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집회 취재 동아닷컴 기자 수난

'사복 채증 경찰' 시민들 의심에 신분 밝혀져 봉변

정부의 고시 강행에 분노한 시민들이 29일 서울 도심에서 밤새도록 촛불대행진을 벌이던 도중, 광화문 앞에서 '프락치' 소동이 일었다.

밤 12시 20분경 광화문 앞에서 경찰에 가로막힌 행진 참가자들 중 일부가 한 청년을 '프락치'로 지목한 것. 이들이 말하는 '프락치'란 사복 차림으로 시위대 안에 섞여 채증 사진을 촬영하는 경찰관이다. 촛불집회가 거리로 나온 이후, 연행됐다 풀려난 이들이 자신을 '채증'한 사진을 경찰서에서 직접 보았다고 증언하거나, 현장에서 실제 경찰로 판명된 채증 요원과 실랑이를 벌인 적도 있어 촛불집회 참가자들에겐 채증 경찰이 또다른 분노의 대상이 되고 있던 터였다.

의심(?)스러운 청년을 붙잡은 3,40명의 시민들은 이 청년 주위에 몰려들어 신분을 추궁했다. "몰래 찍은 사진을 내놓으라"며 카메라를 빼앗으려는 사람들과 "경찰에 이야기해 연행자와 교환하자"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경찰 채증요원으로 오인받은 '동아닷컴' 동영상 기자

묵묵부답이던 이 청년은 자신이 '시민기자'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민들이 청년을 붙잡고 "기자라면 기자증을 보여달라"고 더 거칠게 항의하자 그는 신분증을 꺼냈다. 거짓말은 금세 탄로났다.

이 청년이 사복경찰로 몰리면서도 신분을 밝히지 못한 이유는 따로 있었다. 실은 '동아닷컴'의 영상 기자였던 것. "사복 경찰이 틀림없다"며 잡고 늘어지는 모진 고초를 견디다 못해 이 청년은 동아닷컴 사원증을 꺼내 자신의 진짜 신분을 밝히고 말았다.

이번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파동을 둘러싸고 조선, 중앙, 동아일보가 보인 보도 태도에 많은 시민들의 비난이 이어지면서, 조·중·동 기자들이 광우병국민대책회의 등 관련단체를 취재할 땐 카메라에 부착된 회사 스티커를 떼어낼 만큼 미쇠고기 반대집단의 여론은 악화돼 있다.

이 청년이 사복경찰이 아닌 '동아닷컴' 기자인 것이 확인되자, 시민들은 "동아일보는 쓰레기다", "동아일보 기자는 물러가라"며 더 격하게 항의하기 시작했다. "보내주면 안된다", "카메라를 빼앗자"는 등 이 기자의 처분(?)을 놓고 시민들의 흥분이 이어지자 현장에 있던 진중권 중앙대 겸임교수가 이들을 비집고 들어와 사태 수습에 나섰다.

진중권 교수는 "우리의 권리가 중요한 만큼 남의 권리도 소중하다"면서 "이 사람의 신분이 확인됐다면 그것으로 족하니 이만 보내주자"며 시민들을 설득했다. 결국 수십 명에게 시달리던 이 기자는 한참만에 겨우 풀려날 수 있었다. 보수언론들에 대해 '불신'의 수준을 이미 넘어선 시민들의 '분노'가 이런 해프닝을 낳은 것.

시민들은 이 과정을 촬영하고 있던 국민일보 기자에게도 "물러가라"며 격한 반응을 보여 결국 국민일보 기자의 취재가 중단됐다. 이날 일부 시민들은 조중동과 문화일보, 국민일보 등 보수신문 기자들에게 "꺼지라"고 소리지르는 등 곳곳에서 강한 적대감을 표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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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락치 , 조중동 , 촛불집회 , 쇠고기 , 촛불문화제 , 동아일보 , 광우병 , 채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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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목록
  • 김지한

    잘읽었습니다.. 어제 졸려서 일찍 잤는데.. 생중계 보지 않은것 후회됩니다... 지방집회하고 나니 졸려서...

  • 훔훔훔

    그래도 참.. ㄱ- 그건아니다 기자면 됬지 뭔 시비여 ;;

  • 음휏휏

    진중권 교수 그래도 기본은 되어있구나~ㅎㅎ

  • 박준화

    하지만 조중동은 당해도 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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