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없이 즐겁고 기쁘게 사는 길

[칼럼] ‘가난뱅이의 역습’을 읽고

난 요즘 사람들을 만나면 늘 이렇게 말한다. 고르게 가난하게 살자고. 사람들 모두 돈 많이 벌고 배부르게 먹고 살려고 하면 세상은 서로 죽고 죽이는 싸움터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사람으로 태어나면 누구나 행복하게 살기를 바란다. 그런데 세상은 갈수록 돈 많고 힘 있고 이름난 사람들을 떠받든다. 마쓰모토 하지메는 이런 세상을 발칵 뒤집으려 한다. 돈이 없어도 즐겁고 기쁘게 사는 길을 찾았다. 그 길은 뭘까.

사람이 살려면 집과 먹을거리와 옷이 있어야 한다. 집은 여럿이 함께 살거나 길에서 잔다. 먹을거리는 이름값을 높이려는 사람들 잔칫집에 가서 얻어먹거나 함께 모여 밥을 해 먹는다. 옷은 거들먹거리는 이가 입고 있는 좋은 옷으로 바꿔 입거나 옷을 만들어 입는다.

  <가난뱅이의 역습>, 마쓰모토 하지메, 이루
이런 일은 다른 이들 목숨을 해치지 않는다. 오히려 새로운 물건을 자꾸 만들고 써서 자연을 더럽히는 세상을, 가난한 사람들을 더 가난하게 만드는 세상을 바꾸는 일이다.

이런 일에 가난뱅이, 몸을 파는 사람들, 술주정뱅이, 길에서 잠을 자는 사람들,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사람들이 나선다. 돈에 눈멀고 권력에 눈먼 사람들에게 그렇게 살지 말라고 목소리 높여 외친다.

대학이 기업을 살리려는 부속물이 되는 것을 막으려고, 대학교 안에서 찌개를 끊여 술판을 벌이고 책상을 뒤집고 페인트칠을 해댄다. 그러다 감옥에 끌려가지만 그곳에서 온갖 나쁜 짓을 해서 모인 사람들 얘기를 들으며 슬기를 배운다.

가난한 사람들이 목숨을 잇고 살려면 가난한 사람들끼리 모여 살아야 한다. 아니 가난하게 살아야 세상이 맑고 밝아진다. 가난한 사람들만이 살맛나는 마을을 만들 수 있다. 헌책방과 낡은 가구점, 헌옷을 팔고 사는 가게를 만들며 웃고 떠들며 산다.

마쓰모토 하지메는 지방 선거에도 나가 목소리를 높인다. 비록 뽑히지는 않았지만 선거 운동을 하는 동안 가난한 사람들도 기죽지 않고 살아야 한다고 외친다. 돈에 눈먼 세상에서 할 일은 나라에서 하라는 것을 하지 않는 것이다. 돈만 벌어 달라는 기업체에 들어가지 않는 것이다.

그리고 몇 백 명이 모여 길거리에 세워 둔 자전거를 돌려 달라고 외치거나, 일미방위조약을 반대하거나, 소비에 물든 성탄절을 조롱하는 모임을 열거나, 재활용 가게를 살리는 시위를 한다.

난 요즘 술을 마시지 않는다. 가난한 사람들을 못 살게 하는 이명박 모리배에 맞서려면 내 몸 마음이 튼튼해야지 싶어 이명박이 대통령 자리에서 내려오기 전에는 술을 마시지 않기로 했다. 만약 이명박이 임기를 다 채우고 내려오면 한을 품고 술을 평생 마시지 않기로 했다. 난 이명박이 물러나도록 애쓴다. 내가 하는 책방 일을 마치고 이명박을 끌어내리는 촛불이 있는 곳이면 서슴없이 달려간다. 근데 촛불이 수 천, 수 만 개가 모여도 이명박은 내려올 생각을 안 한다. 오히려 용역 깡패, 경찰, 검찰, 법원, 언론사, 우익 단체, 정부 기관을 써서 가난한 사람들 목숨 줄을 더욱 조이고 아이들을 죽음으로 내몬다. 그럴수록 내 몸 마음이 모두 지쳐갔다.

근데 마쓰모토 하지메는 술을 마시며 웃고 떠들며 세상을 바꾼다. ‘가난뱅이의 역습’은 한 번 읽으면 이래서 세상을 바꿀 수 있겠어 하고 시시하게 여길 수 있으나, 또 한 번 읽으면 이렇게도 돈에 눈먼 세상을 까발리고 뒤집을 수 있구나 하고 손뼉을 절로 치게 한다.

2009년 6월 28일 가난한 사람들이 세상을 바꾸는 날을 꿈꾸며 풀무질 일꾼 은종복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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