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쇠고기 수입 재개, 수출중지 판정 작업장서

크릭스톤 팜스, 작년 11월 뼛조각 발견된 문제의 도축장

  국립수의과학검역원 홈페이지의 올려져 있는「36개 미국 쇠고기수출작업장 승인 목록(수출중지 3개소 포함)」. 크릭스톤 팜스 비프사의 쇠고기 수출작업장은 2006년 11월 23일자로 ‘수출중지’되었다.


오늘 인천공항을 통해 미국산 쇠고기가 재상륙을 시도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런데 이번에 미국산 쇠고기를 수출한 회사의 작업장은 작년 11월에 이미 ‘뼛조각’이 발견되어 ‘수출중지’처분을 받은 작업장이다. 따라서 이번 미국산 쇠고기 수입은 불법이라고 할 수 있다.

국립수의과학검역원 홈페이지의 《해외수출작업장 동향》게시판에는 「36개 미국 쇠고기수출작업장 승인 목록(수출중지 3개소 포함)」이라는 게시물이 올려져 있다.

이 게시물에는 미국 캔사스(KS) 주 아칸사스(Arkansas) 시티에 있는 크릭스톤 팜스 비프(Creekstone Farms Premium Beef)사의 쇠고기 수출작업장이 2006년 11월 23일 ‘수출중지’되었다고 밝히고 있다.

크릭스톤 팜스사는 한국으로 쇠고기를 수출할 수 있도록 승인받은 36개의 미국 쇠고기 수출작업장 가운데 수출작업장 승인번호(EST NO) 27번을 부여받은 캔사스 시티 소재의 이 작업장만을 유일하게 소유하고 있다.

이 작업장은 지난 2004년~2005년에 걸쳐 광우병 관련 위반이 3건 적발된 불량 작업장이라는 사실은 작년에 이미 밝혀졌으며, 시민사회단체가 우려했던 대로 국내의 검역과정에서도 뼛조각이 발견되고 말았다.

사실 크릭스톤 팜스사는 미국 내에서 가장 위생상태가 양호한 고급 쇠고기 가공업체에 해당된다. 또한 자체 비용으로 광우병 전수(全數)검사를 하겠다고 미국 농무부에 허가를 신청하기도 했다가 거부를 당하자 법원에 소송을 제기해서 최근 승소판결을 받아내기도 했다.

그동안 미국 정부는 1913년에 제정된 「바이러스ㆍ혈청ㆍ독소법(the Virus Serum Toxins Act)」이라는 구닥다리 법을 내세워 정부기관 이외의 민간 단체나 회사가 광우병 검사를 실시하는 것을 금지해왔다.

하지만 미국 정부의 민간단체의 광우병 검사 금지 방침은 자국 내 광우병 발생을 축소하고 은폐하려는 의도가 다분히 숨어 있으며, 위생상태가 극히 불량한 타이슨 푸드ㆍ카길ㆍ스위프트 등 초국적 육류 독점기업의 로비도 큰 몫을 했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크릭스톤 팜스사는 이번에 법원에서 승소판결을 받아 냄으로써 광우병 전수검사를 실시하여 초국적 육류독점 기업과 차별화 전략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고급 이미지를 심어주겠다는 의도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노무현 대통령의 ‘개방철학’의 본질은 광우병 쇠고기 개방?

  (왼쪽) 1982년 3월 3일자 《조선일보》. “전 대통령의 개혁의지와 통치철학은 ‘민주복지국가의 건설과 정의사회의 구현으로 자주민족국가를 완성하는 것’이라고 요약할 수 있다”며, 전두환의 ‘통치철학’을 칭송하고 있다. (오른쪽) 2007년 4월 10일자 《문화일보》.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은 노무현 대통령의 확고한 ‘개방철학’이 한미FTA의 추진동력이었음을 강조했다.

그러나 크릭스톤 팜스사의 이번 쇠고기 수출은 ‘수출중지’ 처분을 받은 작업장이라는 심각한 문제가 있다.

게다가 정부는 미국 측이 수입위생조건을 위반했음에도 불구하고 ‘뼛조각이 발견된 상자만 부분반송’하기로 검역조건까지 완화해주었다. 검역은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지키기 위한 주권국가의 권리와 의무에 해당됨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굴욕적으로 주권까지 포기하고 만 것이다.

뿐만 아니라 미국의 요구로 5월 말 OIE 총회가 개최되기도 전인 5월 1일~2일에 과천정부청사에서 한미 쇠고기 검역 기술협의를 개최할 예정이다. 미국은 한미 FTA 협상안의 미국 의회 통과를 구실로 검역을 거의 포기하는 수준의 굴욕적인 양보를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광우병으로 수입이 금지된 캐나다산 쇠고기까지 쏟아져 들어올 판이다. 오늘부터 열리는 한ㆍ캐나다 FTA 10차 협상에서 캐나다는 다음 달에 열리는 국제수역사무국(OIE) 총회에서 미국과 함께 광우병 위험 통제국가 등급을 받을 예정이라며 캐나다산 쇠고기 수입재개를 강력히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노무현 정부가 한미 FTA ‘4대 선결조건’으로 미국산 쇠고기 수입재개를 들어줌으로써 우리 국민들은 광우병 쇠고기로 죽음의 잔치를 벌여야 할 위기에 처했다. 말하자면 타이슨 푸드ㆍ 카길 등의 초국적 육류 독점기업에게는 이윤을 보장해주는 돈 주머니가 개방되고, 노동자ㆍ농민ㆍ도시서민들에게는 광우병 위험에 목숨이 개방된 셈이다.

이것이 바로 노무현 대통령이 신념에 차서 넘치도록 강변하고 있는 ‘개방철학’의 본질이 아닐까?
덧붙이는 말

박상표 님은 국민건강을위한수의사연대(국건수) 편집국장으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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