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무줄 협상시한, '중단' 외칠 마지막 기회

2일 오후 1시 '데드라인', 21시 까지 연장 가능성도

한미FTA 협상 시한은 고무줄이다. '시한'이라는 '데드라인'은 의미를 상실했다. 한미FTA 협상은 특히 ‘타결’, ‘결렬’의 선언 보다 ‘협상 내용'이 더 중요하지만, 모두가 이 지난한 협상의 ’끝‘ 만을 기다리고 있다.

이미 양측 협상단이 시한이라고 얘기했던 기한을 3차례나 넘겼다. 심지어 미국인들의 업무 시간을 고려한 새로운 ‘데드라인’까지 등장하고 있다. 과연 이렇게 까지 해서 협상을 체결해야 하는가에 대한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다.

웬디 커틀러 미 협상단 수석대표는 2006년 협상이 진행되는 내내 ‘12월 종결’, ‘연내 타결’을 강조해 왔다. 물론 12월 5차 협상을 마치며 “협상이 더 된다고 해서 잘 안 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여운을 남겼다. 협상이 12월을 넘기면서 한국 협상단의 최대 명분이었던 무역구제 분과도 TPA(무역촉진권한) 기한에 걸려 한국 협상단의 손을 떠났다.

그리고 양측 정부는 6월 말 TPA(무역촉진권한) 공식 만료 시간을 운운하며 한국 시간 31일 오전 7시(미국 워싱턴 30일 오후 6시)를 협상 타결 데드라인로 잡고 ‘타결 입박’ 분위기를 조성했다.

브리핑 시간도 정해지지 않아 모든 언론이 협상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상황에서 30일 낮에는 ‘협상 연장’설이 보도되는 헤프닝이 일어났다. 청와대, 정부와 미 무역대표부 대변인이 직접 나서서 ‘사실 무근’을 확인하며 긴급하게 사태 수습에 나섰다.

그러나 날을 넘긴 31일 오전 7시 30분. 양측 정부가 정한 협상 시한을 30분 넘긴 후 김종훈 수석대표는 한미FTA 협상의 ‘48시간 연장’을 밝혔다. 이 또한 미국 의회의 ‘허가’가 떨어진 이후 발표된 내용이다. 반면 한국 국회에는 어떠한 동의도 구하지 않았다.

‘48시간 연장’을 발표한 김종훈 수석대표는 여전히 의견 접근 중이고, 타결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리고 금융, 쇠고기를 포함한 농업, 섬유, 자동차 등이 쟁점으로 남았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 와중에도 한미FTA 협상 중단을 촉구하는 외침은 전국 곳곳에서 계속됐다. 30일과 4월 1일 에는 밤 늦게 까지 '협상 중단'을 촉구하는 촛불 집회와 기습 집회가 시청과 청와대 주변을 중심으로 전개됐다.

협상장인 서울 하얏트 호텔 앞에서는 ‘협상 중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줄을 이었다. 급기야 정부의 협상 강행에 분노한 민주노총의 허세욱 조합원이 “한미FTA 협상 중단”, “노무현 정권 퇴진”의 구호를 외치며 분신을 기도하기도 했다. 협상의 주도권도 빼앗긴 상황에, 내용뿐만 아니라 협상 시한 또한 미국의 요구대로 관철되고 있다는 보도에 협상 반대 여론은 더욱 높아졌다.

그리고 정부가 '48시간 연장'이라 했던 4월 2일 새벽 1시. 대부분의 언론들이 ‘타결 임박’이라는 보도를 쏟아 냈다. 대외장관회의와 청와대 일일상황점검회의 내용들이 보도되면서 하나 둘씩 밀려난 협상 내용들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뒷걸음질 치고 있는 내용들만 발표 될 뿐, ‘타결’, ‘결렬’ 발표는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에서 시한은 자동 연장됐다.

2일 9시 '협상 결과' 발표가 있을 것이라 기대를 모으기도 했지만, 이 시간을 넘긴 지금 또다른 ‘데드라인’이 제기되고 있다.

청와대는 한미FTA 협상 시한을 2일 오후 1시(미국 시간 워싱턴 기준 1일 자정)으로 보고 있다는 것이다. 심지어 미국인들이 업무를 시작하는 워싱턴 시간으로 2일 오전 9시, 한국 시간으로 2일 밤 10시 설도 제기 되고 있다.

만약 협상 발표가 늦어질 경우 오늘(2일) 오후 9시 45분 TV 생방송 진행될 예정이었던 대국민 담화도 자동 연기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김일진 한미FTA저지범국민운동본부 선전홍보팀 활동가는 “협상 타결 시간이 연장되는 과정을 보면 한국 협상단이 미국 측의 일정에 놀아나고 있는 것이 더욱 분명해 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진일 활동가는 “도대체 미 측에 양보를 강요당하고, 내주면서 협상을 구걸하고 있는 지금의 상황이 상식적으로 이해 되는가”를 반문했다.

이어 “협상 내용만 봐도 막판 협상에 더 핵심 쟁점들을 양보하고 있고, 미 협상단이 주도권을 쥐고 있다는 것이 더욱 분명해 지고 있다”며 “한국 협상단은 연장을 통해 협상 ‘타결’을 선전을 할 것이 아니라, 더 이상 내주지 말고, 협상 중단을 선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논설
사진
영상
카툰
판화
기획연재 전체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