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 무장세력이 한국인 23명과 탈레반 죄수를 맞교환하자는 제안을 내놓았다는 소식이 외신을 타고 들어오면서, 최악의 사태보다는 지난 3월 탈레반에게 납치되었던 이탈리아인의 사례를 따를 수 있지 않겠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22일 오후 11시 30분까지 시한연장
탈레반, 인질과 탈레반 죄수 맞교환 요구
아랍계 방송 알자지라는 21일 탈레반 대변인 역할을 하고 있다고 알려진 유수프 아마디가 현지시각으로 22일 오후 7시(한국 시각으로 11시 30분)까지 인질수와 동일한 23명의 탈레반 죄수를 석방하지 않는다면 한국인질을 살해할 것이라 경고했다고 전했다. 덧붙여, 아프간 정부, 미국, NATO(북대서양조약기구) 군이 인질 구출작업을 중단해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인질들을 살해할 것이라고도 경고했다.
알 자지라는 이런 우려를 반영해서 현지 경찰관들이 보복살해를 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조심스럽게” 행동하고 있다며 현지의 분위기를 전하기도 했다.
21일 오후 4시 30분경 그리고 6시경 독일인 2명이 모두 살해되었다는 소식이 들려오면서, 정부와 피랍자 가족들을 비롯해 여론에서 긴장감이 고조되었다. 더구나 협상 시한을 넘기면서는 온 국민의 눈이 사태 추이로 쏠렸었다.
그러나 협상에서 변화분위기가 감지된 것은 21일 오후 8시가 조금 넘어서면서다. 탈레반 대변인은 외신을 통해 “한국군 철수를 환영한다”는 메시지와 “평화적 해결을 희망한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그리고 시한 연장이야기가 흘러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철군은 맞교환을 위한 협상용 카드?
“올해 말 철군으로는 불충분” 주장설도 있어
알 자지라 방송이 전한대로 파병철회의 요구가 협상에서의 주도권을 쥐기 위한 카드이고, 실질적인 요구가 탈레반 죄수의 석방이라고 한다면, 피랍 사태에서 희망을 발견할 수도 있다.
실제로 지난 3월 아프간 주재 특파원으로 있던 이태리 기자가 납치 되었다가 풀려난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이탈리아 내각은 파병 철회 여론에 밀려 아프간에서 철군할 것을 우려한 아프간 정부가 탈레반 재소자 5명을 석방했다.
그러나 한국 정부와 아프간 정부의 협상으로 인질을 석방하는 조건으로 탈레반 죄수들을 풀어줄 수 있는 조건은 녹녹치는 않다. 지난 3월 이태리 기자가 잡혔다가 탈레반 죄수들과의 맞교환으로 풀려나면서, 아프가니스탄 내 탈레반의 납치극이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다고 하는 것이 일반적 분석이기 때문이다. 만약 협상결과 탈레반 죄수들이 맞교환되는 결과를 얻게 된다면, 앞으로 아프간 내에서 철군 요구 및 탈레반 죄수 석방을 위한 외국인 납치는 더욱 기승을 부리게 될 것이고, 탈레반이 세력이 더욱 확장되는 계기를 마련해 줄 수 있다. 따라서 탈레반의 맞교환 또한 쉬운과제라 볼 수는 없다. 한국 정부가 고도의 협상력을 발휘해 신중히 접근할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한 편에서는 탈레반의 죄수석방만으로는 충분치 않을 것이라고 보는 보도도 동시에 나오고 있다. 알자지라는 “탈레반 대변인이 이것(올해 말 철군)으로 충분하지 않다고 말했다”고 전해 이후 협상에서 탈레반 죄수의 석방뿐만 아니라 파병에 대한 한국 정부의 태도 또한 중요한 열쇠가 될 것임을 동시에 시사하기도 했다. 알자리라의 칸다하르 통신원인 제임스 베이는 “그들(탈레반)이 즉시 또는 며칠 안에 철군을 바라고 있다”고 전했다. 아울러 알 자지라는 “탈레반 대변인이 한국인들을 선교사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고도 전했다.
독일인 살해 사실여부 논란
탈레반 주장과 아프간 정부 주장 엇갈려
전국 시선이 아프간 피랍자들의 생환여부에 쏠려있는 가장 큰 우려를 낳았던 소식은 독일인 두 명이 살해되었다는 것이었다. 유수프 아마디 대변인은 협상기한이 지나 이들을 총살했다고 밝혔다는 소식이 외신을 통해 전해졌다. 탈레반 대변인은 두 명의 독일인과 함께 납치된 아프간인들 또한 살해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아프간 외무부는 이 주장을 반박하고 있어 독일인 살해 여부의 사실여부도 관심을 받고 있다. 아프간 외무부는 두 명 중 한명은 심장마비로 사망했으나, 한 명은 여전히 생존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독일 정부도 탈레반에 의해 독일인이 살해되었다는 증거를 가지고 있지 않다고 밝히고 있다. 신문 인터뷰를 통해 마르켈 독일 총리도 탈레반의 철군 요구를 거절했다.
한편 정부도 철군일정에는 변함이 없음을 확인했다. 현재 정부는 여러 채널을 통해 직접 무장단체와의 접촉을 시도하고 있으며, 현지에 조중표 외교부 1차장을 반장으로 하는 대책반을 토요일 오후 아프간에 급파했다. 대책반은 22일 아프간 대통령을 만나 대책을 논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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