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정과 언젠가는 만나게 될 것”

[인터뷰] 조승수 진보정치연구소 전 소장

“대선 끝나고 40일 동안 6개월은 지난 것 같네요.” 조승수 진보정치연구소 전 소장은 대선 이후 민주노동당에 불어 닥친 태풍의 정점에 서 있었다. 태풍은 ‘분당’으로 향하고 있는 것이 분명해졌다. 민주노동당 신당파는 26일 ‘새로운진보정당운동(새진보정당)’을 출범시키고 조승수 전 소장을 공동대표로 선출했다. 그 스스로도 “신당 창당은 가능한 변수 중의 하나라고 생각했지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고 털어놓을 정도로 역동적인 과정이다.

조승수 전 소장은 “지금은 각자 다른 길을 가게 됐지만 심상정 의원과 어떻게든 만나지 않겠냐”고 했다. 민주노동당 바깥에서 터전을 닦아놓은 뒤 심상정의 ‘결단’을 기다리겠다는 야심이 담겨 있었다. 그는 “신당 창당을 열망하는 에너지가 모이고 있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러나 ‘왜 탈당하지 않느냐’는 질문에는 “지금 이 시기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은지 끊임없이 묻고 있다”며 좌고우면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다음은 조승수 전 소장과의 25일 인터뷰 전문이다.

“심상정 대표와 기본 관점 다르지 않아”

  조승수 진보정치연구소 전 소장.
신당 추진을 선언한 이후 심상정 비대위 대표를 직접 만난 적이 있나

23일 오후 심상정 대표를 만나 두 시간 정도 이야기했다. 용건은 진보정치연구소 이사회에서 권영길 이사장과 제가 사임 의사를 밝힌 것과 이후 처리 문제에 대해 보고하기 위해서였다. 이후 비대위 혁신안과 새진보정당의 방향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고 개인적인 이야기도 했다. 심 대표와 제가 현재로서는 생각의 차이가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민주노동당의 혁신 방향에 있어서 일심회, 북핵 사태에 대한 입장 등 종북주의 문제와 패권주의 문제, 당 회계의 비정상적인 운영 등을 당의 오류라고 인정해야 한다는 데 공감했다. 그러나 저는 당이 새롭게 거듭나려면 당 해산과 창준위 구성을 당대회에서 이끌어내야 한다는 생각을 전했다. 이러한 요구에 사실 심 대표가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이해는 한다. 심 대표는 그런 방향으로는 비대위를 끌고 갈 수 없다, 당을 결과적으로 깨자는 것을 전제로 하는 얘기가 될 수 있어 과도하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무리하게 비대위와 새진보정당이 서로에 대해 공격하듯이 할 필요 없는 거 아니냐, 당대회를 지켜본 뒤 서로 생각이 다르다면 언젠가는 만나겠지만 지금은 각자 길을 가는 것이 좋겠다, 이런 얘기까지 했다. 담백하게 이야기를 마쳤다.

심상정 대표와 언젠가는 정치적으로 같은 길을 가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나

진보정당 운동에 대한 기본적 시각과 문제의식이 크게 보면 다르지 않다. 심 대표와 제가 자유주의 정치를 하려는 것도 아니고 극단적 사회주의 정당을 하려는 것도 아닌데 어떤 과정을 통해서든 만나지 않겠냐.

만날 시기는 총선 직후일 수도 있고 조금 더 걸릴 수도 있겠다. 당 혁신이 제대로 된다면 당대회 직후가 될 수도 있다. 새진보정당이 양다리 걸친다, 당에 미련을 둔다고 욕을 먹으면서도 천명하는 것은 비대위가 당 혁신을 철저히 해주기를 바라는 것이다. 핵심은 당 해산과 창준위 구성을 통한 제2창당이다. 그런 과정을 밟는다면 정당을 따로 할 이유가 없다.

그러나 비대위가 혁신안을 올리더라도 그에 대해 자주파가 어떤 태도를 취할 지에 따라 불확실성이 있다. 비대위가 올린 안이 어느 한쪽이든 양쪽이든 거부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쉽지 않을 것 같다는 것이 대체적인 견해고 저도 그렇게 생각한다. 우리가 요구하는 바람직한 방향으로 혁신이 실패하면 그 틀로 진보정당 운동을 하는 것이 맞지 않다는 입장이다.

“심상정이 비대위 대표 맡는 순간 한계”

새진보정당이 생각하는 구체적인 당 혁신 방향이 무엇인가. ‘비대위에 바라는 입장’을 발표했지만 실상 그동안 해왔던 주장에서 새로운 내용이 없는데

문제를 제대로 드러내는 것이 중요하다. 종북주의의 대표적인 사례인 ‘북핵 자위론’ 발언과 ‘일심회’ 사건의 최기영 전 사무부총장 개입 여부에 대한 진상, 패권주의 사례인 서울 용산, 광주 북구 사건, 경남도당, 광주시당 등의 회계부정 사건에 대해 모든 사실을 낱낱이 밝히고 책임자를 적시해야 한다.

민주노동당의 한국진보연대 가입 결정은 민주노동당의 민족민주정당화를 선언하며 당을 숙주로 삼으려 한 전국연합의 ‘3년의 계획, 10년의 전망’에 따른 것으로 이를 무효화해야 한다. 북한 국가사회주의에 대해서도 비판할 수 있어야 하고 잘못된 체제임을 선언해야 한다. 또 민주노총 의존 노선을 비판하고 반성하면서, 이에 근거해 당 해산과 창준위 전환을 선포해야 한다.

새로운 것이 없다는 말은 일관된 입장을 가지고 있다는 뜻으로 볼 수 있다. 당대회를 맞이해 조직이 형식적으로 창준위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 최종 주장이다.

신당 창당의 이유로 근본적인 당 혁신이 불가능하다는 주장을 하고 있지만 표면적인 이유 아닌가. 실제 혁신을 완수하더라도 당내 다수파인 자주파가 다시 당권을 잡게 되면 당이 예전과 같은 모습으로 돌아갈 것이라는 판단을 하는 것 아닌가

부인할 수 없는 이유다. 단지 자주파가 언제든 권력을 잡을 수 있다는 것뿐만 아니라, 자주파의 종북주의 노선 자체에 대한 근본적인 평가 없이 총선이나 그간 당 성과 유지를 위한 봉합은 옳지 않다는 입장이다. 진보정당 정신에 맞지 않다. 이미 대선 과정에서 그러한 동거 노선 자체가 잘못된 것임을 대중에게 선고받았다고 본다.

민생 중심, 생태 가치 존중, 비정규직 조직 등 심상정 대표가 제시하는 ‘제2창당’의 상이 새진보정당과 큰 차이가 없다

심 대표가 벤치마킹을 잘 했다(웃음). 심 대표 기자회견 보고 깜짝 놀랐다. 제가 썼던 표현과 이야기했던 내용들을 상당 부분 언급했다. 제가 생각했던 문제의식을 전적으로 반영해 당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반갑고 환영할 일이다.

그러나 그렇게 가기 위해서 당내 문제에 대한 혁신을 어느 수위까지 할 수 있느냐, 거기서 차이가 벌어진다고 본다. 비대위원장을 심상정이 맡는 순간 일정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비대위는 말 그대로 비상한 시기 대책을 책임지는 것이다. 책임을 지려고 하면 세력 문제에 대해서는 근본적인 청산이 힘들다. 세력의 핵심적인 사상에 대해 근원적 부정을 할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

저는 심상정 의원이 비대위 대표를 맡지 않았다면 우리와 더 가까운 생각을 할 수 있었다고 본다. 옛날부터 오래 알고 지내온 사이기도 하고 국회에서 같이 일하면서 그 분의 생각이나 관점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됐다.

다만 개인적으로 다르다고 한다면 심 대표는 민주노총의 조직운동을 기반으로 해서 당 운동을 하신 분이라 현재 노동자운동의 일반적 정세나 행태에 대해 (저와) 생각은 같더라도 언행 자체가 어렵고 신중할 수밖에 없다고 본다.

  26일 '새로운진보정당운동' 출범식.[참세상 자료사진]

“지역 밀착이 ‘생활 진보’의 상”

현실적으로 노동조합을 토대로 하지 않고 진보정당이 가능한가. 민주노총이 민주노동당을 배타적으로 지지하는 상황에서 노동자들을 조직해낼 방안이 있나

진보정당이 노동자와 노동자운동에 기반을 둔 정당이어야 한다는 생각은 변함없다. 지금 민주노총의 배타적 지지 방침에 의한 당-노조 관계는 일방적인 의존에 가깝고, 비정규직을 포괄하지 못하고 계급 대표성을 가지지 못한 대기업 정규직 노동자 동맹이다.

우리는 비정규직 노동자 정당을 자임해야 한다고 본다. 민주노총을 배제한다는 것은 아니다. 민주노총은 현재 가진 부정적 이미지와 비판 지점을 자기 혁신할 수 없다. 새로운 정당의 노동전략에 기초해 민주노총을 혁신하고 새로운 노동운동 주체를 형성하는 것까지 당이 직접 해야 한다.


비정규직이 맞닥뜨린 문제는 전면 정책화하고 사측과의 협상을 이끌어내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것이다. 당이 87년처럼 노조 조직하듯 하겠다는 것은 아니고 지역공동체를 거점으로 노동운동의 새로운 주체와 흐름을 만들어나갈 방침이다.

정당운동 중심의 지역위원회나 분회로는 새로운 진보적 주체 형성에 한계가 있다는 것이 이미 드러났다. 민중의집이나 생활상담소와 같은 지역공동체에서 생협이나 풀뿌리, 환경운동과 같은 다양한 운동과의 소통을 신당이 주도할 것이다. 지역에 기반해 지역사회의 새로운 진보 주체들이 형성되도록 하는 것이다. 지역 밀착이 ‘생활 진보’의 상이다.

정책 부분은 아직 체계적으로 정리되지는 않았지만 상당 부분 민주노동당의 정책 틀을 뼈대로 하고 ‘사회국가’ 전망에서 밝혔던(진보정치연구소는 ‘사회국가, 한국 사회 재설계도’라는 책을 펴낸 바 있다-편집자주) 주거 일자리 의료 교육 4대 기본권, 평화문제, 복지, 사회연대전략 등에서 차용하고 재구성하려고 한다.

“좌파 세력 신당에 도움 안 된다”

신당 창당을 위해 외부 세력과의 연대를 적극 모색하고 있는데, 연대 범위와 기준을 어떻게 설정하고 있나

크게 봐서 국가사회주의와 주체사상 양 극단을 배제하고 사회주의, 사민주의, 녹색주의 등 어떤 세력과도 같이 할 수 있다고 본다. 물론 자유주의 세력은 배제한다. 현실적으로는 한국사회당, 초록당(준)과 연대 논의를 하고 있다. 비공식적으로 시민사회와 의견을 교환 중이다.

중요한 것은 사회주의든 사민주의든 녹색주의든 한국적 토양에 뿌리내릴 수 있는 그런 이념과 노선을 추구하느냐다. 북유럽형 사민주의를 그대로 하자든가 원칙적 사회주의를 주장하는 것은 맞지 않다.

좌파 정치세력은 새진보정당이 민주노동당의 의회주의적, 사민주의적 한계를 벗어날 수 없다며 별도의 ‘변혁적 정당’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이들 좌파 세력과도 연대가 가능할까

좌파에 동의할 수 없다. 그런 노선으로는 한국사회 노동운동이나 정치운동에 어떤 성과도 내지 못하고 있다. 공허한 좌파, 이상주의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소련식 국가사회주의를 비판하지만 자신들과 어떻게 다른지 설명해내지 못하고 있다. 국가사회주의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의심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런 세력은 신당에 도움이 안 된다.

지난 대선에서 민주노동당은 문국현 후보와 창조한국당과의 차별성을 대중적으로 알려내는 데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신당은 ‘문국현당’과 어떻게 차별화할 수 있나

나는 문국현 후보와 창조한국당을 ‘반성문을 쓴 자유주의자’라고 표현해왔다. 이들이 노무현정권과의 차별화 전략으로 비정규직 정책과 사회 연대를 말하는 데 이들이 추구하는 한국사회의 근원적 방향은 시장주의다. 시장주의에 입각한 노선으로는 한국사회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시장을 인정하되 공공성의 원리에 의해 조절 통제될 수 있는 사회국가로 가야 한다. 그런 점에서 이미 노선상으로 큰 차이가 있다.

“지금은 위기이자 기회..5~10년 내다본다”

새진보정당에 ‘총선 딜레마’가 있을 것 같다. 총선에 참여하자니 준비가 덜 됐고, 참여를 안 하자니 정당을 이끌어갈 동력이 생기지 않는다

‘위기이자 기회’라는 말은 이럴 때를 말하는 거다. 민주노동당과 분화해 신당 창당에 동의하면서도, 총선이 코앞에 와 있는데 이 짧은 시간에 어떻게 준비해서 정당으로서 ‘생존’할 것인가, 이에 대한 회의가 상당수 있다.

그런데 지금처럼 이명박정권에 자유주의 정당이든 진보정당이든 제대로 된 대응을 못하는 시기에 유일하게 진보의 재구성을 들고 나오고 새로운 미래를 이야기할 수 있는 흐름이 새진보정당에 있다. 총선을 앞둔 급박한 시기에 물리적으로 불리한 조건인 것은 사실이지만 에너지가 모이고 있다. 총선이라는 시기 자체가 에너지를 강하게 모으는 계기가 되고 있는 것이다.

어떤 분은 이런 얘기도 하더라. 심상정, 노회찬이 바보다. 이 상황에서 결단해서 신당에 합류했다면 한나라당을 제외한 어떤 정당도 이런 정치적 역동성을 보여줄 수 없다. 그런 에너지로 제대로 된 정책을 선보이면 급속하게 대안야당의 중심에 올라설 수 있다고 말이다. 그렇지만 심상정, 노회찬 의원이 합류하지 않아도 에너지는 모이고 있다.

진보신당의 주체와 내용을 만드는 데 총선 참여가 독이 될 수도 있다, 지금의 에너지를 까먹을 수도 있다는 의견도 있지만, 전 아닐 수도 있다고 본다. 오히려 총선을 계기로 신당에 유리하게 상황을 주도해낼 수 있다고 본다. 그렇더라도 총선에 올인하자는 것은 아니고 5년, 10년을 내다보고 진보정당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그런 점에서 2010년 지방선거를 진검승부의 때가 아닌가 보고 있다.

지금 시작하기에 너무 늦었다고 생각하지 않나

정치일정상 그런 점이 없지 않지만, 새로운 에너지와 사람과 관심이 모이는 계기는 주관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대선 이전에도 (분당을) 생각했지만 당 안에 있으면서 대선을 앞두고 세게 얘기하는 것 자체가 맞지 않다고 생각했다. 물론 대선이 끝난 후에는 득표 결과가 100만 표가 됐든 150만 표가 됐든 신당 창당을 주장하려 했지만, 70만 표라는 참담한 결과가 신당 창당 논의를 더욱 확산시키는 계기가 된 것이다.

그렇듯 현실이란 게 우리가 바라는 대로 진행되는 것은 아니다. 총선을 앞두고 신당 논의를 하는 것이 짧은 시간에 큰 혼란을 가져다주는 어려움이 있지만 긴 시간과 깊은 고민을 가진다고 해서 반드시 좋은 결론이 나오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왜 탈당하지 않고 있나. 당내에서 탈당 배수진을 치고 신당을 주장하는 방식이 정파 담합주의, 정파 패권주의라는 비판도 있다


그런 비판은 정당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당 혁신안이 어떻게 나오더라도 당을 숙주로 생각하는 다수 세력이 존재하는 한 이들과 같이 하기 어렵고, 민주노동당 틀은 수명을 다했고 신당으로 가는 게 맞다고 동의하면서도 언저리에서 고민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은 상황이다.

민주노동당의 역사가 있기 때문이다. 저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민주화운동 과정부터 ‘국민승리21’의 어려운 창당 과정을 거쳐 정말 젊은 나이 청춘을 다 바쳐 함께 해온 게 민주노동당인데 이성과 논리를 떠나 정서적으로 새로운 길로 간다는 결정을 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그 동지들과 같이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탈당하는 것은 신당 창당 결정을 명확하게 하고 신당을 열망하는 동지들과 마음을 같이 한다는 보다 분명한 신호겠지만, 아직도 주저하고 있는 많은 동지들과 함께 하는 모습이 필요하고 그것이 오히려 신당을 만들어가는 데 도움이 되겠다고 판단한다. 시간이 지난 뒤 지금 판단이 잘못됐다는 평가를 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은 그렇다.

끊임없이 묻고 있다. 지금 이 시기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은지. 새진보정당 내부 회의에서 제가 다음 주 중 탈당하는 것이 어떻겠냐고 물었는데 장시간 토론 끝에 좀 더 고민해보자는 결론을 내렸다.
논설
사진
영상
카툰
판화
기획연재 전체목록

온라인 뉴스구독

뉴스레터를 신청하시면 귀하의 이메일로 주요뉴스를 보내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