통보하고 미국 정부의 조치만을 기다려야 할 뿐"이라는 점을 지적했다.

다 둘러볼 수도 없고, 둘러봐도 소용없는 현지점검

특히, 한미FTA 협상에서 미국 정부가 줄곧 요구했으나 미해결 과제로 남아 있던 미국 내 쇠고기 작업장의 승인권도 올해 4월 이명박 정부가 미국에 넘겨줌으로써 우리 정부의 '점검'이 어떤 실효가 있을지 의문을 낳고 있다.

이번 현지점검단 파견이 지난 2일 정운천 농식품부 장관과 김성이 보건복지가족부 장관이 합동담화문을 발표하며 약속한 데 따른 '급파'인 만큼, 현지 조사 일정도 제대로 잡혀 있지 않은 상태에서 이뤄진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손찬준 국립수의과학검역원 축산물검사부장 등 9명으로 이뤄진 점검단이 4개조로 편성돼 30개월 이상 소의 구별, 광우병 특정위험물질 구분 제거 등을 집중 점검할 계획이나, 점검 대상이 31개 시설에 이르고 이들 작업장이 미국 전역 15개 주에 걸쳐 있어 시간 또한 촉박하다.

통합민주당도 이와 관련해 13일 오전 발표한 논평에서 "사전 스케줄도 없이 부랴부랴 출국한 점검단이 미국이 보여주고 싶은 것만 보고 올 것"이라며 "구색맞추기용 둘러보기에 불과한 점검을 그만두고 즉각 귀국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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