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시위대가 청와대 근방까지 근접했던 31일 밤과 1일 새벽, 삼청터널 근방에 모여 있던 참가자들 사이에서 이런 구호가 나왔다. "조중동은 내려와", "기자증을 꺼내라". 당시 경찰들이 시위대를 막기 위해 배치해 놓은 전경버스 위에 다수의 언론사 기자들이 이 상황을 취재하고 있었는데, 이 기자들을 향한 외침이었던 것.
이같은 구호가 몇 분여 동안 계속되자 결국 전경버스 위의 기자들이 기자증을 꺼내 아래를 향해 소속을 확인시켜줬다. 다행히(?) 이곳에서 새벽까지 이 상황을 취재하고 있던 이들 중 조중동 기자는 없었다.
광우병 미국산 쇠고기 반대 행동을 펼치는 시민들은 거리 집회 당시 광화문에서 '조선일보'와 '동아일보' 건물이 보일 때마다 "조중동은 불꺼라", "조중동은 찌라시" 등의 구호를 외치며 격렬한 분노를 드러내 보였다. 이들 세 신문은 미쇠고기 수입에 긍정적이고 촛불집회의 '불법'을 부각시키는 대표적인 신문들이기 때문.
지난 5월 30일 새벽에도 촛불집회 도중 '동아닷컴' 기자가 성난 시민들에게 둘러싸여 봉변을 당하는 등 '조중동'에 대한 시위대의 불만은 극에 달해 있다. 광우병국민대책회의는 5월 28일 기자회견을 열어 "조중동의 취재를 거부한다"고 공식 선언하기도 했다.
수그러들지 않는 촛불집회를 향해 경찰이 물대포와 강경 진압을 동원하기 시작한 지금, 모진 비판에 직면해 있는 조중동의 보도는 어떨까.
조선, "'대통령 물러가라' 구호 순수하게 보기 어렵다"
'조선일보'는 2일자 사설 '청와대 코앞에 밀어닥친 시위대를 보며'에서 "정부가 불법 부정을 저지른 것도 아닌데 청와대 코앞 도로를 불법으로 점거하고 밤새도록 시위를 하는 것은 지나친 일"이라며 지금까지의 입장을 고수했다. "광우병 걸릴까봐 꺼림칙한 것은 인지상정이나 지금까지 미국 쇠고기 먹고 광우병에 걸린 것으로 확인된 사람은 미국에서도 한국에서도 단 한 명도 없었"으며 "이 명백한 사실까지 믿지 않겠다면 대화가 불가능하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광우병에 대한 불안을 표출하는 데도 정도가 있어야 한다"는 충고(?)도 곁들였다.
또 조선일보는 이 사설에서 "이제 취임한 지 석 달이 겨우 지난 대통령을 향해 '물러가라'고 하는 것이나 지금 시대에 '독재 타도'를 외치는 것도 순수하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썼다. 그러나 말미에는 "경찰특공대를 동원한 경찰도 문제가 있다"며 "이번 시위는 진압의 문제가 아니라 국민의 분노를 어떻게 진정시키느냐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중앙, "5년짜리 결혼했다, 신혼 초에 이혼할 건가"
'중앙일보'는 2일자에 김진 논설위원의 칼럼 '시시각각'에서 "대통령과 이혼할 건가"라는 자극적인 제목을 달았다. "촛불을 보면 의문이 떠오른다"는 문장으로 시작한 이 칼럼에서 김진 논설위원은 "미국인이 30개월 이상 쇠고기를 별로 쓰지 않는 것은 맛 때문"이라며 "(미국인이)질긴 고기는 소시지나 햄버거로 만들어 맛있게 먹으니 한국인도 이렇게 하면 안 될까"라고 썼다.
또 "미국과 같은 (OIE 광우병위험통제국 2등급인) 알프스의 나라 스위스, 와인의 나라 칠레, 축구의 나라 브라질에서 쇠고기를 수입해도 이렇게 많은 촛불이 켜질까"라는 의구심과 "만약 노무현 대통령이 수입을 결정했어도 이렇게 반대했을까"라는 의심을 드러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은 노무현 대통령의 약속이었고 (...) 그래서 정부는 협상을 보완했고 대통령은 사과했는데도 왜 촛불은 꺼질 줄 모르는가"라는 궁금증(?)이다.
김진 논설위원은 "가장 깊은 곳에는 대통령에 대한 분노가 있다", "국민은 무시당했다고 느꼈다"고 분석하면서도 "그러나 이제는 되지 않았을까, 이제는 촛불에게 물을 차례다, 무엇을 원하는가"라고 물었다. 아울러 "국민은 대통령과 5년짜리 결혼을 하는 것이다, 신혼 초 잘못이 있다고 이혼할 것인가"라는 비유를 동원해 "정권의 잘못은 잘못이고 미국산 쇠고기가 안전하다는 과학적 진실은 진실이다, 정권이 밉다고 값싸고 먹을 만한 쇠고기를 배척할 이유는 없다, 곧 촛불을 꺼야 한다"고 결론지었다.
동아, "87년 6월항쟁 떠오른다고? 가당치도 않다"
'동아일보'도 2일자 사설 '촛불시위는 6월 민주항쟁이 아니다'에서 "촛불시위를 87년 6월 항쟁에 비유하는 것은 민주항쟁에 참여한 학생과 시민들을 모욕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강경한 입장을 드러냈다.
동아일보는 이 사설에서 "이명박 정부의 쇠고기 협상이 서툴렀던 것은 사실"이고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에 관한 국민의 우려도 이해할 수 있다"면서도 "그렇더라도 이를 6월 민주항쟁과 비교하는 것은 가당치도 않을뿐더러 순수성도 의심스럽다"고 썼다.
또 동아일보는 경찰의 강경진압과 관련해 다소 조심스런 태도를 보인 조선일보와는 달리 "일부 언론과 시위대는 경찰이 물포까지 동원했다며 6월 민주항쟁 당시 전두환 정권이 최루탄으로 무차별 진압한 것과 무엇이 다르냐고 주장하지만, 그렇다면 심야에 경복궁 담을 넘어 청와대로 진입을 시도한 시위대들을 그대로 놓아두어 사회질서 유지를 포기하고 무정부 상태의 혼란으로 치닫도록 방치하란 말인가"라며 경찰의 편을 들었다.
"쇠고기 촛불시위를 6월 민주항쟁으로 몰아가고 싶은 세력이 있다면 국민 건강을 위협해 정치적 목적을 이루려는 집단이라고 의심할 수밖에 없다"며 고질적인 '의심'을 또한번 드러내기도 했다.
조중동 불매에서 조중동 광고주 압박 운동으로
한편, 조선·중앙·동아의 계속되는 이같은 보도 태도에 '조중동 불매운동'을 넘어서 광고주 압박 움직임까지 이어지고 있다. 네티즌들은 매일 세 신문을 검토해 1면이나 전면에 광고를 낸 기업들의 홈페이지와 홍보실 전화번호 리스트를 다음 아고라 등 게시판에 올려놓고, 항의전화를 걸거나 광고 중단 요청 게시글을 올리자고 독려하고 있다.
네티즌들의 이같은 움직임으로 실제 조중동에 광고를 냈던 3-4곳의 기업이 광고 중단 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히는 등 확산 조짐이 보이고 있다. 조선일보 광고 철회 의사를 밝힌 M제약 홈페이지 '고객의소리' 게시판에는 네티즌들의 감사와 지지 글이 이어지고 있다. 네티즌들은 조중동에 계속해서 광고를 내는 업체를 대상으로 '불매 운동'까지 불사하겠다는 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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