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여론에 떠밀려 "30개월 이상 미국산 쇠고기 수출 중단을 미국 측에 요청했다"며 "미국 측으로부터 답신이 올 때까지 새 수입위생조건 고시를 유보하고, 모든 검역을 중단하겠다"고 발표한 입장을 하루 만에 번복했다.

정운천 "미 수출업계가 라벨링 해 수출하는 방법있지 않냐"

정운천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은 3일 밤 기자들과 만나 "미국 정부뿐 아니라 미국 육류수출업계의 결의도 '답신'으로 간주할 수 있다"고 밝혔다고 '연합뉴스'가 4일 보도했다.

정 장관의 이 같은 발언은, 여론의 핵심 요구 사항인 '수입 쇠고기 연령제한' 문제를 카길 등 미국의 육류수출업계의 자율적인 판단에 맡기겠다는 뜻으로 풀이돼 논란이 예상된다.

당장 '재협상'을 요구하고 있는 시민단체들은 3일 정운천 장관의 발표에 대해 "굴욕적 청탁 외교"라며 정부 조치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특히 정 장관은 미국 육류수출업계가 30개월 이상 쇠고기 수출을 중단하는 '자율규제'마저도 한시적일 수 있음을 시사했다. 정 장관은 "(답변의) 예를 들자면, 미국의 새 동물성사료금지 조치가 내년 4월부터 시행되는 만큼 이 때까지 미국 수출업계가 자율적으로 '30개월 미만'을 라벨링(월령표시)해서 수출하는 방법 등이 있지 않겠느냐"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카길 등 미 육류업체 "한시적 라벨링 하겠다".. '짝짜꿍'

'한시적인 자율적 라벨링'에 대한 정 장관의 이 같은 언급은 전날 나온 미국 육류수출업계의 발표와 일치하는 대목이여서 주목된다.

타이슨 푸드, 카길 미트 솔루션, 내셔널 비프패킹, JBS 스위프트 등 미국의 육류수출업계들은 2일(현지시간) 공동보도자료를 통해, 한국에 수출하는 쇠고기에 대해 120일 동안 도축 당시 월령을 표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게리 미켈슨 타이슨 푸드 대변인은, 정운천 장관의 발언을 예상이라도 한 듯 "한국 소비자들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일시적인 라벨링(월령표시) 프로그램을 자발적으로 시행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