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쇠고기 수입 전면 개방을 둘러싼 논란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는 가운데 정부의 '자살골'이 계속되고 있다. 최근 논란의 핵으로 떠오른 미국 측의 동물성사료 금지조치를 두고, 정부의 '말 바꾸기'에 이어 농림수산식품부(농식품부)와 외교통상부 등 정부부처 간에 서로 다른 해명을 내놓고 있는 것.
농식품부 "미 사료조치 입안예고와 관보 내용, 차이 없다"
농식품부는 지난 10일, 미 연방정부가 최종 공포한 동물성사료 금지조치의 실제 내용을 국민들에게 잘못 전달한 사실을 시인하며, 아래와 같은 변명을 늘어놓았다.
"미국의 '강화된 사료금지조치' 입안예고 내용과 최종 (공포된) 법령 간 실제적으로 차이는 없다"
여기서 입안예고 내용이란, 지난 2005년 10월 미국 식약청에서 입안예고한 동물성사료 금지조치를 말한다. 당시 미 식약청 입안예고에 따르면, 식용으로 공급하기 위한 검사에서 불합격된 모든 연령의 소에서 뇌와 척수가 제거되지 않은 경우 동물 사료로 쓸 수 없도록 규정했다.
이와 다르게 지난 달 25일 미국 관보에 게재된 동물성사료 금지조치에는, 도축검사에 불합격돼 식용으로 부적합한 30개월 미만의 소는 뇌와 척수의 제거 여부와 관계없이 동물 사료로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농식품부 등은 지난 달 18일 협상 타결 이후 2005년의 입안예고 내용을 근거로 "(미국은) 30개월 미만 소라 하더라도 도축검사에 합격하지 못한 소의 경우 돼지사료용 등으로 사용을 금지하고 있어 사료로 인한 광우병 추가 감염가능성은 거의 없다"며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을 강조해왔다.
그러나 정작 한국정부가 미국의 사료금지조치의 실내용을 잘못 파악하고 있었음이 드러나자, 농식품부는 "30개월령 이하의 소의 뇌 및 척수는 광우병 위험물질(SRM)이 아니다"며 "(2005년 10월 미국 식양청 입안예고와 관보에 게재된 최종 내용은) 실제적으로는 차이가 없다"고 말을 바꿨다.
유명환 외통부 장관 "차이 있다"
그런데 13일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 한미FTA 청문회에 출석한 유명환 외교통상부(외통부) 장관은 농식품부와는 또 다른 입장을 내놓았다.
이날 동물성사료 금지조치와 관련해 "미국에서 2005년 10월 입안예고된 것과 2008년 4월 25일 미 관보에 게재된 것과 내용에 차이가 있다고 보냐"는 권영길 민주노동당 의원의 질문을 받은 유명환 장관은 "있다"고 답했다.
농식품부의 공식 입장과는 다른 '차이가 있다'는 유 장관의 답변에 권영길 의원도 약간은 놀란 듯 "그 차이를 분명히 알고 있었냐"고 재차 확인질문을 하자 그제서야 유 장관은 "외교 통상에 관한 사안은 외통부 소관이고, 검역에 관련한 사안은 농식품부 소관"이라며 즉답을 회피했다.
이날 유 장관은 미 쇠고기 전면 개방과 관련한 야당 의원들의 '졸속 협상' 문제제기에 시종일관 '쇠고기 문제는 통상문제가 아니라 검역에 관한 문제'라고 피해갔다.
그러던 유 장관은 유호중 통합민주당 의원이 '협상 결과를 청와대에 사전에 일일이 보고했냐'는 취지의 추궁이 이어지자 "왜 보고를 하는 게 잘못이냐"고 따져 물으며 "중요한 통상현안에 대해 보고를 한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의원들의 추궁에 '미 쇠고기는 검역의 문제'라며 빠져나가다, 궁지에 몰리자 얼떨결에 '통상 현안'이라고 답변을 한 것. 이에 대해 최성 민주당 의원 등 야당 의원들은 "장관도 수시로 말을 바꾸는 데 어떻게 국민들이 정부를 신뢰하겠냐"고 유 장관을 질타했다.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 "분명히 강화되었다"
한편, 이날 청문회에서는 농식품부의 "차이가 없다", 유명환 장관의 "차이가 있다"와는 또 다른 주장도 나왔다.
청문회에 출석한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은 '후퇴' 논란이 빗발치고 있는 미국 측의 동물성사료 금지조치에 대해 오히려 "강화되었다"는 주장을 펴 눈길을 끌었다.
이날 김종훈 본부장은 "(미국 관보에 게재된 사료조치에는) 광우병에 걸린 소는 그 전체를 동물 사료로 쓰면 안 된다는 규정이 있기 때문에 강화되었다고 본다"며 "미국의 사료조치는 분명히 강화된 내용"이라고 잘라 말했다.
김 본부장은 동물성사료 금지조치 문제를 집중 추궁하는 김재윤 민주당 의원과 날선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김 본부장은 '어떻게 강화된 내용이냐'며 추궁하는 김재윤 의원을 향해 "내가 강화됐다고 하는 것은 반추동물(되새김동물)에서 반추동물 사료로 사용되는 것만 막는 것이 아닌, 간접적으로 가는 것도 금지되었으니 강화되었다고 하는 것"이라며 "사실을 정확히 알고 얘기해라"고 말해 야당 측 청문위원들의 강한 반발을 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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