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김없이 ‘노란봉투’

쌍용차 김씨 부부, “갈 길은 가야지”

[출처: 미디어충청]

어김없이 해고 통보서는 ‘노란봉투’다.

98년 현대자동차 대량의 정리해고 명단 통보도. 11년이 지난 쌍용자동차의 정리해고 명단통보도.

3일부터 쌍용차 노동자들은 속속들이 해고 통보서를 받고 있다. 상당수의 노동자들은 우편물을 수취하지 않고 돌려보냈다.

‘경영상의 이유에 의한 해고 통보 및 희망퇴직 권고’ 통보는 “경영상의 이유에 의한 해고를 시행”하며 “해고 시행일 이전에 최종적인 희망퇴직을 실시한다”고 적혀 있다.

이어 뒷장에는 “머리 숙여 사과드리며, 여러분의 용단을 부탁드립니다.”는 제목의 홍보물이 들어 있다. 홍보물에는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는 회사 역시 생존을 위해서는 기존의 원칙과 일정을 반드시 고수할 수밖에 없는 절체정명의 상황임을 이해 바란다.”고 쓰여 있다.

마지막에는 희망퇴직을 ‘배려’ 한다며 도표로 희망퇴직과 해고시 임금비교 예상액을 덧붙였다. 퇴직금까지 포함해 차액은 직급에 따라 희망퇴직 할 때가 1천2백만원에서 3천9백만원 정도 더 많았다.

[출처: 미디어충청]

머리 숙여 사과? “우리는 못 봤거든요”

김씨는 오전11시경 집에서 해고 통지서를 받고, 파업에 참가해 정문을 지키고 있는 남편에게 가져다준 뒤 가족대책위에 결합했다. 인터폰에 우편배달부의 모습이 보여 “아, 왔구나”하고 생각했단다.

그런데 김씨와 남편 정씨 모두 “그냥 담담하다”고 말했다. 해고 통보 받은 뒤 남편이 한 첫마디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였다고 했다. 부부는 해고 통보를 받을 거라고 예상했단다. 김 씨는 회사가 관리직을 포함해 1,500여명이 넘는 사람이 희망퇴직을 하고도 1000명이 넘는 사람들을 정리해고 하는 걸 보니, ‘당연히 남편도 들어가겠구나’하고 생각했다. ‘무차별적인 정리해고’이므로…

남편 정씨는 “노조 활동을 꾸준히 해 왔기 때문에 해고될 거라고 예상했다.”고 말했다. 그래도 해고 통보에 마음이 안 좋았을 것 같다고 묻자 “그 순간 착잡했다. 아내 앞에서 약한 모습 보이면 안 되니까요”라고 덧붙이면서도 씩씩한 모습이었다.

해고 통지서를 보여 달라고 하자 남편과 마찬가지로 씩씩한 정 씨는 주머니에 구겨져 들어간 통지서를 꺼내 보여주었다. 그리곤 한 마디 덧붙였다. “뭐가 그리 급하다고 오전부터 통보를 하고. 그리고 머리 숙여 사과 한다고? 우리는 못 봤거든요.”

저축 깨고, 보험 해지. “그나마 마이너스 통장이 없어서…”

김씨는 시어머니가 걱정된다고 했다. 자식 걱정이 많은 분으로 어젠 점심도 드시지 못했단다. 해고 명단에 없다고 말했지만 사실을 알게 되면 없던 병도 생길 것 같아 걱정이다. 그리곤 해고 통보보다 걱정되는 건 경찰병력이 투입되는 것이라고 전했다. “제발 다치지 말아야 할텐데…”

두 가지 걱정 외에 씩씩한 김 씨는 생활고도 남들에 비해서는 괜찮다고 했다. 올해 2월부터 50만원, 60만원 정도씩 깨작깨작 나오던 임금이 5월엔 아예 나오지도 않았다. 저축 해지하고, 보험 해지해서 생활하고 있단다. 19개월 된 인아는 다른 아이들보다 몸무게가 덜 나가 24개월까지 분유를 먹이려고 했는데 비용이 많이 들어 조만간 분유를 끊고 밥을 먹일 예정이란다.

그런데도 김씨는 동료들보단 낫다면 오히려 동료들 걱정을 했다. 그 이유는 겨우 23평짜리 아파트를 가지고 있고, 마이너스 통장이 없다는 것 뿐.

  정문을 지키는 김씨 [출처: 미디어충청]

“아직 끝나지 않았어요. 이제 시작이죠”

회사 관리자, 용역, 경찰병력으로부터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정문을 지키는 정씨는 해고 통지를 받고도 투쟁에 열심이다. 바쁜 정 씨를 뒤로 하고 발걸음을 돌리는데 정씨가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아직 끝나지 않았어요. 싸움은 이제부터 시작이죠. 노조 집행부 말을 믿고 따르면 승리할 거예요. 희망퇴직 한 사람들이 밉기도 하지만 그 사람들 마음을 알기에 이해해요. 그렇지만 갈 길은 가야죠.”(정재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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