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지부 한상균 지부장은 그동안의 노사(정) 대화 과정을 설명하며 이제 지부가 전면에 나서서 노사(정)과 대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정부, 사측에게 대화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도장공장 옥상에 적은 ‘대화하지 않으면 차라리 죽이라’는 문구는 한 번 외쳐지고 마는 구호로 보이지 않는다. 26일 한상균 지부장을 만나 대화를 나눴다.
▲ 쌍용차지부 한상균 지부장 [출처: 노동과 세계] |
현장은 그야말로 아비규환이다. 쌍용차 사측, 경찰, 용역의 공장진입과 동시에 고사작전으로 인권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태어나서 물이 이렇게 소중한지 미처 몰랐다. 물이 중단된 상태에서 시간이 지나면 비참한 일상으로 보낼 수밖에 없고, 인간의 한계가 어디까지 인지를 보고 있다. 이 현실에 조합원들은 절망과 좌절도 하지만 이제는 제어할 수 없는 노동자의 분노로 솟구치고 있다. 총과 칼만 안 들었지 전쟁이다. 이 폭압적인 탄압을 이겨내기 위해 절박한 심정으로 전쟁에 버금가는 저항을 할 수밖에 없다.
조합원들은 지도부 지시를 떠나 스스로 결단하고 결의하며 66일째 파업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물과 가스, 모든 음식, 의료 등이 중단된 채 하늘에서는 매일 수백 톤의 최루액을 뿌려대고 살수차로 쏘고 있다. 상상하기 어려운 폭압적인 노동자 탄압이 국민들의 눈과 귀를 가린 채 쌍용차 평택공장 안에서 무차별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정부는 쌍용차 노동자들을 국민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전체 노동자를 죽이기 위한 일환으로 쌍용차 노동자들을 탄압하고 있다. 버틸 수 있는 오기와 분노는 넘쳐나지만 현실적으로 최악의 조건들이 점점 다가오고 있는 것 같다.
이것들을 국민의 힘으로 엄호해 주실 것을 부탁드린다. 또 지부장으로서 우발적이고 돌발적인 대형참사를 막기 위해 최대한 노력하고 있지만 사태가 극단으로 치닫고 있어 우려가 된다. 주먹 만한 볼트 너트로, 그리고 새총이 아니라 사제대포 이상의 성능을 가진 무기로 무차별 공격을 가하고 있다. 사람 목숨은 안중에도 없는 비상식적인 사측, 경찰, 용역의 만행에 맞서 내부에서 생존을 위해 저항하고 있다. 그러나 노동자들의 인내의 한계가 최고점에 다다른 것 같다. 고사작전으로, 그리고 치졸한 방식으로 쌍용차 문제를 해결하려는 정권과 사측의 입장이 계속된다면 국민 여러분이 상상도 하기 싫은 일들이 이곳에서 일어날 수밖에 없다. 현실이다.
‘대화가 아니면 차라리 죽여라’고 했다. 어떤 의미인가.
공권력으로 쌍용차 사태를 해결하려는 것이 정부와 사측의 입장이라면 차라리 빨리 침탈해라. 대화가 아닌 폭압적인 탄압에 노동자들도 맞설 준비가 되어 있다. 탄압에 굴하지 않겠다. 정부, 자본의 방식대로 노동자를 더 이상 실험하지 말 것을 요구하는 것이다. 우리는 인간이지 마루타가 아니다. 노동자이기 전에 대한민국 국민이다. 정리해고로 더 많은 노동자를 우리 곁에서 하늘나라로 보내는 일이 없기를 지부장으로서 너무도 절박하고 간절하게 소망한다.
▲ 평택공장 안은 전쟁터다. 정문에서는 보이지 보이지 않는다. 기자들은 쌍용차 사측과 경찰에 의해 공장 출입을 통제당하고 있다. [출처: 미디어충청] |
"이제 쌍용차노조가 대화의 전면에 나설 것"
사측은 24일 노사정 대화에서 노조가 ‘무급순환휴직’을 제안했다고 했다. 그러나 당일 대화에 참여한 금속노조 정갑득 위원장은 미디어충청과의 인터뷰에서 ‘(무급)순환휴직을 제안한 바 없다’고 했다. 한상균 지부장은 신변보호 문제로 대화 자리에 참여하기 어려운 조건인데, 과정이 어떻게 된 건가.
공권력으로 인해 쌍용차지부에서 직접 대화 틀에 참여할 수 없기 때문에 금속노조가 사측과 대화를 하고 있다. 24일 열린 노사정 대화에서는 쌍용차지부가 주장했던 원칙적인 입장 외에는 구체적인 안들이 대화의 중심이 아니었다. 왜냐하면 그 자리는 쌍용차 사태에 대한 ‘평화적 해결’과 ‘대타협’에 대한 의지를 확인하는 자리였다. 세부적인 안을 절충하고, 협상하는 자리가 아니었다. 그것은 의미 있는 부분이 아니었다.
지금 극단적인 상황으로 치닫는 것은 쌍용차 정상화를 바라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평화지역을 선정해서 얼마든지 노사정이 대화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위험천만한 상황을 예측하기 힘든 전선에서 시간이 지날수록 끔직한 사태가 벌어질 확률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 불상사를 막기 위해서라도 평화지역을 선정해야 한다. 쌍용차지부는 언제든지 대화에 나설 생각이다. 다시 한 번 대화에 나설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
24일 ‘노사정’ 대화, 그리고 25일 사측이 대화 자리 불참을 선언한 자리에서 열린 ‘노사-중재단’ 비공식 대화 자리에서 핵심 쟁점인 상하이차 문제와 공적자금 투입 문제가 논의되었나?
상하이차가 가지고 있는 지분 51%를 20%로 줄이는 것이 논의되고 있다고 한다. 공식적인 문건으로 확인되지 않기 때문에 확인해 줄 수는 없지만, 지분을 20%로 축소한다는 얘기를 먼저 흘린 것은 노조의 정확한 투쟁 목표에 정부가 부담스러하고 있다는 것을 반증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 축소에 대한 근거를 보면 상하이차와 산업은행, 한국정부와 중국정부가 노동자, 국민의 뜻과 무관한 타협점을 찾은 것이라고 보인다.
기술유출한 상하이차를 감싸고 있다. 매우 우려되는 상황이다. 공적자금은 신속히 투입되어야 한다. 쌍용차 노사간의 기업이 아닌 지역의 기업, 사회적 기업을 분명히 해야 한다. 빨리 결단하지 못하면 국가 이익이 손실되는 것이다.
쌍용차지부가 ‘노사(정)’ 대화 자리에 참여하지 못하는 조건에서 금속노조와 중재단(민주당 정장선, 한나라당 원유철, 민주노동당 권영길 의원. 송명호 평택시장)이 대화 자리에 참여하고 있다. 바램과 아쉬움이 있을 것 같다.
여야당 중재인원과 평택시장, 금속노조 정갑득 위원장, 사측의 류재환 상무가 함께 하는 자리에서 공적 자금 문제에 대해 책임 있는 답변을 못하거나 요구하지 못하는 지역구 의원들에게 굉장히 실망했다. 국민을 대변하는 국회의원으로 지역 경제가 벼랑 끝에 있는데, 의원들이 뭐하는 것인지. 시민들, 협력업체를 포괄하는 모든 노동자와 경제적 이해관계자들의 기대가 높음에도 불구하고 그 문제에 대해 책임 있는 답변을 못하는 것에 실망스럽다.
이들은 좀 더 공격적으로 쌍용차 사태 해결에 나서야 한다. 쌍용차가 디젤 하이브리드카와 SUV차량으로 다시 우뚝 서 국민에게 사랑받는 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공적자금을 투입하는 결정이 헛되지 않았다는 것을 충분히 보여줄 수 있다. 이를 입증하는 것이 쌍용차 사태를 중재하는 정치인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현재까지의 모습은 지역 여론을 의식해서 대화 자리에 나선 것처럼 보인다. 미온적인 태도다. 지금 음식물이 10일째 못 들어오고 있고, 수도, 가스 차단 등 인권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이를 적극적으로 국회의원이 해결하지 않으면 누가 하겠나. 부탁드린다.
그리고 15만 금속노조 수장으로 정갑득 위원장이 이 문제에 나서고 있지만 정치인과 마찬가지로 중재자의 모습을 보일 것이 아니라 책임 있는 금속노조의 역할을 해야 한다. 주체적으로 투쟁을 조직하는게 산별노조의 역할이다. 공장을 사수하고 있는 사람들 눈에는 정 위원장이 중재자 역할만 하는 것으로 보인다.
"파산 시나리오든 공권력 투입 시나리오든 노동자의 책임으로 떠넘기지 마라"
공권력과 사설경비, 사측이 합동 작전을 펼치고 있다. 전문적으로 훈련받은 이들과 공장에서 기계만 만지던 노동자들이 맞서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그러나 공장을 지켜내고 있다. 그 힘은 무엇인가?
인간의 ‘분노’를 몸소 느끼고 있다. 개인마다 차이가 있지만 노동자들의 분노를 내가 직접 확인하기는 처음이다. 노동자들이 분노하면, 오히려 조직된 군대 이상으로 자기 자신의 모든 것을 던져 버릴 수 있다는 것을 가슴으로 느끼고 있다. 숙연해 지기도 한다. 사측과 일부 언론은 노조가 노동자들을 강제로 훈련시키고 공장 밖으로 나가지도 못하게 한다고 하는데 누가 만들어준다고 해서 분노와 저항이 조직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조합원들은 노조 지도부가 흔들리지 말 것을 요구하고 있다. 지도부의 표정과 걸음걸이를 체크할 정도다. 정부, 사측, 중간관리자 등으로 부터 버림받은 처절함이 큰 분노로 되는 것을 나 역시도 처음 느껴본다.
▲ 경찰과 용역은 24일 차체2팀 옥상으로 올라와 노동자와 격렬하게 대치했다. 노조는 24일을 '현재까지 가장 치열한 전투가 벌어진 날'이라 표현했다. 그 날은 노사(정) 대화가 있었던 날이다. [출처: 미디어충청] |
정부에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노동자들은 계속 압박한다면 양쪽의 유혈 사태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것을 감수하겠다면 정당한 파업을 하고 있는 노동자들도 회피할 생각이 없다. 지금까지 대화와 대타협으로 쌍용차 사태를 해결할 것을 경찰에게도 수차례 전달했다. 칼자루를 쥔 정부가 판단해야 할 몫이다. 파산시나리오든 공권력 투입시나리오든 노동자의 책임으로 떠넘기지 마라.(미디어 충청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