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1일 저녁 10시30분 민주노동당 주최로 파병철회, 피랍자 무사귀환 촛불집회가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열렸다./이정원 기자 |
23명의 무사귀환을 요구하며, 촛불을 들고 모인 마음들은 모두 하나였다. 촛불집회에 모인 사람들은 촛불을 밝히며, 정부가 “테러대책본부가 아닌, 철군위원회를 즉시 구성”할 것을 요구했다.
민주노동당, 한국진보연대 주최로 열린 촛불집회에는 10시 30분이라는 늦은 시간에도 불구하고 약 70여명이 모여 촛불을 밝혔다. 촛불집회가 끝나가던 11시 30분경에는 참가자 수가 350명을 넘고 있었다.
처음으로 마이크를 잡은 문성현 민주노동당 대표는 이 피랍사건을 접하면서 “김선일씨의 죽음이 생각났다”며 “독일인들이 처형되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여기에 오게 되었다”면서 늦은 밤 촛불을 밝힐 수밖에 없는 배경을 설명했다. 문성현 대표는 “탈레반이 한국군 철수를 환영한다고 발표했지만 안심할 수 없다”며 오늘의 촛불집회에서의 “간절한 마음이 성과를 맺기를 바란다”고 희망했다. 문성현 대표는 “미국의 강요에 의해 용병으로 파병된 군인들을 즉각 철군해야 한다. 추가 파병은 안된다”고 강조하며, 한국 정부의 파병이 이번 피랍사태의 빌미를 제공했다고 지적했다.
▲ 피랍된 한국 무사귀환을 바라는 촛불집회 참가자/ 이정원 기자 |
미 점령과 한국군 파병이 이번 사태의 “뿌리”
“납치 피해자들에게 책임전가 하지 말라”
발언에 나선 모든 참가자들은 이번 사태의 근본적 뿌리는 바로 한국 정부의 ‘파병’에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김광일 파병반대국민행동 운영위원은 “탈레반이 민간인을 납치하는 것은 용인할 수 없다. 이것은 명백히 잘못된 열매다. 그러나 이 잘못된 열매는 뿌리가 잘 못 되었기 때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미국의 점령이 바로 이 잘못된 뿌리이며, 이런 미국을 지지한 “한국 정부의 파병이 그 뿌리”라고 주장하며, 한국 정부가 이번 사태를 자초한 것이라 비난했다.
아울러, 정부가 현재 사태의 책임을 아프간을 방문했던 납치 피해 당사자들에게 돌리려고 하는 것에도 경고의 메시지를 날렸다. 김광일 운영위원은 “국정원이 위험한 지역임을 두 번이나 경고했다”고 한 점을 지적하고, 이런 식으로 이야기 하는 것은 “현재 사태의 원인을 다른 곳으로 돌리기 위한 것”이라고 경계했다.
"철군, 추가파병저지 약속 못 지켰다” 반성의 목소리도
철군, 추가파병저지 약속을 한국 시민사회운동진영에서 제대로 지키지 못했다는 반성이 목소리도 나왔다. 정종권 민주노동당 서울시당 위원장은 “피랍소식을 듣고 뼈아픈 반성을 했다. 즉각 철군, 추가파병을 막는 것이 두 번째, 세 번째 김선일을 막는 것인데, 그 약속을 지키지 못한 것이 오늘을 낳았다”며 “참담한 마음”을 토로했다.
급하게 준비되어 발언만으로 채워진 촛불집회였지만, 23명의 무사귀환을 바라는 간절한 마음과 이번 사태를 초래한 “그 어느 정부보다도 파병을 많이 한” 노무현 정부에 대한 분노가 발언 하나하나에 서려있었다.
김인식 민주노동당 중구 위원장은 힘주어 지금 정부가 해야 할 일은 “테러대책본부를 세우는 것이 아니라 철군위원회를 구성하는 것”이라고 말해 집회 참가자들의 큰 호응을 얻기도 했다. 촛불집회 참가자들은 “피랍가족이 호소한다. 즉각 철군하라”는 구호를 외치며 집회를 마무리 했다.
이 촛불집회에 이어, 22일 저녁에는 파병반대 국민행동 주최로 피랍자 무사귀환과 즉각 철군을 요구하는 촛불집회가 8시 30분 서울역에서 진행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