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든 (촛)불을 꺼보려는 보수논객과 보수언론의 몸부림이 눈물겹다. '군 동원', '야간 통행금지', '의병 봉기' 등의 주장에 이어 '동아일보'는 촛불집회의 주무대가 되고 있는 서울 시청 앞 광장에 나무를 심자는 아이디어까지 내놓았다. 그런데 이 같은 '동아일보'의 주장은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 시장이었던 6년 전과는 사뭇 다른 주장이어서 눈길을 끈다.
동아일보 "나무 한 그루 없는 대형 광장 있는 나라 많지 않다"
'동아일보'는 16일 사설을 통해 "서울시민의 문화 휴식 공간으로 조성된 서울광장과 청계광장이 '상설 집회시위장'으로 변질돼 나들이 나온 시민과 인근 빌딩 근무자들에게 불편과 짜증을 주는 장소가 됐다"며 "서울광장과 청계광장을 시위꾼들로부터 되찾아 일상의 시민에게 돌려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사설은 그 방법의 하나로 "울창하게 나무를 옮겨 심어 공원형 광장을 만들어보는 방법을 검토해볼 수도 있을 것"이라며 '광장 나무심기 운동'을 제시했다.
또 '동아일보'는 "대도시의 도심에 나무 한 그루 없는 대형 광장이 있는 나라가 많지 않다"며 "모스크바의 붉은광장이나 베이징의 톈안먼광장도 군사 퍼레이드를 좋아하는 공산주의 독재자들 때문에 유지된 측면이 있다"고 나무 없는 서울시청 광장을 '공산주의'와 연결시키는 '재주'를 부렸다.
이명박 "시청 광장, 영구히 시민들에게 돌려주겠다"
사실 서울 시청 앞 광장이 현재와 같은 형태로 조성된 것은 2002년 월드컵이 계기가 됐다. 그리고 이를 적극 추진했던 이는 다름 아닌 당시 서울 시장이었던 이명박 대통령이었다.
월드컵이 끝나자마자 취임한 이 대통령은 지난 2002년 7월 2일 취임식에서 "월드컵 기간에 시민들이 차지했던 시청 앞 광장을 시민광장으로 바꾸어 영구히 시민들에게 돌려주겠다"고 공언했다.
아마도 '동아일보'도 이 사실을 잘 알고 있는 듯 하다. '동아일보'도 이날 사설에서 "이명박 서울시장의 치적이라는 평가를 받는 두 광장(서울광장, 청계광장)에서 연일 '이명박 정부 퇴진' 구호가 나오는 것도 아이러니다"라고 지적했다.
'아이러니'한 것은 이 뿐만이 아니다.
2002년 동아일보 "여의도 광장, 공원으로 바뀌어서.."
'동아일보'는 2002년 당시 이명박 시장이 취임하자, 7월 5일 홍찬식 논설위원의 칼럼을 통해 이렇게 주장했다.
"이명박 신임 서울시장이 시청 앞에 차가 다니지 않는 광장을 조성하겠다고 밝혔으나 당장 교통문제가 걸림돌로 떠올랐다. 광장이 도시인들에게 가져다줄 긍정적 효과와 교통체증에 따른 부정적 효과 중 선택은 시민이 해야 한다. 그렇다고 일찍부터 광장을 확보해 놓지 않은 선조들을 탓할 일은 아니다. 한가지 좋은 것을 얻으려면 반드시 그만한 대가를 지불해야 하는 시대로 세상이 바뀐 것을 어찌하랴"
'교통체증'이라는 대가를 지불하고라도, 광장을 조성하자는 얘기다. 서울 도심에서 집회가 열릴라 치면 '교통대란'을 운운하며 펄쩍 뛰는 '동아일보'가 '교통체증'에 이렇게 관대할 때도 있었다.
또 '동아일보'는 당시 홍 위원의 칼럼을 통해 "외국 도시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 중에는 으레 광장이 포함된다. 로마에선 베드로대성당 앞 광장과 스페인 광장이 생각나고 런던에는 트래펄가광장, 뉴욕에는 타임스 스퀘어가 떠오른다"며 "삭막하다면 삭막한 도시생활이지만 이들 광장은 늘 활기에 넘친다. 그래서 광장은 도시와 인간을 연결해주는 곳이라는 말까지 있지 않은가"라고 '광장'을 찬미했다.
특히 2008년 6월 현재 '시위꾼들로부터 광장을 되찾기 위해 공원형 광장을 만들자'고 주장하고 있는 '동아일보'는 당시 "서울은 내세울 만한 광장이 없다"며 "여의도 광장이 있긴 했지만, 외국의 광장이 도심 한복판에 있는 것과 달리 접근성과 대표성에서 미흡했고 그나마 공원으로 바뀌어 버렸다"고 여의도 광장이 '공원형 광장'으로 바뀐 것을 애달아했다.
참 '아이러니'한 동아일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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