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거민을 위한 변명

[칼럼] 금품 갈취범이 된 화장품가게 주인

5월 8일 오늘, 정삼례, 장영희 씨 두 분의 구속적부심이 있습니다. 정삼례 씨 그리고 고등학교 3학년, 초등학교 6학년 두 아이만이 집을 지키며 기다리고 있는 엄마, 수원 권선지구 철거민 장영희 씨가 부디 석방되기를 바랍니다.

개념없이 얘기하자면 내가 아는 정삼례 씨는 영락없는 여성이다. 항상 다듬은 얼굴과 다소곳한 목소리부터 그 깔끔함까지. 그녀는 흑석시장이 제대로 모양을 갖추기도 전인 20여년 전, 도로변 기와집을 전세내어 화장품가게를 해왔다고 한다. 그런데 어느 날 재래시장육성특별법으로 재개발 허가를 받은 조합이, 용역을 동원하여 흑석시장에 가게와 노점을 부수고 들어왔다.

삼백만 원 받고 나가떨어지라는데 너무 억울해서 욕설을 내뱉고 오줌을 갈기고 집을 부수고 들어오는 용역하고 맞서 싸우면서 그녀는 투사가 되었다. 여느 철거민과 마찬가지로 그녀도 경찰만 보면 속된 말로 눈이 돌아버린다. 용역이 폭행을 한다고 신고를 하면 늦게 오거나 오더라도 팔짱끼고 지켜보다, 끝나고 나면 오히려 맞은 사람을 구속하기 일쑤인 것이 그녀가 본 경찰이었기에 그렇다. 참 아이러니한 것은 그녀의 남편은 작년까지만 해도 현직에 있던 경찰이었다. 그녀가 구속되었다.

우리에게 빈민가는 지금의 한국사회를 만들어온 곳이다. 저곡가가 그렇다면, 저곡가를 견디지 못하고 이농한 사람들이 산업예비군을 형성하여 저임금을 유지하는 공간이었다. 교통시설 등이 미비한 시 외곽으로 이주당한 철거민들은, 노동시장에 복귀하기 위하여 투기꾼들에게 토지를 전매한 후 도심이나 시 외곽의 무허가 정착지를 전전하는 악순환을 되풀이하였다.

80년대 말 이후에는 과잉자본 아니 검은 돈의 욕망과 투기와 이윤이 점철된 공간이었다. 들여다보면 철거를 한 번만이 아니라 두 번 세 번 경험하는 철거민이 적지 않은 것도 이에 연유한다. 빈민가나 철거촌을 들여다보면 박정희의 경제개발정책이 있고, 노태우의 200만 호가 있고, 김대중의 거품과 양극화가 있다. 결정적인 경제 붕괴를 막기위해 부동산 거품을 유지하려 안간힘을 쓰는 이명박정권에게 철거민이나 대운하나 희생양이기는 마찬가지이다.

필요할 때는 적당히 유지하다 필요할 때는 쓸어버리는 다종다양한 개발계획이 있어왔다. 당연히 개발사업의 명칭도 다르고 각 사업이 근거하는 법률도 다르고 사업이 추진되는 방식도 다르다. 시행하는 재개발이 ‘주택재개발사업’인지 ‘주거환경개선사업’인지 ‘도시환경정비사업’인지 ‘주택재건축사업’인지 뭐가 뭔지 도통 구름잡기다.

사람들은 사업의 종류와 상관없이 모두 재개발 사업으로 받아들이지만 이름도 근거하는 법률도 서로 다르고 일관성도 없다. 그리고 거주자의 요구에 따라 이루어지는 재개발이 아닌지라 주거환경개선보다는 이윤이 먼저이고 주민들의 권리는 원천적으로 배제되고, 집과 함께 가족, 지역 공동체가 무너지는 것은 당연지사일 것이다. 한 동네서 형님, 아우하다 그리고 장로와 신도로 있다 원수지기 다반사다.

단 하나 폭력적이라는 일관성은 있다. 시간이 돈인지라 용역을 동원하여 속전속결로 처리하고, 여기에 권리 얘기하면서 오기부리다 감옥가기가 십상인 곳이 재개발 지역이다. 당시 현직 경찰이었던 정삼례 씨 남편께서 부인이 감옥을 가자 “개법”이라며 한탄했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겠는가.

그러다보니 광주대단지사건도 있었고 부실 시영아파트 와우아파트 붕괴사건도 있었다. 무등산 치타사건도 있었고, 김동원 감독의 상계동올림픽도 있었고, 용산참사도 있었다. 지금은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지만 용산참사가 터지자 한나라당에서 순환식개발을 들먹이고 법안을 개정하겠다고 언급하던 것을 보면, 법도 없고 그래서 무법천지라는 것을 그들도 모르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

참사가 일어났던 남일당건물 옆 동네, 5구역은 이미 재개발이 끝나서 남산과 한강이 다 보이는 44층짜리 주상복합건물이 들어서 있다. 요즘처럼 집값이 떨어져 아우성을 쳐도 평당 4천만 원 이상을 호가하는 그야말로 서울에서 가장 값비싼 아파트다. 그러니 그 동네 사시던 분들은 입주할 엄두도 못내는 곳이 되어버렸는데 하물며 세입자들이야. 이영희 씨는 3백만 원 줄테니 나가라는 데 분개해서 순환식개발과 임대주택을 요구하며 무려 6년간을 싸웠다. 애들 보는 앞에 용역들한테 집이 부숴지고 얻어맞고 심지어는 애들까지 폭행을 당하고 결국은 감옥에도 갔다오면서까지 싸웠다.

작년 말 용산 5가 철거민대책위원회 이영희 씨는 조합, 제대로 얘기하면 도시환경정비사업조합 그리고 시공자 삼성건설, 현대건설과 주거이전비 이천만 원, 생활지원비 이천만 원, 이사비 천만 원, 그리고 부상자에게 합의금 및 위로금 오백 만원과 임대주택 입주 전까지 임시 주거비용 이백십만 원으로 합의를 했다. 6년간 수도 없이 천막을 치고, 매맞고, 감옥갔다오고 해서 1억 호가하는 그 동네 땅 한 평값도 안되는 오천칠백십만 원으로 합의를 한 것이다.

그 합의한 대가로 조합과 시공자 삼성, 현대건설이 “전세입자로서 주거생활 등을 확보하기 위한 돈없는 서민으로서의 애환으로 발단된 어려운 처지의 입장에서 빚어진 일들이었고, ...... 더구나 두 아이를 둔 가정주부로써 가정생활에도 많은 어려움을 겪었”으니 “선처를 해달라”는 탄원서를 법원에 제출하여 감옥에서 나올 수 있었다. 그러나 일찍부터 아비규환의 시절을 거친 아이들에게 사람을 그려보라고 하면 괴물을 그린다고 하니 그 댓가가 너무 가혹하지 않은가.

노동자들이 노동조건 개선을 위해 노동조합을 만들면 민주노총이든 한국노총이든 상급조직에 가입한다. 마찬가지로 폭력적이고 일방적인 철거를 당하는 주민들이 철대위 즉 철거민대책위원회를 만들고 전국철거민연합과 같은 상급조직을 찿게 된다. 전철연이 민주노총과 다른 점은 임의단체라는 것뿐이다. 그런데 용산참사가 있고난 이후 검찰은 전철연을 집중적으로 조사하기 시작했다. 언론에는 전철연이 철거지역에 들어가 함께 싸워주고 돈을 갈취하는 조폭조직인 것처럼 정보를 흘렸다.

안성 촌동네에 있는 시가 칠천만 원짜리 조폭두목 남경남 집은 호화주택으로 그려졌고, 전철연 계좌를 뒤지고, 전철연 소속 지역철대위 철거민들을 족치기 시작했다. 그래도 나오는 것이 없자 서울 용산 재건축 공사 현장에서 철거 공사를 방해하지 않는 조건으로 금품을 받아 챙긴 공동 공갈 등의 혐의로 장영희, 정삼례를 구속시키고 이영희를 불구속 입건했다. 삼성건설과 현대건설에게 공갈로 금품을 받아 챙기는 합의 당시 전철연 총무국장 장영희 씨, 전철연 흑석위원장 정삼례 씨는 참관인이었다. 지나가는 개가 웃을 일이다.

난개발이 아니라 주민참여 공영개발을 위해 그리고 폭력을 근절하기 위하여 고쳐야 할 법들은 이미 발의되어 있거나 발의될 예정이다. 그런데 용산참사로 이 난리가 나도 이번 임시국회에서 민생법안의 이름으로 재건축시 임대주택 건설의무를 폐지하였다. 그리고 지금 서울시가 5백 군데가 넘는 곳에 재개발을 다시 서두르겠다고 한다. 5명이 죽어나가도 땅을 사랑하는 자, 오만한 자들의 천국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올라간다. 불구덩이의, 폭력의 아우성이 들리지도 않는, 같지만 서로 소통되지않는 언어를 구사하는 자들의 바벨탑을 이명박의 하나님은 용납하실까.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에서 난장이의 아이는 울부짖는다. “천국에 사는 사람은 지옥을 생각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우리 다섯 식구는 지옥에 살면서 천국을 생각했다. 단 하루도 천국을 생각해보지 않은 날이 없다.”
덧붙이는 말

이종회 님은 이명박정권 용산철거민 살인진압 범국민대책위원회 공동집행위원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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