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 소, 미친 교육 막기 위해 등교거부"

등교거부 청소년들 기자회견 열어, “우리는 공부하는 기계가 아니다”

오늘(17일)은 중고등학생들 사이에서 문자메시지로 학교자율화 조치 반대와 미국산 쇠고기 수입개방 반대를 위해 ‘휴교시위’를 벌이자고 약속을 한 날이었다. 이에 시도교육청과 경찰이 문자메세지의 유통경로를 찾기 위해 학생들을 조사하는 등 학생들이 휴교시위에 참여하지 못하도록 각종 조치를 취하기도 했다.

이런 조치에도 중고등학생들의 촛불문화제 참여가 더욱 확산되자 전북 덕진경찰서는 촛불문화제를 하기 위해 집회신고를 냈던 우석고 학생을 수업 도중 불러 조사해 물의를 일으키기도 했다. 이에 대한 시민들의 항의가 이어지자 경찰은 “사려 깊지 못한 행동”이라며 잘못을 시인하고 해당 경찰관을 대기발령 조치하기도 했다.

  경기도교육청에서“집회 참가 학생들의 인적 사항 및 주장 내용을 파악해 오라”고 각 학교에 지시한 공문

하지만 중고등학생들의 촛불문화제 참여를 자제시키려는 시도교육청의 움직임은 멈추지 않고 있다. 경기도교육청은 각 학교에 “집회 참가 학생들의 인적 사항 및 주장 내용을 파악해 오라”는 지시를 내리기도 했으며, 서울시교육청은 오늘 촛불문화제에 서울시내 중고등학교 교감 670명을 비롯, 장학사 222명 등 1천 여 명에 가까운 인원을 배치해 학생지도에 나서겠다고 밝힌 상황이다.

결국 많은 학생들이 실제로 등교거부를 하고 휴교시위를 하지는 못했지만, 용기 있게 교문을 박차고 나온 학생들은 오늘 오전, 청계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우리는 학생이기 이전에 인간이다”, “우리의 정당한 외침을 들어라”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기자회견이 시작되자 청계광장에 있던 청소년들이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고 있다.


  등교거부를 한 중학생

등교거부를 하고 기자회견에 참석한 한 중학생은 “지금 이명박 대통령이 하려는 정책은 모두 돈 많고 힘 있고, 권력이 있는 사람들만 잘 살게하려는 것”이라고 지적하고, “나는 살기 위해 이 자리에 왔다”라며 “경찰과 학교는 우리가 외치는 정당한 목소리를 없애기 위해 더 이상 협박하지 마라”라고 말했다.

“오늘 학교가 아닌 거리로 나왔습니다. 우리는 우리의 입조차 틀어막으려는 무한 경쟁이 살아 숨 쉬는 학교가 너무 싫어서 바꾸기 위해 거리로 나온 것입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학생들은 기자회견문 대신 ‘학교가 아닌 거리로 나선 청소년들이 쓰는 편지’를 낭독했다.

학생들은 “우리는 공부하는 기계도, 생각없는 아메바도 아닙니다”라며 “당신들이 만든 정책이 나를 죽도록 만드는 것을 가만히 앉아 두고 볼 수 없습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당신은 나와 우리들의 외침이 불편한가 보네요. 경찰과 학교를 통해 우리들의 행동을 막고 겁을 주는 거 보면 말이죠. 나도 당신이 무섭습니다. 바로 당신의 민주주의에 대한 무개념, 인간에 대한 무개념이 무섭습니다”라며 “이명박 대통령이 우리들의 외침을 듣지 않고 막으려 하고 우리들을 죽음으로 내몰아 간다면 우리는 더 큰 행동을 만들어 나갈 겁니다”라고 목소리 높였다.

오늘 학생들의 행동은 오후 5시부터 덕수궁 앞에서 “미친 소 미친 교육을 중단하라”는 목소리로 이어질 예정이다. 오후 7시부터 진행될 청계광장 촛불문화제도 미국산 쇠고기 수입 개방 반대와 더불어 학교자율화 조치에 반대하는 기조로 준비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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