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 '기술유출' 공방 2라운드

[인터뷰] 주주대표 소송 맡은 이대순 변호사

“이번 소송은 주주들이 돈 달라는 소송이 아니다. 불법으로 나간 회사 돈을 원상회복시키라는 뜻이다.”

법정관리에 들어간 쌍용차의 소액주주 1781명이 지난 31일 상하이차 경영진과 쌍용차 전·현직 임원들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이들은 “중국의 국영기업인 상하이자동차가 한국의 쌍용차 주주들에게 입힌 손해는 투기자본을 방불케 한다”고 밝혔다.

쌍용차 소액주주 대표소송을 맡은 투기자본감시센터 이대순 운영위원장(44.변호사)은 “기술유출의 형식과 방법이 너무 급하게 이뤄진 정황들이 보인다”고 말했다. 특히 대주주의 권한을 이용해 합법적으로 기술이전할 방법이 열려 있는데도 급하게 유출하려 했던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해 7월 4일 압수수색으로 수면 위로 드러난 검찰의 수사마저 반 년을 끌었지만 흐지부지 되고 말았다. 상하이자동차는 쌍용차를 법정관리 신청해 버리고 뒤로 빠졌다. 이대순 변호사는 “검찰 수사 시점부터 상하이차의 기술유출을 둘러싼 노사 공방이 격화된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애초 기술유출 의혹은 검찰이 아니라 국정원에서 나왔다. 한 일간지가 “국정원이 2007년 1월 검찰에 ‘쌍용차 관련 자료들이 중국으로 유출됐다’는 첩보를 입수해 넘겼다”고 보도했다. 국정원 첩보는 상하이차 연구원인 중국인 장모씨 등이 하이브리드 자동차 개발 설계구상도와 쌍용차의 각종 자동차 설계도 등을 CD 등에 담아 중국으로 유출했다는 내용이었다. 초점은 하이브리드 자동차 관련 기술이었다. 당시만 해도 기름과 전기를 동시에 전력원으로 사용하는 하이브리드 자동차 원천기술은 세계 자동차업계의 판도를 좌우할 차세대 기술로 주목받았다.

상하이차는 지난 2월 쌍용차의 법정관리를 신청해 버렸다.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법정관리에 들어간 쌍용차의 대주주인 상하이차 경영진들을 사실상 물갈이하지도 않았다. 서울중앙지법 파산4부(부장 고영한)는 지난 2월 6일 이유일 전 현대자동차 사장과 박영태 쌍용차 상무를 법정관리인으로 공동 임명했다. 이대순 변호사는 “두 사람 중 한명은 기존 경영진이고 한 사람도 중국법인 근무경력을 갖고 있는데다 법원 역시 대주주 권한을 소각한게 아니라고 밝혔다”고 소개했다. 이 변호사는 “법원의 이 같은 발표에 화답하듯 상하이차는 대주주로서의 의무와 권리를 다 하겠다고 말하는 등 쌍용차는 여전히 상하이차의 영향력 하에 있다”고 설명했다.

  기술유출 의혹을 받은 쌍용차의 C200

이대순 변호사는 “쌍용차는 올 연말쯤 매각과 회생의 기로에 서겠지만 이번 소송은 끝까지 갈 것이고 이 과정에서 상하이차의 기술유출과 투기자본 성격이 명확히 드러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변호사는 “자동차 신차 개발 비용은 대략 3000억~5000억 원이다. 기술이전계약서도 공개하지 않은채 상하이차는 카이런, 체어맨W, C200의 기술 이전료는 합계가 1440억 원이라고만 발표했다. 3개 차종이면 개발비만 1조 원을 넘는 게 상식”이라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외환은행과 진로에서 보듯이 론스타와 골드만삭스 같은 '먹튀'는 한국에 많은 피해를 줬지만 일회적 피해였다. 그러나 이번 상하이차의 기술유출은 파급력이 큰 자동차산업이라서 향후 20년 이상 지속적으로 피해를 입힐 것”이라고 지적했다. 소송 과정에서 상하이차의 쌍용차 인수 과정의 문제점과 이후 기술유출의 실체가 드러날 지 관심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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